제10회 김현승 시문학상 시상식

2024년 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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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화) 오후 4시 베어드홀 4층 회의실에서 제10회 김현승 시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전국 대학생 109명이 참여했으며 550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당선작으로 최선재 학생(숭실대, 국어국문 3)의 「한 발자국」이 선정됐고 가작에 김선우 학생(단국대, 문예창작학과 3)의 「낮에 하는 일」, 김민서(연세대 대학원, 국어국문 석사 2학기)의 「산책의 기술」이 선정됐다.

장범식 총장은 “숭실대학교에서 진행한 김현승 시문학상이 10회를 맞이해 정말 기쁘다. 이번 시상식에서 ‘문학청년들의 열정’을 언급한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인상적이었고, 척박한 세상 속에서도 시를 쓰는 청년들이 있어 큰 감동을 느꼈다. 수상자 3인과 109명의 응모자들께 감사드리며, 김현승 시인의 명맥을 이어주신 심사위원들과 유족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최선재 학생은 당선소감을 통해 “시를 쓸 때 자신과 가장 가까운 시를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진정성이 인정받아 수상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다형(茶兄) 김현승 시인은 평양 숭실전문의 학생으로서 문단에 등단하여 문학사적 업적을 남겼으며, 광복 후 서울 숭실대학의 문과대 교수로서 문학교육과 문인양성에 공헌했다. 본교는 김현승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계승하고 학생들의 시 창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김현승 시문학상을 제정하였다. 매년 일정 기금을 출연 해준 유족을 비롯해 문예창작전공 교내·외 교수, 신문방송 주간, 국어국문학과장 등이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김인섭 교수가 운영위원회를 총괄하고 있다.

 

|제10회 김현승시문학상 심사평

 

심사위원

이은봉 (시인, 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명예교수)

 

강형철 (시인, 전 숭의여자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

 

엄경희 (평론가,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제10회 김현승시문학상에는 총 109명이 응모했으며 작품 수는 550여 편이다. 이 가운데 예심을 거쳐 75편이 본심에 올랐다. 본심에 오른 시들의 공통적 경향은 ‘유약하고 왜소해진 실존’이 시적 화자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불평등의 심화를 가속하는 신자유주의의 행로에서 파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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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문학의 여정에 첫발을 내딛는 문학청년들에게 필요한 시적 자산(資産)은 패기와 열정이다. 본심위원들이 당선작을 결정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점은 실존에 대한 분투와 미래에 대한 진취적 태도, 즉 세계에 대한 ‘응전(應戰)의 자세’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최선재(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3학년), 김선우(단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3학년), 김민서(연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2학기)의 작품을 놓고 토론한 끝에 최선재의 「한 발자국」을 당선작으로, 김선우의 「낮에 하는 일」과 김민서의 「산책의 기술」을 가작으로 선정했다.

최선재가 출품한 5편의 시는 사유의 결이 단호해 보인다. 그가 시를 쓰는 자세는 “시를 쓴다/시를 외친다/글자는 목소리가 없다/나에게 대답하고/내 멱살을 붙잡을/눈부시게 절망적인 목소리”(「시의 도중」)라는 표현에 잘 드러난다. ‘눈부시게 절망적인 목소리’라는 형용모순의 절박은 출품한 5편의 시를 끌고 가는 사유의 동력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절박의 리듬을 조율하는 시적 장치나 기교가 다소 거칠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조심스러운 지적이다. 「한 발자국」은 다른 4편의 시보다 강렬함은 덜 하지만 이 세계와 응전해가려는 실존의 의지를 차분하면서도 결연하게 표현하고 있어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더라도 자신의 세계를 이끌고 가겠다는 진취적 자세가 앞으로의 시적 성취를 기대해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이 점을 깊이 유념해 정진하기를 바란다.

김선우의 작품들은 긴 호흡으로 구성되어 있다. 호흡이 길면 산만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김선우는 그렇지 않다. 이는 시적 수련이 어느 정도 되어있다는 사실을 뜻하지만, 문학청년으로 가져야 할 패기와 열정이 잘 드러나지 않아 작품의 결이 평면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세계와 일상의 주위를 맴돌며 머뭇거리는 소극적 태도보다는 부조리의 세계를 돌파하려는 실험정신을 우선적으로 가져볼 필요가 있다. 응모한 5편의 작품 중 「낮에 하는 일」은 그러한 돌파의 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식물’과 ‘식물원’이라는 상징적 비유를 통해 양육되고 길러지는 유약한 실존과 그들을 채용하는 권력과의 부조리한 관계를 시의 구도로 설정한 점이 돋보인다. 그러나 그 관계의 부조리를 방치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아쉬움을 남긴다. 시의 궁극(窮極)은 기교나 수사가 아니라 정신(응전력)이라는 점을 유념하면 좋겠다.

김민서의 작품들은 비교적 고른 수준을 보이며 시의 구성력도 안정되어 있다. 그러나 각 작품이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 의식이 모호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이는 시적 진술이 경험의 구체성보다는 주로 사변적(思辨的) 표현에 의존해 전개됨으로 해서 생긴 결과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건널 수 있는 것은 죄다 건너왔습니다.//안과 밖이 확실한 집에서 잠들고 싶습니다.”(「모래의 집」)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는 상당히 능숙한 면을 드러내지만 시 전반의 흐름 속에서 그 표현이 무엇을 드러내고자 하는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가작으로 선정한 「산책의 기술」은 그러한 사변성이 많이 제거되어 있어 비교적 주제 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사변적 표현은 경험의 구체성에 의해 구축될 때 힘을 발휘한다는 점을 깊이 간직한다면 앞으로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우)당선자- 최선재(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3학년)

(우)가작1 수상자- 김선우(단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3학년)

(우)가작2 수상자- 김민서(연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2학기)

 

 

홍보팀(pr@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