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책임 디자이너, 권우정 동문 (사학 97)

2016년 8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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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책임 디자이너, 권우정 동문 (사학 97)

[인터뷰 :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6기 최정훈(글로벌통상학과 10) / cocoland37@naver.com]

숭실대에는 미대가 없다. 그렇다고 미술과 관련된 직종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권우정 동문(사학 97)은 사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삼성전자에서 UX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다.

삼성전자 UX 디자이너

권우정 동문은 삼성전자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UX는 User Experience의 약자로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경험을 말한다. UX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제품 환경을 설계한다. 스마트폰 아이콘, 앱, 전자제품 화면 디자인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녀는 UX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사용자의 편리성을 꼽았다. “사용성은 UX 디자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TV같은 경우, 리모콘을 활용하여 작동하기 쉬운 화면을 디자인해야 하고, 스마트폰은 손가락으로 쓰기 쉬운 화면을 디자인해야하죠. UX 디자인에는 사용자를 배려하는 디자인이 꼭 필요해요.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더 편리한 생활을 한다면 성공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죠.”

사학도가 전자제품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권우정 동문은 1997년 숭실대 사학과에 입학했다. 역사를 전공한 그녀는 어떻게 디자이너가 되었을까? 권우정 동문은 어릴 때부터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 “저는 어렸을 적부터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죠. 당시에는 미술을 전공해서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인식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디자인이 아닌 사학과로 진학하게 되었어요. 사학과에 진학하게 되면 미술사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녀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디자인에 대한 꿈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부모님을 설득해 디자인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부모님께 디자인은 삶의 어디 곳에서나 필요한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화랑에 그림을 걸고 전시하는 것만이 디자인은 아니라고 말이에요.” 부모님을 설득한 권우정 동문은 삼성에서 설립한 디자인 전문 교육기관인 SADI(Samsung Art and Design Institute)에 입학했다. “대학생 때도 틈틈이 그림을 계속 그렸어요. SADI에 입학할 때도 제가 그렸던 그림들을 묶어 포트폴리오로 제출하기도 했죠.”

SADI(사디)는 어렸을 때부터 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아도 입학할 수 있는 3년제 디자인 전문 교육기관이다. 그녀는 그곳에서 필사적으로 공부했다. “SADI는 입학하기는 쉬워도 졸업하기는 정말 어려워요. 기초부터 전문적인 것까지 다 배워야 하기 때문이죠. 하루는 과제로 80장의 드로잉을 해가기도 했어요. 하지만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했죠.” 그녀는 SADI(사디)를 졸업하고 나서 삼성전자에 지원해 디자이너가 되었다.

소통,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덕목

꿈꿔왔던 일을 시작한 권우정 동문에게 디자이너가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녀는 소통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은 제품 개발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과정이에요. 개발자들이 만든 기능들을 쉽게 사용하려면 디자인이 꼭 필요하죠. 디자인은 개발자들이 만든 제품에 알맞게 적용돼야 하고요. 서로가 계속 노력해야 해요. 한쪽의 의견만 반영할 수는 없으니까요. 마찰이 있을 때도 있지만, 그것도 소통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기술의 빠른 발전이 디자이너로서 어려운 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저는 개발자가 아니다보니 상대적으로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한 것도 사실이에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개발자와의 소통이 정말 중요합니다. 둘 중 하나만 잘해서는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없어요.”

워킹맘으로서 어려운 점과 스트레스 극복방법

권우정 동문은 두 아이의 엄마다. 워킹맘으로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궁금했다. “사실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요. 저희 회사와 같은 경우는 관련 복지제도가 잘 되어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쉽지 않죠. 중요한 건 자신만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거예요. 어떤 사람은 일에 더 중점을 두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가정에 더 중점을 두기도 하죠. 하지만 중요한 건 자신이 정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거예요. 일을 중점에 두는 사람은 베이비시터를 고용할 수도 있고, 가정에 중점을 두는 사람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하겠죠. 어쨌든 자기만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게 필요해요.”

그녀에게 스트레소 해소법에 대해 물어보았다. “스트레스를 주는 일을 피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해소하려고 하는 건 진정한 해결책이 아닌 것 같아요. 정말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려면 그 일을 해결해야 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개발자들이 수원에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이 막히면 수원 사업장으로 직접 찾아가 해결하기도 해요. 어떤 일이 막혔을 때는 그 일을 해결하는 게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디자인 산업에서 일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권우정 동문에게 디자인 산업에서 일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진심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다른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말이에요. 돈을 잘 벌 것 같아서, 부모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 보기 좋을 것 같아서 하는 일들은 결국 일을 하는 데 즐거움을 주지 못해요.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게 될 거예요.”

그녀는 디자인 계통에서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용자가 있어요. 사용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죠. 그리고 배려의 기본은 관찰입니다. 어떤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준다고 가정해보죠. 필요한 것을 물어서 선물해주는 것보다 평소에 잘 관찰했다가 선물을 주게 되면 더 큰 감동을 받게 되죠. 디자인도 마찬가지로 그런 배려와 관찰이 필요해요.”

마지막으로 숭실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권우정 동문은 최근 숭실대학교에서 취업강연을 했다. 그때 그녀는 학생들의 표정이 어두워 마음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좀 웃었으면 좋겠어요. 밝게 행동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일도 그렇게 풀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녀는 숭실대 학생들이 조금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숭실대 학생들이 겸손하고 착한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신감 있는 태도도 중요해요. 제가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게 자기 PR을 계속 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때로는 직원들 고과를 평가하는 자리에서 상사가 이렇게 얘기하기도 해요. ‘우리 팀이 10명이 있는데 너가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점 얘기해봐.’ 그런 게 잔인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건 해야 하는 거예요. 선진국에서는 그런 걸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과정의 발견』이라는 책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영주에게 자기를 PR하는 내용이 나와요. 거기서 다빈치는 12가지 항목을 써요. 건축을 잘 하고, 무기를 잘 만들고, 그렇게 자기 자신을 PR하다가 마지막에는 하다못해 영주님과 영주님의 아이들을 위해 멋진 기념비라도 만들 수 있다고 말하기까지 하죠.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동사로 써보세요.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예쁜 옷을 추천해주는 걸 좋아해!’ 이런 식으로 써나가다 보면 자신이 진짜 잘할 수 있는 걸 발견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권우정 동문은 생활 자체가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옷을 입는 방법부터 자기 책상을 꾸미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활 속에 녹아든 디자인의 세계에서 그녀는 자신의 디자인이 사용자의 삶을 즐겁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앞으로 더욱 멋진 디자인으로 세상을 편리하게 만들어줄 그녀의 디자인을 기대해본다.

* 권우정 동문은 숭실대학교 사학과(97)를 2001년에 졸업했다. 그 후 SADI(Samsung Art and Design Institute)에 입학, 교육과정을 수료했고 삼성전자에 입사해 네트워크 사업부 책임디자이너를 맡고 있다. 삼성전자 VD사업부에서 키즈 서비스를 통해 한국산업디자인협회에서 주관하는 Pin up design awards를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