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아나운서 신지혜(화학 87) 동문

2006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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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겨울, 그윽한 커피 한 잔과 더없이 어울릴 것 같은 목소리를 지닌 CBS 아나운서 신지혜 동문을 만났다. 재학시절 숭실방송국(SSBS) 기자로 활동하며 방송의 꿈을 키우게 됐다는 신지혜 동문. 그녀는 지난 9월 '한국방송대상 올해의 방송인' 아나운서 부문상을 수상한 데 이어 11월에는 '2006 한국아나운서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순수한 열정이 빚은 값진 열매

신지혜 동문이 진행하는 ‘신지혜의 영화음악’(CBS FM 93.9MHz, 이하 ‘신영음’)에는 뭔가 특별한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기획과 제작, 진행을 그녀가 혼자 담당하며 1인 제작 시스템으로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멘트와 곡 소개로 구성된 일반 음악 프로그램과는 달리 영화에 대한 정보와 영화음악에 대한 지식을 전달해야 하는 영화음악 방송을 혼자 꾸려간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수년째 그 일을 계속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계획된 편성표에 의해 5분 뉴스를 진행해야 하고, CBS TV 방송 프로그램을 위한 더빙도 해야 한다. 그래서 하루를 분침이 아닌 초침에 맞춰 살아야 할 만큼 바쁘고 고단하지만, 매일매일 샘솟는 순수한 열정에 힘입어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신지혜 동문은 올해 그녀가 받은 커다란 두 상 역시 꾸준하고 변함없는 일상에서 발하는 열정과 진정성의 결과일 뿐이라고 말한다.

한국아나운서 대상 수상이 CBS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고, 그 무게 역시 남다른 상이지만 정작 수상자인 신지혜 동문은 담담했다.

“보상이나 주위의 시선을 바라고 노력한 적은 없습니다. 언제나 나의 삶에 대한 성실함과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로 인해 부끄럽지 않은 떳떳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오직 방송에 대해 순수한 열정을 사른 데 대한 응원이자 박수로 상의 의미를 차분하게 풀어가던 신지혜 동문은, 아침에 ‘신영음’ 스튜디오에서 기다리고 있던 꽃바구니와 축하 메시지 얘기를 전할 때만큼은 살짝 들뜬 모습을 보였다.

“ ‘신영음’ 애청자 분들이 보내온 꽃바구니와 전보였어요. ‘신영음’ 가족 중에는 1998년 2월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 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대학생이던 청취자가 지금은 전문직으로 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소식을 전해오면 마음이 뿌듯하기도 합니다. 든든하게 지지해 주시는 청취자 분들이 계시기에 오늘의 ‘신영음’이 존재하는 겁니다.”

꿈을 향한 도전, 마침내 찾아온 격려의 선물

신지혜 동문의 표정, 몸짓, 말 하나하나에서는 방송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뚝뚝 묻어났다. 그녀가 방송의 매력을 처음 발견하게 된 곳이 바로 숭실방송국. 매년 한 차례, 숭실방송국에서 개최하는 방송제를 준비하며 흘린 땀방울, 동료들과 기울인 술잔, 편집하며 지샌 숱한 밤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여전히 가슴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

아마추어였지만 모든 에너지와 열정을 쏟아 부어 준비했으며, 시간의 흔적이 완성된 결과물로 선보이고, 또 막이 내리고……. 막이 내린 후 밀려드는 허탈감을 비집고 올라오는 희열, 그 짜릿한 쾌감으로, 신지혜 동문은 ‘방송 말고는 하고 싶은 일이 없다’고 생각을 굳혔다.

졸업을 앞에 둔 4학년 시절, ‘방송’이라는 진로의 방향을 잡고서, 그녀는 듣기 좋은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을 지닌 자신의 장점을 살려 ‘아나운서’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 후, 새벽부터 학교 도서관을 찾아 취업 준비를 했던 그녀는 ‘언론고시’의 큰 산을 누구의 도움없이 혼자 넘어야만 했다. 토플, 국어, 종합교양, 논술 등의 시험과목을 공부해 가며 방송국 입사시험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첫 도전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졸업 후 9개월 가량 모 협회지의 취재기자를 하며 잠시 방향을 선회하기도 했지만, 다른 일을 할수록 방송에 대한 갈증은 커져만 갔다. 다시 방송 일을 향해 마음을 다잡고, 극동방송 리포터를 하며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했다.

응모 발표가 나자마자 망설임 없이 원서를 등록해 접수 번호가 2번이었던 신지혜 동문은 정오 뉴스 시간, 합격자를 발표하는 아나운서의 입에서 ‘2번 신지혜’가 흘러나오자, 기쁨의 환호와 눈물대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염원하는 마음이 컸던 만큼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고, 꿈을 향해 성실히 달려온 그녀에게 아나운서 합격 발표는 지난날에 대한 위로와 격려의 선물로 느껴졌다.

흔들림 없이, 즐거운 일상으로 자리매김한 방송

1994년 입사 이후 쉬지 않고 쭉 12년을 달려왔지만, 신지혜 동문은 방송을 앞두고는 여전히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방송에 막 발을 들여놓았던 입사 초기와는 좀 다르겠지만 지금도 On-Air가 켜지기 전까지는 긴장하고 있습니다. 긴장감은 방송인의 숙명 같은 거겠죠.”

신지혜 동문은 아나운서가 화려하게 보여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직업이지만 공중파의 몇몇 스타 아나운서를 제외하고는 생각처럼 화려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녀는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후배들에게 멋있고 화려한 겉모습 대신, 그 일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얼마만큼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먼저 건네 보라고 조언한다. 두 질문에 서슴없이 대답할 수 있어야 흔들림 없이, 즐겁게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나운서로서는 최고의 영광이라고 할 수 있는 큰 상을 거푸 2개나 수상하며 2006년을 뜻 깊게 마무리하는 신지혜 동문에게, 2007년 새해 특별한 계획이 있다.

“우선은 지금까지와 같이 ‘신영음’을 비롯해 맡은 프로그램을 열심히 진행하는 겁니다. 그리고 2007년부터 시작할, 아직은 비밀인 계획이 하나 있는데 지금 공개하게 되었네요. 친한 친구에게 스페인어를 배워 함께 스페인 여행을 떠날 계획입니다.”

일을 하며 가까워진 친구가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그녀에게’를 보고 스페인어를 배워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후, 그 나라의 문화와 예술이 순수한 열정을 지닌 신지혜 동문과 더 없이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스페인어 강습을 자청했다고 한다. 새로운 언어로 새로운 문화와 예술을 만나는 색다른 일이지만, 신지혜 동문은 늘 그래왔듯 하나의 일상처럼 편안하게, 그리나 치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삶의 가치를 자기 안에서 발견하고 지켜 나가는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과 자신감 그리고 순수함을 지닌 신지혜 동문은 쌀쌀한 겨울, 커피 한 잔과도 어울렸지만, 봄날 따사로운 햇살 아래 달콤한 홍차를 앞에 놓고 함께 하고픈 사람이었다.



 


 


 


 


 




프로필

신지혜 동문(화학과 87학번)
CBS 아나운서(1994년 입사)
'CBS 라디오 신지혜의 영화음악'
'CBS 라디오 시네마천국'
'CBS 라디오 FM매거진'
2006 제 33회 한국방송대상
올해의 방송인 아나운서부문 수상
2006 한국아나운서대회 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