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지 주저자 등재 반용선 생명정보학과 교수

2007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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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명공학의 미래, 우리가 밝혀갑니다

생명정보학과 반용선 교수가 네이처 지에 연구 논문을 실어 주목을 받고 있다. 실력 있는 과학자와 따뜻한 교육자의 면모를 고루 갖춘 반용선 교수는 숭실대 생명정보학과 학생들이 있어 우리나라 생명공학의 미래는 밝다고 자신한다.

교정을 오가는 새내기들의 미숙함이 반용선 교수의 눈에는 어여쁘기만 하다. 그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듀크대학교 메디컬센터(Duke University Medical Center)를 거쳐 본교 교수로 온 지 일 년이 지났다. 새내기들과 두 번째 학기를 맞는 감동은 일 년 전과 다를 바 없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에서 연구활동을 하며 쌓은 성과들로 그는 이미 해외에서 신진 세포생물학자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러나 교수로서는 아직 신입. 학생들을 향한 욕심과 의욕이 넘친다.

“연구실에만 틀어 박혀 있던 사람이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려니 많은 것들이 달라졌어요. 또, 잘 가르치기만 한다고 좋은 교수는 아니라는 것을 차츰 깨닫고 있죠. 학생들 진로 상담도 해야 하고 과 발전을 위해 외부 인사들도 만나야 하고…. 과학자로서 갖는 개인 시간은 예전과 비교해 십분의 일로 줄었지만 가르치는 일에 큰 보람을 느끼고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학생들과 어울리면 다부지고 강직한 인상의 반용선 교수의 얼굴은 부드럽게 풀어진다. 우선 잘 한 부분부터 칭찬하고 문제점을 찬찬히 집어나가는 꼼꼼한 지도 방식과 인간적인 면이 학생들을 더욱 분발하게 한다.

“숭실대학교 생명정보학과는 2001학년도에 신설되었습니다. 생명정보학은 1990년대 초반에 생겨난 용어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유전자의 염기서열 데이터를 분석해 밝혀낸 유전정보를 생명공학에 다양하게 응용하도록 해주는 학문입니다. 이 밖에도 기초생물학.의학.응용생물학 분야에도 필수적인 역할을 하죠. 국내 일부 대학원에 협동과정과 일부 과목이 개설되어 있지만 학부과정에 생명정보학과가 생긴 것은 숭실대학교가 최초입니다. 그만큼 학생들이 4년 동안 배워야 할 양도 많고 수업의 질도 대학원생들 못지 않습니다. 어렵게 4년을 보낸 학생들은 다른 학교의 학생들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게 됩니다.”

그렇지만 과학자로서 아쉬운 점도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생명공학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은 걸음마 단계. 인식의 변화 함께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 생명정보학과는 이미 훌륭한 교수님들이 자리를 잡아주시고 학교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어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뿌리를 내렸지만 아직은 외로운 처지입니다. 학교 안에 생명공학 관련 학과가 없어 협동 연구나 연계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또 졸업한 학생들의 진로를 책임져 줄 수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최근에는 '의생명과학연계전공' 과목을 개설해 다른 분야로 나가길 원하는 학생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있지만 우수한 학생을 외부로 빼앗기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이 차츰 좋아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생들의 가능성을 믿기 때문입니다. 학교마다 학풍이 있기 마련인데, 숭실대학교는 전통의 힘과 채플이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과학은 순수하고 정직한 학문이니 만큼, 그런 성품을 갖춘 우리 학생들이 앞으로 이뤄낼 성과가 크리라 기대합니다.”




‘네이처 리뷰’에 논문을 싣다

반용선 교수는 올해 초 대단한 일을 해냈다. 세계적 권위의 과학잡지 네이처가 발행하는 미생물학 분야의 세계 최고 저널 '네이처 리뷰 마이크로바이올로지(Nature Review Microbiology)'에 제 1저자로 곰팡이균(Fungus)의 신호전달체계를 연구한 리뷰논문을 실은 것. 네이처 리뷰에 논문을 싣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서 쌓아 온 두드러진 업적이 있어야 하고, 논문을 완성하기까지 네이처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게 어려운 일임에도 반용선 교수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오래 전부터 연구하던 곰팡이균으로 재미있는 실험을 했고, 그 과정에 만족한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

“곰팡이를 연구하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곰팡이에도 휴먼적인 특징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스트레스를 받고, 이산화탄소와 빛에 반응하는 등 인간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어요. 그에 착안해서 다양한 실험들을 하고 논문을 발표했는데, 네이처에서 그것을 보고 논문 청탁을 해 온 거예요. 네이처에서 원했던 것은 '고등학생 정도의 지적 수준을 가진, 미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내용'이었어요. 제가 전달하려는 것을 모두 담아 쉽게 풀어 쓰는 것이 어려웠어요. 논문은 2006년 초에 시작해 꼬박 일 년이 걸렸는데, 논문 기술 기간에 무척이나 까다롭게 굴던 네이처지도 논문이 완성되고 나서 내용이 좋고 완결성이 있다는 평가를 해 왔어요. 저도 과학자로서 곰팡이를 통해 재미있는 실험을 할 수 있었던 것과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 할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합니다.”

논문이 실리고 난 후 반용선 교수는 수십 통의 메일을 받았다. 국가 이름도 생소한 곳에서 보내 온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네이처지에 실린 당신의 논문을 사서 볼 경제적 여유가 없으니 무료로 보내 줄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다. 반용선 교수는 자신의 논문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워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주었다고 한다.

“과학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때이기도 해요. 세계 어디에선가 나의 이름이 불리고, 나의 논문이 인용되어 새로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벅찹니다. 일 년을 지내보니 교수의 길도 다르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길러낸 학생들이 우리나라 생명공학을 이끌어 나갈 인재로 성장해 인류의 행복에 기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과학자로서 교육자로서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반용선 교수는 지금보다 더 젊은 시절, 노벨상을 꿈꾸었다고 한다. 너무나 커다란 목표라 스스로도 주춤하는 마음이 있지만, 학생들에게는 감히 말한다. 노벨상을 꿈꾸라고. 결코 허황한 목표가 아니라고. 도전하는 젊음은 아름답고 꿈을 향한 여정은 비록 험난할 지라도 눈부시게 찬란하다는 것을 그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