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농부들 이석무 동문(정보사회05)

2013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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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농부들 이석무 동문(정보사회05)

팜핑(Farm-ping)장 통해 새로운 농장 야영 문화 제시

농식품부 주관 ‘6차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은상 수상

 

[인터뷰: 최한나 홍보팀 학생기자(기독교 09), skyviki@naver.com]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위치한 한 블루베리 농장. 이곳은 젊은 청년 사업가 이석무 대표가 농업전문 경영인의 꿈을 담아 운영하고 있는 농장이다. 2년 전, 블루베리를 첫 삽목하고 지난해 드디어 수확의 감격을 누린 이 동문. 30년 가까이를 도시에서 자란 만큼, 그에게 있어 첫 열매는 참 값진 것이었다.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생활에 익숙했던 그가, 한 해를 꼬박 기다려야 하는 이 수고로운 일에 뛰어든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대학시절, ‘군고구마 장사’ 사업 시작

이 동문은 고등학생 때부터 사업에 대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진취적이며 도전하기를 좋아하는 이 동문에게 사업은 그의 성향에 맞게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최적의 분야였다. 본교에 진학 후, 이 동문은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먼저는 추운 겨울, 친구 한 명과 함께 길거리에서 군고구마 장사부터 시작했어요.” 단순 용돈벌이를 위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어떻게 해야 사업을 보다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연구했다. “기존의 군고구마 장사와는 차별된 특별한 전략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고구마 뿐 아니라, 감자, 밤, 당근도 구워서 팔아보고, 치즈고구마도 개발해서 팔아봤죠. 이런 여러 시도 끝에, ‘군고구마 배달’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군고구마라지만 이 동문은 ‘제대로’ 한 번 팔아보고 싶었다. ‘고구마군’이라는 브랜드 간판을 세우고 잘 만든 전단지로 ‘고구마군’만의 특별한 전략 ‘군고구마 배달’을 홍보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당시 하루 매출이 30만원이 넘어갔어요. 팔아야 할 고구마 양이 늘어나니까 가락시장에서 물건도 떼 오기 시작했죠. 보통은 하루에 많이 팔아야 고구마 2박스 정도인데, 저희는 15박스를 팔았으니까요.”

사업의 꿈 접고, 증권사 취업 준비하기도

“당시엔 제가 농사를 지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되돌아보니, 장사를 통해 제가 처음으로 농업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었네요. 고구마 자체가 농산물이기도하고, 처음으로 이 고구마를 떼 오기 위해 가락시장에도 가봤어요.”그는 장사를 하면서 농산물에 어떤 아이디어가 들어가면 큰 부가가치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농산물의 원료 값이 싸기 때문에 원료에 무언가 변형을 주는 아이템이라면 수익에도 많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뿐만 아니라 군고구마 장사를 통해 브랜드 만들기, 홍보, 원료수급 등 사업의 기초를 배운 그는 휴학 후 두 번째 사업으로‘맥주바’를 운영했다. 하지만 스물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사업을 하며 그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나이가 어리다보니 경험, 인맥이 부족했어요. 제가 하는 일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만드는 것과 같은 기술집약적 사업이라면 나이가 어려도 큰 상관이 없었을 텐데, 사람을 상대해야하는 일이다보니 제 짧은 경험으론 어려움이 있었지요.” 때문에 그는 사업을 뒤로 하고 잠시 취직을 고려하기도 했다. “저도 자격증 공부를 했어요. 금융계 취업을 위해, ‘증권투자상담사’, ‘펀드투자상담사’ 같은 자격증을 따고, 경제동아리를 만들어 공부했어요. 하지만 결국 원서를 내지는 않았어요. 기업 채용 시기가 오기 전에 방향을 바꿨거든요”. 이 동문의 결정은 단호했고 행동은 빨랐다. 한창 공부를 하던 중, 그는 자신이 증권사에 입사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오랫동안 사업을 꿈꿔왔지만, 어느 샌가 적성보다는 시류에 맞춰 흘러가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렇게 그는 사업이라는 묻어둔 꿈에 다시 도전했다.

강남토박이와 농업과의 만남

농업주식회사 ‘젊은 농부들’의 대표 이 동문은 서울 강남토박이다. 학창시절을 모두 강남에서 보낸 영락없는 도시청년이 어떤 이유로 귀농하여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게 된 것일까. “대입을 준비할 당시 저는 어떤 방향으로도 진로가 열려있는 학과에 진학하고 싶었어요. 전문성을 띄지만 동시에 뭐든 할 수 있는 공부를 찾았죠. 그게 바로 사회학과 경영학이라 보고 정보사회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정보사회학과에서의 공부는 실제로 이 동문이 농업 사업을 선택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고전 사회학부터 현 사회 트렌드까지를 다양하게 다루는 전공 공부는 이 동문의 사회를 보는 시야를 넓혀줬다. 그가 농업을 선택한 것도 그가 학부시절 배운 사회의 흐름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한 것이었다. “이전에 했던 군고구마 장사, 맥주바 운영이 대중의 기호에 맞춘 사업이라면, 새로운 사업아이템을 고민할 땐 사회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것을 고민했어요. ‘백세인 시대’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평균 수명이 늘어나다보니 요즘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잘 살 수 있을지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잖아요. 그래서 ‘안티에이징’에 대한 관심도 생겨난 거구요. 이런 흐름에 맞는 아이템을 찾다가 ‘블루베리’를 알게 됐죠.”

믿고 먹을 수 있는 ‘블루베리’ 만들자 생각

노화방지와 혈액순환에 효능이 있는 블루베리는 이 동문의 사업방향과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었다. 과일이지만 건강식품이나 약에 가깝게 알려져 있는 블루베리의 고급 이미지 또한 사업아이템으로서 새롭고 부가가치가 높은 부분이었다. 이 동문은 다음으로 블루베리를 어떻게 사업화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원래 농사를 지을 계획은 아니었어요. 블루베리를 사다가 팔거나 가공하는 정도로만 사업을 구상 중이었죠. 그러다 농사를 짓기로 결정한 이유는 사람들이 점점 더 근본적인 것을 원한다는 사회 흐름을 읽어냈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이 먹을거리가 어디서 왔는지 알고 싶어 하고, 가능하다면 자신이 직접 기른 것을 더욱 먹고 싶어 합니다. 먹을거리에 등급을 매기자면 패스트푸드가 제일 밑에 있겠고, 최상등급엔 자신이 직접 수확한 먹을거리가 위치합니다. 그렇다면 남의 것을 팔기보다는 내가 만든 것을 직접 판매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더욱 신뢰감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젊은 농부들’의 ‘젊은’전략

농업과는 연이 전혀 없던 이 동문은 발로 뛰며 본격적으로 사업 준비에 들어갔다. 블루베리에 관한 모든 책을 읽는 것은 기본이고, 저자를 만나기 위해 땅 끝 해남까지 찾아갔다. 또한 스무 곳의 농가를 방문하여 실제 블루베리 농사법을 체험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농업교육을 수료했다.“이렇게 6개월간 농업에 대해 공부하고 나니, 어느 정도 농업을 보는 눈이 생겼어요. 기본적으로 농업이라 하면 생산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경영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생산이 먼저 이뤄지는 사업은 성공하기가 힘듭니다. 유통망을 뚫어 판매할 곳이 생겼을 때 생산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자본만 많이 투하되어 손해를 보기 쉽습니다. 때문에 저는 유통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준비했어요. 또한 제가 기존 농민 분들보다 농사를 잘 짓지 못하기에 그 외 부수적인 것들에 정성을 들였어요. 잘 만든 농작물을 홍보하고 브랜드화 시키는 작업들이요.” 이 동문은 블루베리의 수확시기인 여름을 지낸 후, 한가한 가을, 겨울에는 절인배추와 같은 때에 맞는 수확물을 유통 판매했다. 물론 포장에도 신경을 썼다. 언젠가는 상품보다도 보라색 박스가 참 예쁘다며 전화해 온 소비자도 있었다. 기존 농업이 가진 오래된 이미지에 현대적인 표현을 덧붙인 ‘젊은 농부들’만의 마케팅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이 동문은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며 농업에 대해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단순히 땅만 파는 일인 줄로만 알았던 이 일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얼마 전 ‘젊은 농부들’이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6차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했습니다. 6차 산업이란 1차 산업인 농수산업과 2차 산업 제조업 그리고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결합된 새로운 산업을 말하는데, 이것이 바로 ‘젊은 농부들’의 모델입니다. 블루베리를 재배(1차)하고 이것으로 주스나 잼, 비누 같은 가공품(2차)을 만드는 체험활동을 제공(3차)하는 것이지요.”

국내 최초, 팜핑(Farm-pinpg)장 운영

농업이 좀 더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이 동문의 철학은‘젊은 농부들’안에 다양하게 녹아들었다. “팜핑(Farm-ping)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팜핑은 ‘Farm’과 ‘Camping’이 결합된 말로, ‘농장야영’을 뜻하는 ‘젊은 농부들’이 만든 신조어입니다. 농장체험과 캠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이죠. 기존의 캠핑장보다는 편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 가족여행, 대학생MT 등을 위한 장소로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농업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하나로 연결시키려는 이러한 작업들을 이 동문은 꾸준히 연구 중에 있다. 현재는 텐트 판매 대리점과 계약도 해놓은 상태이다. 팜핑을 하면서 텐트를 판다면 이것 또한 농업이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농업고등학교와 대학교로 농업의 비전에 대해 강연을 다니며 학생들의 현장실습지로 농장을 개방하고 있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강연을 다니기까지 여러 차례 힘든 일도 겪었다. “홀로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일은 외롭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기도 해요. 하지만 가장 힘들었을 땐 제 자신이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방향성을 잃고 회의감이 들 때였어요.” 이 동문은 농사를 짓던 처음 일 년 동안은‘대학까지 나온 녀석이 농사를 짓는다’고 주위로부터 타박도 많이 받았다. 열매는커녕 아직은 땅만 파던 때라 그는 뭐라 달리 답변할 수조차 없었다. 거기다 첫 해 심은 나무는 경작 미숙으로 다 뽑아버려야 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은 그가 직접 멘토 농가들을 찾아나서 농업기술을 배우며 극복해나갔다. 대신 이 동문은 고구마, 복숭아 등 그분들의 수확물을 판매해주며 상부상조했다. 그 결과 첫 열매는 달았다. 쭉 도시에서 자라왔던 그였기에 첫 열매의 수확은 그만큼 특별했다. “제가 심고 키운 작물이 처음 열매를 맺었을 때의 보람을 잊을 수 없어요. 어떤 성과물을 냈을 때 ‘열매가 달다’라고 말하잖아요. 실제 그 열매를 수확하게 되니 참 벅차더라구요. 육체·정신적으로 고된 이 일을 평생 해 오신 농부 분들에게도 존경심을 가지게 됐어요.”

다양한 직업의 비전을 볼 수 있기를

“우리나라 직업사전에만 이만개가 넘는 직업이 있다고 해요. 그 중 저희가 알고 있는 직업군은 몇 가지나 될까요. 대기업 취직만이 아니라 더 많은 길이 있는데 혹시 남들이 가는 길만을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더불어 소신에 따라 자신의 일을 선택한 사람들의 뜻을 존중해주는 사회적 분위기 또한 형성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마지막으로 농업에 대한 비전을 전했다.“ 사실 농업고등학교 학생들조차, 농업에 종사하려하지 않아요. 천 명 중 백 명 정도나 손을 들까요? 그 중에서도 가업으로 물려받아 어쩔 수 없이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구요. 하지만 농업은‘농촌에서는 준재도 천재가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회가 많고 경쟁이 덜한 분야입니다. 인간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땅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농업에서 할 일은 아직 많이 남아있죠. 몇 개의 직업군 안에서만 자신의 적성을 찾는 것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비전을 볼 수 있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31살의 ‘젊은 농부’ 이석무 동문은 아직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청년이다. 서울에 블루베리 디저트 카페를 열어 직접 기른 블루베리를 판매하며 농업을 홍보하고 싶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농업전문기자를 하며 다양한 농가의 작농법을 배워보고도 싶다. 농사만을 짓는 사람이 아닌 농업을 경영하는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한 이 동문의 끊임없는 시도가 첫 블루베리 열매처럼 반가운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