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사단 이사장 반재철 동문(화공68)

2010년 9월 9일
11659

 

 

 

진정으로 ‘힘’ 있는 나라 위해 도산의 길을 걷다

시대를 깨우는 리더, 흥사단 정신 이어온 반재철 이사장(화공 68 동문)

6,70년대 명동의 대성빌딩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물이었다. 민주화에 대한 갈망이 컸던 그때, 이 빌딩의 흥사단에서 매주 열렸던 ‘금요개척자강좌’는 목마른 지식인에겐 고맙고도 귀한 샘이었다. 당대 내로라 하는 리더들이 시대의 성찰과 나라 부흥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고, 시민을 비롯한 학생들은 자리를 꽉꽉 메우며 목을 축였다.

1968년 봄 흥사단을 찾았던 반재철 동문도 이 강좌를 빼놓지 않고 들으며 ‘죽더라도 거짓하지 말라’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정신과 가르침에 깊이 젖어든 학생이었다. 40년 넘게 이어온 흥사단과의 인연 속에서 청년 반재철은 나라와 민족을 진정으로 걱정하고 사랑하는 길을 밟아왔고, 작년부터는 흥사단 이사장으로활동하며 흥사단 10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흥사단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 자긍심을 갖고 다른 민족, 국가로부터 인정받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했습니다.” “1학년 교양학부 시간이었어요. 철학과 안병욱 교수님께서 책 두 권을 소개해주셨는데, 그 중 하나가 춘원 이광수 선생이 쓴 <도산 안창호>였습니다. 이 책을 구하러 흥사단에 가니, 안 교수님이 계셨지요. 그곳에서 교수님을 통해 흥사단을 알게 되었죠.” 당대 철학자로, 또 저명한 수필가로 활동했던 안병욱 교수는 많은 학생이 ‘흠모’했던 시대의 큰 리더였다.

전국 대학교에 ‘흥사단 아카데미’의 씨앗을 심은 것도 그였다. 고 백낙준 박사, 고 피천득 시인, 안병욱 교수, 이어령 교수, 김재순 샘터 고문…. 흥사단에서 이처럼 기라성 같은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건 가슴 뿌듯하고 영광된 일이었다. 무엇보다 고식적이고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또 혼란스런 시대를 제대로 읽고 싶었던 반재철 동문에겐 선명히 다가온 빛이었다.

뜨거운 가슴은 남들이 더 먼저 알아주는 법. 반재철 동문은 아카데미 활동을 시작하면서 곧 리더 그룹에 자리 잡았고, 서울대학생아카데미를 이끌어가면서 서울연합회, 경인연합회, 전국연합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강론 사회를 보고, 기관지 <기러기>의 편집도 맡고, 고등학교 후배들을 지도하고…. 독재와의 싸움이 가장 큰 이슈였던 그 시대 속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우리 민족이 ‘격’을 갖추며 제대로 된 ‘힘’을 가질 수 있는지 끊임없이 묻고 그 실천방법에 골몰해왔다. 이런 고민과 운동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일으킬 흥(興), 선비 사(士)라는 이름에서도 보여주듯 흥사단이 예나 지금이나 힘주어 강조하는 것은 나라의 엘리트, 지도자를 잘 키워내자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조직의 동물입니다. 가족부터 사회, 국가에 이르기까지 조직마다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들이 제대로 갖춰진다면 그야말로 1등 국민, 1등 국가가 되는 겁니다. 전 세계인들로부터 존경 받는 국가, 존경 받는 국민….”

“세상을 바꾸는 건 리더가 아니라 도덕이라 는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섬김의 리더십, 융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 덕목이란 것은 ‘품격’의 다른 이름이다. 흥사단은 이 품격을 무실, 역행, 충의, 용감의 4대 정신으로 실천할 것을 권한다. 거짓을 버리고 참을 사랑하며, 이를 실천하고,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고, 또 굳은 의지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사는 삶. 이런 도산의 정신은 1세기를 지나온 지금 우리에게도 뼈 있는 가르침이다. “젊은이들은 자기가 갖춰야 할 인격을 열심히 닦아야 합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덕 없이는, 또 진실성이 없으면 정말 힘든 세상이 될 거예요. 섬길 줄 알아야 하고, 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줄 알아야 합니다.”

숭실 후배들이 인격훈련을 게을리 하지 말아 줄 것을 부탁한 반재철 동문은 리더십이란 것을 그리 거창하게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를 알고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남을 사랑할 줄도 안다는 것. 이것이 바로 훌륭한 인격체와 리더로 성장하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리더십에 대한 책이 서점가를 채우는 요즘, 가슴 깊이 새겨둘 대선배의 충언이다.

그 또한 우리 민족이 훈훈한 얼굴로, 진정으로 빙그레 웃을 수 있는 날을 위해 흥사단의 4대 정신을 최대한 실천하고 싶다며 청년의 미소를 보인다.

반재철 이사장이 전하는 흥사단 이야기


흥사단(興士團)은 민족의 자주독립과 번영을 위해 도산 안창호 선생이 193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립한 민족운동단체입니다. 흥사단은 독립운동에 헌신할 인물을 양성하고, 독립전쟁을 조직적으로 준비하여 부강한 독립국을 건설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습니다. 해방 후에는 나라 발전과 번영에 힘쓸 인재양성에 매진한 한편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아카데미를 조직하여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도 기여했습니다. 미국에 7개 지부가 있으며, 2013년엔 창립 100주년을 맞습니다.

반 동문은 화학공학과를 1회로 졸업했다. 한국토지개발공사 개성공단 자문위원과 흥사단 공의회의장, 민족통일운동본부 상임대표, 겨레의숲 공동대표 등을 역임한 바 있다. 2009년 1월부터 흥사단 이사장직을 맡아 흥사단 정신이 올바르게 인식되길 바라며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엔 캐나다 토론토에 지부를 만드는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확산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홍보팀(pr@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