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기술 다루는 공학도 인문학 필수…경계 깬 융합교육 합니다”

2021년 6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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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장범식 숭실대 총장 인터뷰
│교양교육부터 인문·자연 통섭
│내년 ‘복수전공 의무제’ 계획
│세계 대학과 온라인 학점 교류
│코로나가 학문간 거리 좁힐 것

장범식 숭실대학교 총장이 지난 14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숭실대 베어드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2년 차에 접어든 대학은 단순한 감염병 대응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게다가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크게 줄면서 생존을 위한 혁신은 필수가 됐다.
 
지난 2월 취임한 장범식(64) 숭실대 총장은 ‘숭실다움’을 변화의 방향으로 제시하고 그 시작으로 교양 교육의 대대적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장 총장은 취임식에서부터 디지털 시대 교육수요 창출과 통섭·융합 교육을 강조했다. 장 총장을 만나 대학의 역할과 숭실대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온라인 강의, 대면보다 시간·노력 더 들어

Q. 코로나19 확산 2년 차에 취임했다. 지난해와는 상황이 어떻게 다른가.
A. “지난해에는 여유 없이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강의 업로드에 급급했다. 온라인 강의를 하나 올리는 데 들어가는 시간은 오프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실시간 강의를 개선했고, 제한된 범위에서 학교 수업도 허용됐다. 대학이 스스로 양질의 온·오프라인 교육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Q. 코로나19로 인해 긍정적 변화가 있다면.
“팬데믹 사태가 가져다준 대학의 혁명적 변화는 교류의 폭이 확장됐다는 점이다. 우리는 학점의 획기적 교류를 지향한다. 좋은 프로그램이 다른 대학, 해외 대학에 있다면 그걸 온라인으로 듣고 이수 학점으로 인정하는 세상이 됐다. 온라인 강좌 도입이 대학 교육에서는 춘추전국시대 경쟁을 가져온 것이다. 연구나 교육에 있어서 예전보다 더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교수들에게도 큰 도전이다.”
Q. 많은 대학이 이공계 육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통섭·융합’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의 변화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기술을 다루는 건 결국 사람이고,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 인문학이다. 기술을 이끌 인간의 의사결정에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정, 인간과 윤리에 대한 존중의식이 필요하고 이 부분은 탄탄한 인문학 교육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인문과 이공·자연계가 서로 오갈 수 있는 기본적인 교육은 대학의 교양 교육에서부터 다져져야 한다.”

Q. 교양과목은 어떻게 개편할 계획인가.

A. “수학과 경영학이 결합되고 인문과 IT가 결합되려면 1학년 교양 교육 개편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교양 교육 개편 작업을 하고 있는데, 다양한 학문을 접하게 하고 졸업 전에 인문과 자연을 넘나드는 두 개 이상 전공을 가질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복수전공 의무화를 도입한다. 숭실만이 가지고 있는 ‘숭실다움’을 일차적으로 교양 교육 개편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감동하는 ‘잘 가르치는 대학’을 만들고 싶다.”

 

숭실대는 모든 학생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과목을 필수로 들어야 할 만큼 통일 교육을 강조한다. 장 총장은 “대학이 통일과 밀접한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897년 평양에서 출범한 숭실대는 1938년 일본 신사참배 거부로 자진 폐교했고, 한국전쟁 후에 서울에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Q. 대학생에게도 통일 교육이 필요한가.
A. “통일은 시대적 소명이지만 젊은 층은 관심이 없는 분위기다. 분단 80년을 바라보는데 통일에 대한 문제의식도 없어지고 있지 않은가. 숭실대의 비전은 통일 한국의 시대 정신을 이끄는 인재를 만드는 것이다. 왜 통일이 필요한지 모든 학생에게 가르치고 토론과 세미나를 통해 체험하도록 한다. 교육뿐 아니라 통일에 대한 연구도 앞장서고 있다.”

 

Q, 통일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차별화하나.
A. “기존 통일과 관련된 연구는 주로 정치·행정·외교 분야에 집중돼 있다. 숭실대는 모든 전임교원에게 자신의 전공 외에 통일이나 북한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할 것을 요청한다. 통일 후 북한의 자율주행은 어떻게 될 것인가, 북한의 화학발전은 현재 어느 정도 와 있는가, 사회복지 측면에서 통일 이후 가족 관계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같은 연구가 나올 수 있다. 이런 다양한 학문 분야별 연구가 기반이 돼야 통일이 어느 날 찾아왔을 때 갈등을 줄일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재정지원 늘리고 대학 운영 자율성 보장을

Q.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의 위기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A. “각 대학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을 살려 철저하게 분화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학교가 흉내 낼 수 없는 ‘숭실다움’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근본 이유도 생존을 위해서다. 십여년 째 등록금이 사실상 동결된 상태에서 대한민국의 대학은 학교의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대학이 각자의 방식을 모색하고 살아남을 수 있게 하려면 보다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등록금 인상 동결을 해제하되 다양한 형태의 장학금을 통해 경제적인 문제로 학교를 못 다니는 학생이 없도록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 규제는 과감하게 완화해 대학의 운영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장범식 총장
서울대에서 영어과 학사와 경영학 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로 부임했고 경영대학원 원장 겸 노사관계대학원 원장, 학사부총장을 거쳤다. 코스닥위원회 위원, 한국증권학회 회장,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 주식백지신탁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