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 ‘박 트리오’, 차세대 한국 축구 이끈다

2006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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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숭실 축구 전성시대다.
숭실대 축구부는 2004년 윤성효 감독 부임 이래 대학무대 최강팀으로 자리잡았다.
2005년 추계대학연맹전과 험멜코리아배 대학선수권에서 연달아 정상을 석권하더니 올 4월에는 춘계대학연맹전 준우승으로 기세를 이어갔다. 그리고 지난 11월 험멜코리아배 대학선수권에서 다시 챔피언에 등극하면서 대회 2연패의 기염을 토했다. 이뿐 아니다.

숭실대의 ‘박 트리오’도 뜨고 있다. 박주호(생활체육 05) 박종진(생활체육 06) 박정혜(생활체육 06)가 그들이다. 이들은 청소년축구대표팀에서도 공-수에 걸친 핵심자원으로 맹활약하며 한국 축구의 새로운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숭실대 ‘박 트리오’, 차세대 스타 예약

고교 유망주들의 프로팀 직행이 일반화된 요즘 U-20 대표팀을 구성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프로 소속이다. 대학팀 간의 전력도 점차 평준화 돼 특정 학교 출신의 선수들이 무더기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흔치 않다. 이 때문에 숭실대 3인방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들은 지난 11월 AFC(아시아축구연맹) U-20 청소년선수권에 대표팀으로 참가해 팀을 3위에 올려놓았다.

“숭실대 이름으로 3명이 함께 뛴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프로 선수들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고요. 나이도 비슷한데다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있어서 많은 의지가 됩니다.” 박주호의 말이다.

U-20 대표팀의 주장이기도 한 박주호는 호쾌한 드리블 돌파와 문전에서의 과감한 슈팅이 돋보이는 측면 공격자원. 헌신적인 플레이로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오른쪽 윙백 박종진은 고교생이던 지난해 U-20 대표팀의 막내로 선발돼 일찌감치 세계선수권을 경험한 전력을 갖고 있다. 터치라인을 타고 쉴 새 없이 공수를 오가는 그의 질주는 보는 이들에게 시원함을 안겨준다. 종종 2선에서 터트리는 골맛의 짜릿함도 전해준다. 박정혜는 어렸을 때부터 전문 수비수로 성장한 수비기대주. 185cm, 80kg의 듬직한 체구에서 나오는 탄탄한 대인마크가 강점이다.
축구선수로 성장하는 동안 스리백과 포백을 고루 경험한 박정혜는 전술적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2006 대학선수권 우승은 평생 못 잊어

올해 대표팀에서의 활약이 유난히 돋보였던 ‘박 트리오’지만 이들이 꼽는 올해 ‘최고의 순간’은 숭실대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경기다.
지난 11월 24일 험멜코리아배 대학선수권 결승전. 성균관대에 선제골을 내준 숭실대는 후반 교체 투입된 박주호의 발끝에서 터진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로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박주호는 추가 시간이 적용되던 후반 46분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 수비 3명을 제친 후 왼발 슛으로 상대 그물을 흔들었다. 숭실대는 결국 연장 후반 29분 드라마 같은 역전골을 터뜨려 기적 같은 우승을 안았다.

“부상이 있어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골까지 넣었으니 환상적이었죠. 아직도 그 때 생각만 하면 소름이 돋아요.” (박주호)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는 동안 우승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처음으로 우승컵을 안아봤어요. 작년 아시아선수권에서의 우승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대표팀에서 우승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드라마라도 이렇게는 못 만들 거예요.” (박종진)

“지금까지 축구하면서 제일 좋았던 기억입니다. 독하게 뛰었는데 저만 그랬던 게 아니라 우리 팀 선수들 전체가 똑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선수들 모두 한 마음이었던 게 우승까지 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어요. 앞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경기예요.” (박정혜)

축구부 인정해주는 동문들에게 감사

평생 되새겨 볼 수 있는 추억거리 한 자락을 숭실대에 남겨놓았다. 하긴, 여느 대학생들처럼 평범한 사이클로 살아갈 수 없는 축구선수들에게 우승 기억보다 더한 즐거움이 어디 있으랴. 세 선수는 생활체육 전공이지만 강의실에 자주 들어가지는 못했다.
‘의자에 앉아있는 것보다 공을 차는 게 더 즐겁다’며 파안대소하는걸 보니 천생 축구선수다. 자연스레 인간관계도 축구부 중심으로 맺어져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외로운 존재들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숭실대 축구부라는 이유만으로 오며가며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동문들이 모두 이들의 지원군이기 때문이다. 축구부에 대한 학교 차원의 지원도 든든하기만 하다.
이들은 좋은 성적으로 학교 이름을 높이는 것이 곧 학교와 동문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믿고 있다.
그렇다면 평범한 대학생으로의 삶을 꿈꿔 본 적은 없을까. 잠깐 고민하는 듯 하더니 곧
“요즘 축구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공에 대한 열정과 마음껏 미칠 수 있는 자유, 3인방의 젊음은 눈부시기만 하다.

2007 새로운 도전, 숭실대의 이름으로 뛴다

다가오는 2007년, 3인방 모두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공통적인 목표는 2007년 1월 발표되는 세계선수권 최종 엔트리에 나란히 3인방의 이름을 올리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가장 큰 목표. 한국 U-20 청소년대표팀은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24년 만에 ‘4강 신화’ 재현을 꿈꾸고 있다. 세계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이는 주역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박주호와 박종진은 프로 무대로의 데뷔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일본 프로축구(J리그) 몇몇 팀의 입단테스트를 받기도 했다. 물론 J리그가 종착지는 아니다. J리그를 발판으로 더 큰 무대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다. 숭실대를 떠나더라도 이들의 활약상에는 항상 숭실대의 이름이 따라다닐 것이다. 자신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2007 세계무대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는 숭실대 3인방의 힘찬 날갯짓에 응원을 보낸다.

박주호(MF, 174cm, 71kg, 1987년 1월 16일)
(2006) 카타르 8개국 친선대회 U-19 대표
부산컵 국제청소년대회 U-19 대표
일본 SBS컵 국제친선대회 U-19 대표
AFC 청소년선수권대회 U-19 대표

박종진(MF, 177cm, 72kg, 1987년 9월 24일)
(2005) FIFA 세계청소년선수권 U-20 대표
AFC 청소년선수권대회 U-18 대표
(2006) 카타르 8개국 친선대회 U-19 대표
부산컵 국제청소년대회 U-19 대표
일본 SBS컵 국제친선대회 U-19 대표
AFC 청소년선수권대회 U-19 대표

박정혜(DF, 185cm, 80kg, 1987년 4월 21일)
(2005) AFC 청소년선수권대회 U-18
(2006) 카타르 8개국 친선대회 U-19 대표
부산컵 국제청소년대회 U-19 대표
일본 SBS컵 국제친선대회 U-19 대표
                                                        AFC 청소년선수권대회 U-19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