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이야기하는 청소년 소설가, 이옥수 동문(문창 99)

2016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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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이야기하는 청소년 소설가, 이옥수 동문(문창 99)

[인터뷰 :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6기 정우인(경제학과 14) / jung010_@naver.com]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출신으로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널리 알려진 아동·청소년 문학가가 있다. 바로 이옥수 동문이다. 인터뷰 내내 그녀는 ‘청소년들은 어둠 속에서도 빛을 내는 찬란한 존재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것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강조했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청소년 소설가 이옥수 동문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글쓰기

작가를 처음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는 이옥수 동문의 취미이자 특기였다. “저에게 글쓰기란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글쓰기를 이어나갔어요.”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글쓰기는 이옥수 동문을 자연스럽게 작가의 길로 인도했다.

“대학 재학 시절, 과제로 소설을 쓴 적이 있어요. 다른 친구들의 작품을 보게 됐는데 안타까웠어요. 독자의 입맛에 맞는 글만 쓰는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또 대부분 절망이나 아픔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쓴 책에서만큼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동화로 글쓰기를 시작하게 됐고, 시간이 지나면서 청소년 소설을 쓰게 됐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 자체가 흔한 일은 아니었어요.” 이옥수 동문은 자신의 가난했던 청소년기의 아픔이 청소년 문학을 쓸 수 있게 만들어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작지만 큰 용기와 힘

작가로서 슬럼프를 겪은 적은 없는지 궁금했다. “글쓰기가 워낙 생활화되어 있어서 그런지 특별히 슬럼프라고 할 만한 시기는 없었어요. 그런 제게도 세월호 사건은 큰 충격이었고, 그 후로 2년 가까이 글을 쓰지 못했어요. 그 시절이 슬럼프라면 슬럼프겠네요. 이 나라의 어른으로서 너무나도 아이들에게 미안했어요.” 그렇게 글쓰기가 한참 동안 중단되자, 그녀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작은 연락들이 계속됐다. 그리고 이옥수 동문의 책을 통해 큰 힘과 용기를 얻었다는 독자들의 이야기는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런 고마운 마음들 덕분에 올해 1월부터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구멍 난 키보드 자판

이옥수 동문에게 ‘사람’은 책의 소재이자 중심이다. “사람을 중심으로 해놓고, 크고 작은 소재들을 찾아요. 보통 뉴스나 언론에 나오는 다양한 사건들을 보고 찾아요. 평소 자료를 충분하게 검토하는 편이에요. 일단 소재를 선정하고 나면 그와 관련된 논문들을 다 찾아보고 자료를 모으기 시작하죠. 그 뒤에 인물을 만들고 그 인물이 충분히 무르익은 후에 집필을 시작해요. 보통 장편소설은 2년에 한 권 정도 완성돼요. 계속 쓰고 고치고를 반복하죠. 한번은 컴퓨터 키보드 자판에 구멍이 나서 못쓰게 된 적도 있어요.” 구멍 난 키보드 자판은 이옥수 동문의 노력을 증명해주는 듯했다.

책과 함께하는 삶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사는 삶은 어떨까. “현재 제 인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읽고, 쓰고, 살림하는 것이죠. 책을 읽는 것은 제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눈이 안 좋아져서 이동할 때는 눈 대신 귀를 주로 이용하고 있어요. 휴대폰에 100권정도 분량의 책이 들어있어요. 최근에는 예전에 읽었던 고전들을 다시 읽고 있어요.”

인생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무엇인지 물었다.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좋은 책들이 워낙 많아서 하나만 꼽기는 어렵지만 ‘성경’, ‘노인과 바다’, ‘강아지 똥’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노인과 바다’는 수십 번을 읽어도 다른 시각에서 보여요. 어떤 때는 노인의 시각에서, 어떤 때는 아이의 시각에서. ‘파멸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라는 작가의 말을 항상 새기고 있습니다. ‘성경’이 제 인생의 지침서라면 ‘노인과 바다’는 제 인생의 투지를 불태우게 하는 책이죠. 강아지 똥은 동화지만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해주는 책이에요. 자만심이 들거나 나태해질 때, 민들레꽃을 피워내는 강아지 똥을 떠올리며 제 스스로를 되돌아보곤 해요.”

잊지 못할 날들

숭실대학교 재학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밖에는 봄꽃들이 활짝 피어있던 날이었는데, 눈이 내렸어요. 벚꽃 위에 내린 하얀 눈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4학년 때 처음으로 작품 당선이 되어, 대산문화재단의 창작지원금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죠. 그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옥수 동문은 기억에 남는 일로 ‘내 사랑, 사북’이 올해 3월 연극으로 올라간 일을 꼽았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책은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반면에 1980년에 일어난 사북민주항쟁은 그에 비해 덜 알려졌죠. 그러다보니 책도 많지 않고요. 이 책을 쓰는 동안 강원도 정선을 오가며 많은 인터뷰들을 했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내 사랑, 사북’이 올해 3월 연극으로 만들어졌고,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계획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현재 집필중인 소설은 올해 출간하는 게 목표입니다. 장편 소설을 앞으로도 계속 집필 할 생각이에요. 현재 하고 있는 중·고등학교나 도서관 등에서의 크고 작은 강연들은 힘닿는 데까지 계속 할 생각입니다. 이러한 강연을 통해 ‘청소년 소설 작가’라는 것 자체를 많이 알릴 수 있고,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빡빡한 수업 스케줄 속에서 숨통이 트이는 통로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희망을 책이 아닌 말로 전하는 일 또한 즐겁습니다.”

우리 모두는 다 가장 소중하고 귀한 존재

이옥수 동문은 ‘청소년 소설’로 국내 첫 문학박사를 취득하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청소년 소설가로써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궁금했다. “청소년 여러분, 항상 사람을 귀하게 여깁시다. 사람은 가장 소중한 존재입니다. 기계의 부속품처럼 돌아가는 이 세상 속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항상 힘내십시오!”

숭실대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이 땅의 청춘이자 희망인 숭실대학교 후배 여러분. 끝까지 이 삶을 포기하지 말고 살아주시기 바랍니다. 견뎌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어떻게든지 견뎌봅시다.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에 살아내는 게 고맙습니다. 여러분 모두는 소중한 존재라는 걸 항상 생각하며 힘내시길 바랍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김헌수, 사진제공 : 비룡소)

* 이옥수 동문은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본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고려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산문화재단의 창작지원금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한국문인협회 문학작품 공모 최우수상, KBS 자녀 교육체험수기 대상을 비롯해 2004년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대표 작품으로는 청소년 소설 『키싱 마이 라이프』,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 『개 같은 날은 없다』, 『푸른 사다리』, 『내 사랑, 사북』, 『킬리만자로에서, 안녕』과 장편동화 『아빠, 업어 줘』, 『똥 싼 할머니』, 『내 친구는 천사병동에 있다』, 그리고 저학년을 위한 『엄마랑 둘이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