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에서 길을 찾다, 원썬(김선일) 동문(기계공학 98)

2017년 3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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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에서 길을 찾다, 원썬(김선일) 동문(기계공학 98)

[인터뷰 :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6기 최정훈(글로벌통상학과 10) / cocoland37@naver.com]

90년대 후반만 해도 힙합은 한국에서 낯선 장르였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힙합은 가장 인기 있는 음악 장르가 됐다. 음원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TV에서도 힙합 관련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힙합이 인기를 얻기 전부터 힙합 음악을 꾸준히 해 온 동문이 있다. 바로 올해 쇼미더머니 시즌5에 출연한 김선일(원썬) 동문이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도 김선일 동문이 쇼미더머니5에 출연해 유행시킨 말로, ‘경력에서 나오는 노련함’이라는 뜻이다. 이번 숭실피플에서는 김선일 동문을 만나 그의 음악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힙합을 시작하다

김선일 동문은 올해 18년 차 베테랑 힙합뮤지션이다. 그는 2001년 싱글 앨범 「어부사」로 데뷔했다. 그가 힙합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대학을 입학한 98년도부터였다. “어렸을 때부터 미국 팝 음악을 자주 들었습니다. 90년대 미국 팝의 흐름이 락에서 힙합으로 옮겨가고 있었죠. 그때 저도 자연스럽게 힙합을 접하게 됐습니다.”

그가 처음부터 뮤지션을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 입학한 후, 제가 좋아하는 것을 더 파고 들어봐야겠단 생각에 힙합을 즐기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학교에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그때 그나마 힙합으로 유명했던 게 저하고 철학과에 성천이라는 친구였어요. 그 친구는 지금 프로듀서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더그라운드 콤비로 원천콤비라고 불렸죠.”

힙합에 빠져들다

그 당시에는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 자체가 생소했고, 당연히 힙합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없었다. “그때는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았어요. 더구나 힙합을 틀어주는 곳은 없었죠. 그러다가 ‘소울트레인’이라는 작은 가게를 발견했는데, 그곳에서 힙합 음악을 틀어줬어요. 매일 출퇴근하다시피 그 가게를 다녔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거기서 일까지 하고 있더라고요.”

그는 그 즈음부터 마스터플랜 공연장 무대에 오르게 된다. “같이 음악 하는 친구들도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이죠. 꼬박 3년 동안 공연만 했어요.” 그는 큰 공연도 좋지만, 그때 했던 공연이 가장 재밌었다고 말했다. “그때는 관객이 10명도 안 됐어요. 나중에는 사람들이 꽉 들어차서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긴 했지만, 그렇게 소규모로 했던 공연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기억에 남는 공연

김선일 동문은 18년 경력에 걸맞게 수많은 무대를 경험했다. 그중 어떤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역시 제가 처음 섰던 무대죠. 99년도였습니다. 원래 무대에서 긴장을 하지 않는 편인데, 그때는 정말 많이 떨었습니다. 그 이후로 수많은 무대를 올랐지만, 그만큼 떨었던 적은 없어요.”

그는 최근에 있었던 쇼미더머니 시즌5 2차 예선 무대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 무대로 제가 유명해질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물론 제 음악에 대한 인기가 아니라 조심스럽기는 합니다. 하지만 관심과 응원이 생겼다는 건 뿌듯해요. 그만큼 저의 음악을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늘어날테니까요.”

힙합과 일

힙합음악을 하면서 어려운 일은 없었는지 물었다. “음악을 시작할 때는 공사판 막노동, 서빙, 편의점, 택배, 배달, 외국어 강사, 대리운전 가리지 않고 했어요.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악기를 사고 남는 시간에는 계속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대부분의 힙합 1세대들은 그랬어요. 지금도 가끔 인테리어 설비일을 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그에게 힘들지 않은 지 물어보았다. “그냥 목적 없이 돈만 벌기 위해서 그런 일들을 했다면 무척 힘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 하는 거니까요. 이런 일을 해서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하나도 힘들지 않습니다.”

후배들을 위한 무대

김선일 동문은 현재 홍대 근처에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5년 전부터 후배들이 공연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주고 있다. “예전에는 음원을 만드는 것이 어려웠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만들고 나면 할 수 있는 게 많았죠. 그런데 지금은 완전 반대에요. 음원을 만드는 건 쉬워졌지만, 지금은 음원이 나와도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요. 음원이 나오면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적어요. 그래서 제가 대관료를 내고 후배들이 공연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어요.”

그는 지금도 후배들을 초대해 토요일마다 공연하고 있다. 입장료를 받으면 참여한 뮤지션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후배들을 위한 공연을 준비하고 도와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잘할 수 있는 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숭실대학교 후배들에게

김선일 동문에게 마지막으로 숭실대 후배를 위한 한 마디를 부탁했다. “요즘 제가 의도치 않게 유명해지다 보니, 개인적으로 메시지가 자주 옵니다. 대부분 이런 질문들이죠. ‘어떻게 하면 힙합을 잘할 수 있나요?’, ‘힙합에 관심이 많은 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대부분 힙합을 시작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하죠. 우선 시작부터 했으면 좋겠어요. 시작을 해야 궁금한 것도 생기는 겁니다. 구체적 질문을 가지고 오면,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로 알려드리겠습니다.”

“힙합만의 문제는 아닌 거 같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경험하는 것을 무서워하는 거 같아요. 시작도 안 해보고 겁부터 먹는 거죠. 부딪치면 답을 찾을 수 있어요. 자기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답을 말입니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기 전에 스스로 가진 답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우선 부딪혀보라고 꼭 말해주고 싶어요.”

김선일 동문은 앞으로 힙합에서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그의 모습은 당당해 보였다. 그가 보여줄 앞으로의 음악과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보자.

* 김선일(원썬) 동문은 숭실대 기계공학과를 1998년에 입학해 2007년 졸업했다. 그는 2001년 싱글앨범『어부사』로 데뷔해 2장의 정규앨범과 다수의 싱글앨범을 발표했다. 현재 마포구 ‘인투딥’에서 무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표곡으로는 “꼬마 달건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