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 이재혁 동문(영문 92, 제17회 한국방송프로듀서상 작품상 수상)

2008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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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인생이란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중”
MBC PD 이재혁 동문(영문 92)


밥은 굶어도 영화는 굶을 수 없던 소년이 있었다. ‘사랑과 영혼’을 일곱 번, ‘터미네이터2’를 서른 번이나 보았고, 고등학생 시절 극장에서 밤을 새면서 영화 일곱 편을 연달아 보기도 했다. 아직 “인생이란 영화에 시나리오를 구상 중일 뿐”이라는 이재혁 동문. 그가 PD가 되기까지, 그리고 현재 그는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연기에 대한 미련, 그리고 연출
이재혁 동문의 대학 시절 좌우명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이다. 그만큼 그는 다양한 경험을 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원래 목표로 했던 학과는 연극영화과. 그래서 이재혁 동문은 영문과에 들어오자마자 연극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원어 연극을 하는 과 동아리였는데 1″E2학년 때는 배우를 했고, 3″E4학년 때는 연출을 했다. 처음 연기한 연극은 블랙 코미디 류의 작품이었고, 맡은 배역은 ‘호모’였다. 그날 부모님이 오셔서 보시고는 혀를 차시면서 ‘연기를 꼭 해야겠니’라며 만류하셨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배우들의 연기가 맘에 안 들었던 적이 많았어요. 항상 ‘내가 해도 저만큼은 하겠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제 얼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주연을 할 얼굴은 안 되잖아요(웃음). 결국 배우의 꿈은 접어야겠다고 결론을 내렸죠.”


연기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일까. 그는 졸업 후 연극 무대에 서고자 대학로에 잠시 몸을 담그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 힘들어서 나왔단다. 그리고 1998년에는 프로덕션에 들어가 각종 영상물 제작을 배웠고 영화사에서 조연출을 맡기도 했다. 힘든 시절이었지만 지금 PD의 위치에 서기까지 밑바탕이 되어준 소중한 경력이었다. 그 후에는 영화를 연출하고 싶어 같은 과 연극팀 후배들을 고용(?)해 16mm 영화를 찍었지만, 그에 표현을 빌리자면, ‘실패작’이었다.


“단편을 찍으려고 했는데, 만들다 보니 장편이 되어버렸죠. 10분 내외로 기획했는데, 이것도 넣고 싶고 저것도 넣고 싶어 늘리다 보니 30분이 훌쩍 넘었죠. 결국 작품이 이상해졌어요. 욕심이 많아서 망친 셈이죠. 요리할 때도 마찬가지잖아요. 맛이 안 난다고 이것저것 넣다 보면 결국 요리를 망치는 것과 같죠. 지금도 그 기억이 뇌리에 남아, ‘하나의 메시지만 담자’고 제 자신에게 주문하죠. 그 후로는 절대 욕심 안 부립니다.”



재미있는 인생, 재미있는 드라마를 향해
2001년, 그는 방송국 PD로 새출발을 했다. 여섯 번째 직장으로 택한 곳은 충주 MBC 방송국. 입사 후 ‘주간매거진 토요모닝터치’, ‘우리동네 좋은동네’, ‘휴먼다큐 e세상이야기’ 등을 연출했고, 2005년부터 현재까지 MBC 19개 지역방송국이 공동으로 제작하고 있는 ‘생방송 전국시대’를 연출 중이다. 서울을 제외한 19개 지역 방송국이 각각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편집해 내보내는 생방송으로, 전국의 화제현장과 별미, 이색 내용을 소재로 주부와 청소년들에게 부합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그의 이력 중에 특이사항이라면 MBC 창사특집HD드라마 ‘파란하늘 빨간우체통’이라는 드라마를 제작했다는 점이다. 그는 이 드라마로 2005년 제17회 한국방송프로듀서상 ‘TV지역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지역 방송국에서 드라마를 제작한다는 것은 정말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제작을 할 수 있는 스텝, 즉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제작비를 많이 지원받기도 힘들고요. 미니시리즈를 제작해 보고 싶은데 아직은 여건상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앞으로 지역 방송 광역화 등으로 환경이 조성된다면 서울에서 제작되는 드라마 못지 않은 제작물이 나올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16mm 단편 영화를 만들면서 욕심을 버리는 법을 배웠다는 이재혁 동문, 7년여 간의 방송국 PD를 하면서 배운 것은 무엇일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만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 맘에 들면 다른 사람들 눈에도 좋고, 제가 재미있으면 남들도 재미있게 보더군요. 우선 내 맘에 들어야 합니다. 또한, 뭐든지 경험해보자는 ‘경험주의’는 버렸습니다. 이제 체력적으로도 힘들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결혼을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이도 있고, 무모하게 도전하기는 좀 어렵겠죠?(웃음)”


이재혁 동문은 PD라는 직업의 매력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휴먼다큐 e세상이야기’를 만들 때 한 우체부에 대한 안타까운 형편을 전하는 슬프고 따뜻한 영상을 만들었는데, 그 때 모인 정성스런 기부금 500만 원을 전해 주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그는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자신이 조금씩 성장해가는 것을 느끼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라고 한다.


또한, 그는 자신의 PD 입사 면접 당시를 들려주며, PD를 지원하고픈 후배들에게 공부보다도 자신만이 내세울 수 있는 특화점을 키웠으면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면접시험을 치를 때도 그랬고, 지금 직접 취업생들의 면접을 볼 때도 특이한 이력을 지닌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고. 단,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꿈을 물었다. “꿈이요? 글쎄요. 그 질문에 한번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대단한 분들입니다.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제가 무엇을 할지…(웃음).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의 일을 즐기고, 언젠가는 멋진 드라마나 영화 연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죠.”


많은 실패와 직접 부딪쳐 얻은 소중한 경험으로 지금에 오게 됐다는 이재혁 동문. 그가 연출한 재미있는 드라마를 TV에서 빨리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홍보팀(pr@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