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기술로 MIT 장학생 입학 안병권 동문(물리 99)

2008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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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가 현실로


로봇을 자유자재로 변형하고, 세포크기까지 줄이는 길 열려 


물리학과 졸업 안병권 동문, 전액장학금 받고 MIT 박사과정 진학




영화 ‘터미네이터2’의 불사조 사이보그 T-1000, ‘트랜스포머’에서 자유자재로 변신하던 로봇 범블비.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그들을 이제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숭실대 물리학과 졸업생인 안병권(99학번・MIT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 진학예정)동문은 대학 졸업 후 3년간 외국 원서와 논문을 참고하여 연구한 끝에 ‘자가변이로봇을 소형화 하는데 필요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메커니즘’을 개발, 로봇을 세포크기까지 줄여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안 동문의 설명에 따르면, 하나의 로봇(개체)은 세포역할을 하는 수많은 큐브(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개체의 성격에 따라 단 몇 개 또는 몇 만 개로도 구성할 수 있다. 큐브는 그 자체로 세포정도의 단순한 지능을 가지고 있는 모듈이자 소형로봇이다. 사람의 몸을 수많은 세포가 구성하고 있듯, 로봇을 수많은 큐브가 구성하고 있는 것. 이 큐브들은 환경과 미션에 맞게 상황별로 변이하며 세포처럼 개체의 기본단위로서 어떤 물체로도 자유자재로 변이 될 수 있다.




안 동문은 “이번에 개발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메커니즘이 각각의 모듈을 더 단순하면서도, 이상적인 기능(시뮬레이션에서만 가능하던 기능)을 수행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새로운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메커니즘을 통해 기존의 하드웨어를 크게 단순화 시켜서 세포크기까지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같은 모양의 세포형 모듈로 구성된 자가변이로봇을 개발해 실생활에서 활용하려는 연구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미국 기업과 대학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세포역할을 해줄 단위모듈의 복잡도가 문제였다. 최대한 단순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단위 모듈을 만들어야만 각각의 모듈을 세포정도의 크기로 줄일 수 있고, 복잡한 형태의 모양도 쉽게 만들어 고차원적인 활용과 상용화를 할 수 있었던 것.




안 동문은 “이 기술은 국내 대학에서는 연구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미지의 분야이며, 미국에서도 인텔 등의 거대기업과 소수의 대학에서만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1980년대부터 MIT, 카네기멜론 등 美 명문대학에서 수백만 불을 들여 연구하고 있던 분야를 불과 3백만 원만 투자해 결과를 얻어냈다”고 덧붙였다.




안 동문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제작 업체인 인텔에서 조차 현재까지 큐브의 크기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인텔에서는 큐브를 동그랗게 만들어 변형을 시도하려다 실패를 맛보았다”고 말했다. 또한 다니엘라 루스 MIT 교수는 “안병권 학생은 실제로 만들기 매우 어려운 것을 단순하고, 이상적으로 만들 수 있게 했다”고 논문 심사평을 통해 말했다.


 



안 동문이 개발한 기술의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안 동문은 “영화 ‘트랜스포머’의 범블비가 길에서는 차로 변하고, 하늘에서는 비행기로 변하듯이 로봇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임무를 수행 중인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의 한 부분이 고장 나도 동작을 멈추지 않고 상황에 따라 변이하며 계속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는 개별 큐브마다 CPU가 탑재되어 있어 이와 연동하는 소프트웨어로 처리가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특히 의료분야에서 많이 활용할 수 있는데, 심장이 뛰지 않을 때 세포 크기의 큐브가 심장으로 들어가서 심장을 압박, 다시 심장이 뛰게 만들 수 도 있고,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의 개발과 관련, MIT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의 입학허가를 받아냈다. 안 동문은 “학부시절 은사인 김진민・김희상 교수(숭실대 물리학과)로부터 물리학을 체계적으로 배웠고, 또 학과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남용 교수(숭실대 컴퓨터공학)와는 2학년 말부터 졸업할 때까지 컴퓨터공학을 함께 연구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석사과정을 거치지 않고 박사과정에 바로 입학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작년 10월에 MIT를 방문했고 담당교수인 다니엘라 루스로부터 입학을 권유받았다”고 말했다. 하버드 등 외국명문대학을 순회하면서 교수들을 만났다는 그는 “처음에는 ‘시간이 없다’며 만날 기회도 주지 않고 거들떠도 보지 않던 교수들이 한국에서 준비한 연구물을 보여주자 180도로 달라졌다”고 멋쩍은 듯 말했다.



이 ‘천재’공학도는 어떻게 숭실과 인연을 맺게 되었을까. 이에 대해 안 동문은 “숭실대가 전통적으로 컴퓨터 쪽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입학하게 됐다. 물리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기초학문을 기본으로 대학원에서 더 깊이 있는 컴퓨터공학을 연구하고 싶어서였다”라고 말했다.




대학생활에 대해 그는 “숭실에서의 시간은 대학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유로운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전에 하지 못했던 연구를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매우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활 내내 컴퓨터에만 빠져있지는 않았다”며 “만화동아리 ‘펜지코스’와 단과대 학생회에서도 활동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는 9월부터 연간 학비만 해도 6~7만 불에 이르는 MIT에서 전액장학금을 받고 공부를 시작한다. 또 모교인 숭실대로부터 ‘글로벌인재양성’장학금도 받는다.




그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일고 있는 세태를 보며 “학부 시절 물리를 전공한 것이 이번 연구에 무척 도움이 됐다. 기초과학을 절대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대학생들이 학부 때부터 교수님과 친해져서 논문도 쓰고 연구도 해서 외국무대에서도 당당하게 활약할 기반을 닦으면 좋겠다”고 ‘팁’을 건냈다. 홍보팀(pr@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