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팀, 글로벌미디어학부 ZSTT

2015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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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팀, 글로벌미디어학부 ZSTT

 

[인터뷰: 류지희 홍보팀 학생기자(영어영문 12), zhee.ryu@gmail.com]


때로는 기대하지 않던 일이 벌어질 때 그 결과가 더 짜릿하기도 하다. 글로벌미디어학부 ZSTT팀은 2015 FIRA(세계로봇축구연맹) 국제 로보월드컵에서 종합 2위라는 쾌거를 이뤘다. 전자공학부나 기계공학부에서나 다룰 줄 알았던 로봇분야에서의 글로벌미디어학부가 이룬 좋은 성과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어 보인다. ZSTT팀이 어떤 팀인지 알아보기 위해, 또 그들이 이 대회를 위해 조용히 해왔던 노력을 들어보기 위해 직접 만나보았다.



ZSTT의 시작

글로벌미디어학부에는 ‘미디어 마에스트로’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 겨울, 그 프로그램에 참여한 재학생 최동진(11‘), 신봉경(11’), 김단희(13‘), 정윤상(13’)이 양지현 박사를 멘토로 만났고 여기에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졸업자인 정재식 씨가 주축이 되어 ZSTT팀을 이루게 되었다. “관심 있는 사람은 같이 해보자고 양 박사님께서 독려를 해주셨어요. 그때만 해도 이런 성과를 낼 것이라고는 것은 상상도 못했죠. ZSTT라는 팀 이름은 Zero moment point System Tech Team 의 약자에요. ZMP라고도 불리는 첫 글자는 로봇이 걸음을 걸을 때 균형을 잡아주는 아주 기본적인 기술인데 항상 기본에 충실하자는 저희의 마음도 담겨있어요.” 네 명의 재학생들이 맡은 팀 내 역할도 다양했다. “로봇에 달린 카메라에 들어오는 영상을 가지고 상황 판단을 해서 명령을 내리는 역할, 영상 처리에 필요한 수식을 담당하는 역할, 마크 인식하는 역할, 보행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역할 등 각자가 맡은 역할이 달랐어요. 모두가 자신이 맡은 역할을 묵묵히 잘 해준 것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밑거름이었던 것 같아요.”


등한시되는 ‘하드웨어’  

사실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ZSTT팀이 마냥 순조로운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그들이 속한 글로벌 미디어학부에는 하드웨어 수업이 거의 없다. 많은 학생들이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쪽을 선호하는 추세다 보니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ZSTT팀의 성과가 더 의미가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아니고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개별적으로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사실 많이 미숙했어요. 1학기 종강한 후에는 매일 10시간 가량을 투자하며 이 대회에만 몰입했었어요.” 하지만 준우승이라는 큰 상을 받았음에도 후배들의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현수막도 걸어놓고, 개강 날 홍보도 하고 교수님들도 수업시간에 우리 팀 얘기를 해주시는데, 지금까지 딱 한 명만 관심이 있다며 연락이 왔어요. (웃음) 그래도 등한시되던 하드웨어 분야에 이런 성과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양지현 박사는 “후배들이 ‘아, 우리도 할 수 있구나’ 라는 마음으로 연락을 줬으면 좋겠어요. ‘혹시나 이 팀에 민폐가 되지는 않을까?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느라 망설이고 있을까 안타까워요.” 라고 덧붙였다.


현대 사회에 최적화된 ‘융합형 인재’

글로벌미디어학부의 전공 수업은 매우 다양하다. 영상, 프로그래밍, 음향, 컴퓨터 구조 등 예술적 소양과 전문 기술을 갖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이 학부의 목표이다. 글로벌미디어학부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궁금했다. “다양한 전공 수업을 듣는 것은 어떤 일을 할 때에 유연한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요. 또, 그렇게 배운 기본 지식들을 융합해서 앞으로 연구, 발전을 하는데 밑바탕으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글로벌미디어학부 학생들은 어떤 주제를 놓고도 자유롭게 토론을 할 줄 알아요. 항상 새롭고 다양한 것을 시도해오다 보니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데 두려움이 많이 줄어든 거죠.” 그들이 직접 느낀 것과 같이 융합 교육은 여러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인재 양성에 적합한 듯하다. 어쩌면 빠르게 발전하는 현대 사회에 가장 최적화된 교육이 아닐까 싶었다.

즐기며 스펙 쌓기

전자정보공학부를 졸업한 정재식 씨는 석사를 마치고 현재 박사과정을 준비 중이다. 전자정보공학부 학회 ‘로보틱스’에서 쌓은 내공으로 ZSTT팀을 이끈 주역이다. “학부시절 공부를 엄청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어쩌다보니 로봇을 접하게 되었고 너무 재밌게 하다 보니 좋은 회사, 좋은 멘토를 만나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저도 지금껏 가르침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이 친구들을 가르치게 됐어요. 요새 아이들이 스펙 쌓기에 급급한데, 자신이 즐길 수 있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일을 찾아 하다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 믿어요.” 현재 글로벌 미디어 학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양지현 박사도 그의 말에 동조했다. “사실 요즘 스펙 쌓기가 불가피하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자신이 나아가려는 방향에서 스펙을 쌓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내가 지금 이걸 꼭 하고 싶은가.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할 필요가 있어요. 사실 자신이 공부하는 학문이 언제 빛을 보느냐는 모르는 일인 것 같아요 하지만 ZSTT 친구들처럼 소신을 가지고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즐겁게 도전하니 이런 성과가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각자의 꿈을 그리다

마지막으로 네 명의 ZSTT 멤버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어봤다. 팀의 막내 정윤상 학생은 꽤나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13학번 동기들과 함께 이미 ‘아트 브릭스’라는 이름의 회사를 창업할 계획이며 학교에서 지원하는 창업 수업을 들으며 다방면으로 지원을 알아보는 중이다. 게임과 하드웨어 아이템 개발이 주된 사업이며 현재 게임 시나리오 작성과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김단희 학생은 IT라는 분야를 다방면으로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고, 신봉경 학생은 하드웨어 분야를 더욱 집중적으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팀장 최동진 학생은 문과출신이라 처음 적응이 많이 어려웠지만 미디어 학부의 본질적인 ‘융합’교육을 중심으로 내공과 경험을 많이 쌓아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멋진 꿈을 이야기했다.

ZSTT팀은 앞으로 있을 2016년 이란 로보월드컵에 참여할 계획이다. 좋은 성과를 이룬 만큼 내년 대회에는 더욱 더 많은 지원을 받아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 ZSTT팀은 글로벌미디어학부 최동진(11), 신봉경(11), 김단희(13), 정윤상(13)과 양지현 박사와 전자정보공학부 졸업생 정재식으로 이루어진 팀이다. 2015 FIRA(세계로봇축구연맹) 국제 로보월드컵에서 종합 2위라는 쾌거를 이뤘으며, 2016년 이란 로보월드컵에도 출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