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 임재훈 동문(행정 85)

2019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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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 시작에 앞서 숭실대학교 후배들을 위해 간략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숭실대학교 행정학과 85학번 임재훈이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대한민국 20대 국회의원이자, 바른미래당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고요. 국회 상임위원회 중 교육위원회에서 간사를 맡고 있기도 합니다.

 

제20대 국회의원이 되신 지 벌써 1년이란 시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보내셨나요?

정확히는 1년 2개월 되었네요. 남들보다 압축된 기간에 국회의원직을 몰아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제가 의원직을 맡은 지 일주일 만에 국정감사가 시작되었어요. 제가 담당 상임위원회가 교육위원회인데, 특별히 교육위에 대한 소양도 없는 상태에서 국정감사를 마주하다 보니까 밤을 새워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당시 유치원 3법이 최대의 화두가 되던 상황이었는데, 그러한 교육현황들을 밤새워 살펴보았죠. 물론 보좌진들도 함께 고생을 해주었고요. 감사를 끝마치고 나니 피로가 몰려와서 대상포진에 걸리기도 했었지요. 몸은 피곤했지만 엄청난 보람이 있더라고요. 호된 신고식을 치룬 기분이었습니다.

 

국회의원이 되시기 전부터 정치권에 오랫동안 몸 담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정치에 입문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에 유학을 가서 직장생활을 하며 지냈어요. 당시에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14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하시고, 영국에 잠시 유학을 오셨어요.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께서 케임브리지 대학에 오셨다는데, 제가 지내던 곳과 한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였거든요. 전부터 너무도 뵙고 싶었던 분이라 찾아뵙게 되었고, 거기서 인연을 맺게 되었죠.

나중에 김대중 총재께서 한국으로 돌아와 정계 복귀를 하실 때, 저도 따라서 함께 한국으로 들어와 정계에 입문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정치 생활이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의 어린 마음으로는 대통령이 되실 김대중 총재를 따라 들어오니 저도 함께 잘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야당 생활이 정말 어려웠거든요.

사실 영국에 남아있었더라면 편안하게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을 거에요. 그렇지만 정치에 대한 열망이 강했기 때문에, 안온한 생활을 버리고 비전을 좇게 되었어요. 당시 아내와 결혼한지 얼마 안된 신혼 시절이었는데, 정계에 입문해 2년이 넘도록 급여가 없었습니다. 남편으로는 0점이었어요. 집사람이 고생을 많이 했죠. 하지만 저는 정치에 대한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인내하고 버틸 수 있었던 걸 스스로 대단하게 생각해요. 어려운 시기를 함께해준 집사람에게 참 감사하죠.

함께 정치권에 들어온 동료들의 열에 아홉은 정치를 그만두었거든요. 저는 버텼죠. 끝까지 버티고 살아남으니까 강해지고, 살아남으니까 기회를 오더라고요. 그리고 정치권에 들어온 지 25년 만인 작년에 국회의원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정치활동 해오시면서 의원님만의 가치관이나 철학이 견고하게 생기셨을 것 같아요. 이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작년 10월에 국회의원이 되며 선서를 할 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어요. 정치권에 처음 들어올 때에도 그런 마음이었어요. 나라와 민족을 위한 일이 정치라고 말하는데, 그건 너무 거창한 이유인 것 같아요. 사실은 국민들의 평범한 눈높이에 맞추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국회의원들은 입법으로 자신의 행보를 보이는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입법을 하는 것. 그게 저의 소신이자 모토입니다.

 

요즘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계신 사회문제나 안건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일단은 탈북민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특히 탈북민 초중고 학생들 문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이 절대적 수가 많은 건 아니다 보니, 정치인으로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라고 말하는 분들도 계시죠. 하지만 이들이 한국 사회의 건전한 일원으로 원만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국회의원 입장에서 도와야겠다고 생각해서 법안과 제도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일반 대학생들의 중도 자퇴/이탈율이 2.8% 정도인데 반해, 매년 3-400명 가량 대학에 입학하는 탈북민 대학생들의 중도 이탈율은 두 배에 달해요. 그만큼 적응을 어려워한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학생들을 잘 돌보아서 꿈과 비전을 키워나갈 수 있는 제도적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관심사는 제 개인적인 체험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 제가 슬하에 둔 3남매 중 큰 딸과 큰 아들이 입양한 탈북민 아이들이에요. 우리 딸과 아들로 인해서 이러한 열악한 상황을 알게 되었고 관련 문제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사실 숭실대학교도 평양에서 출발하기도 했고, 현재는 통일 교육을 선도하고 있는 대학이기도 해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어떤 방향으로 도울 수 있을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탈북민 학생들이 2,670명 정도 됩니다. 그 중 42%만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북한 출생 탈북민들이에요. 나머지 58%의 1,530명 가량은 중국이나 라오스 같은 제3국 출신의 북한 이탈 주민들입니다. 주로 탈북한 어머니와 타국민 사이에서 태어난 경우입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이들을 탈북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그냥 재외국민으로만 취급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정상적인 탈북민 보호나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 분들에게도 동등한 대우와 지원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해요.

예를 들어서 제3국 출신 탈북민들은 한국에 들어와 있더라도,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해요. 중국인 아버지를 두고, 중국에서 태어났는데 한국어를 잘 할 순 없죠. 그런데 이런 분들도 병역은 이행해야 해요. 적응할 수가 없죠. 이런 문제들을 해결 하고자 하는 겁니다. 탈북민들에 대한 감독 차원이 아니라, 관리를 지원하고 정착에 도움을 줘서 꿈과 비전을 키워나가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사회에 3만 4천여명의 탈북민들이 있고, 타국에 유리・방랑하는 탈북민들도 7-10만명이 되어요. 이러한 거대한 공동체를 우리 사회가 한 식구로 받아들이면, 남북통일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숭실도 평양에 최초로 세워진 민족학교잖아요. 그 때의 정신을 살려서 탈북민을 보호하고, 통일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또 다른 관심 안건에는 무엇이 있으신가요?

다음으로는 학교 폭력으로부터의 학생들의 안전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폭력이라는게 여러가지 형태로 존재하거든요. 학생들 사이의 물리적 폭력 뿐이 아니라, 이에 더해서 보이지 않는 위험들도 존재해요. 노후된 학교 건물에 존재하는 석면, 라돈과 같은 유해 물질들이 이러한 경우인데, 누적되어 쌓이면 나중에 치명적인 병을 유발하는 독극물들이에요. 이와 같은 유해환경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법안을 많이 발의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학교의 구성원 중 영양사나 보건교사, 혹은 일반 직원과 같은 일반적 관심 밖에 계시는 분들의 권익을 신장시키는 법안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사실 교육 현장에는 학생이나 교사 외에도 다양한 구성원들이 존재하는데, 수가 많지 않다보니 권리 보호의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이 많거든요.

 

유해환경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법안을 많이 발의하고 계시다고 한 만큼, 학교 구성원 모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무척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어떤 사안을 수요 이슈로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현재 교육부에서 2027년도까지 약 3조원이라는 상당히 큰 예산을 들여서 전국에 있는 학교의 석면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하려고 해요. 사실 이 석면 해체하는 작업 프로세스가 무척 복잡합니다. 방진복으로 완전 무장하고 진행되는 고난도 작업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석면을 어떻게 제거하도록 할지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이 존재합니다. 철거업체, 학부모, 시민단체, 학교관계자 모두가 이 가이드라인이 준수되는지 철저하게 점검해야만 하는데, 현재는 이것이 권고사항에 불과해요. 이걸 잘 지켜주면 좋은데, 업체 입장에서는 가이드라인을 잘 따르면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에요. 학생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문제인데도 준수 실태를 보면 심각합니다.

그래서 이 가이드라인 준수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까지 할 수 있는 의무적인 규정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어렵지 않게 통과될 것이라 믿습니다. 아이들의 안전 문제인데 여야가 어디 있겠어요.

 

현재 국회의 교육위원회 간사로 계신데, 고등교육이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대학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요. 사실 대학교에 관련하여 한국 사회가 큰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교육부 계획에 따르게 되면, 내후년까지 지방에 위치한 38개 대학이 폐교될 예정이에요. 학령인구가 줄어드니까 대학 정원이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수도권 중심으로만 대학이 몰리게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몇몇 지방 거점 국립대학 외에는 농촌 지역 대학은 황폐화될 거에요. 저는 이 문제가 한국의 경쟁력을 낮추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대학들을 아무런 대책 없이 없애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인근 대학으로 편입할 수라도 있지만, 교수나 교직원들은 어디로 갑니까. 또 대학교는 커다란 상권이고 경제권이기도 해요. 학교 인근의 서점, 카페, 음식점들 모두 대학생들로 인해 생계가 영위되는 곳들인데, 학생들이 빠지게 된다면 그 지역의 경제는 초토화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방안은 국립국제교육원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들을 유치하는 겁니다. 양질의 유학생들을 유치하게 되면 교육의 질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현재의 통계를 보면, 중국 등의 국가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들의 이탈율이 높은 편이에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뿐 아니라 지자체까지 가담하여 한국 사회와 대학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임재훈 동문님의 숭실대 생활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어요. 동문님의 대학 생활은 어땠나요?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학교 다니던 시기는 격변의 민주화 투쟁의 시대였지요. 데모가 하나의 삶인 시절이었어요. 저는 운동권 학생은 아니었지만 사회현실 문제에 대해 많은 토론을 했던 기억이 나요. 대학 생활 당시에 책을 참 많이 읽었어요. 도서관을 통해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책을 읽었었고, 이러한 경험들이 지금에 이르는 정치 활동을 하는 데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영어 공부도 열심히 했던 것 같네요. 제가 자그마한 포켓용 사전을 들고 다니면서 통째로 외우곤 했어요. 앞 뒤로 백 번씩 읽으니 외워지더라고요. 특별히 누가 저에게 영어 공부를 시켰던 건 아닌데, 스스로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했던 것 같아요.

 

숭실대학교 대학생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해보고 싶으신 게 있으신가요?

사실 특별한 건 없어요. 후회가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커서 보니 교우관계가 참 중요한데, 대학교에서 평생을 함께할 친구를 많이 만났기 때문에 무척 행복합니다.

 

동문님께 숭실대학교란 어떤 의미인가요?

자랑스럽죠. 프라이드가 있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닐 때에는 우리 학교가 미약하다 하는 평가가 있었기도 했지만,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고 나서도 숭실대 출신이라는 게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숭실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대학교에서 돈독한 우정을 나눈 친구들을 많이 얻었습니다. 많은 동문들과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고요. 덕분에 학교 다닐 때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내내 즐거웠어요. 학적은 평생 따라다니는 거잖아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대학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자신의 미래에 대한 목표가 뚜렷하고, 스스로 열심히 준비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충분히 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학업에 열중하며 꿈을 위해 나아가는 숭실대학교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3가지 조언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영어를 포함한 한 두개의 언어는 강한 의욕을 가지고 배웠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취업을 위한 어학 점수가 아니라, 세계화・국제화 시대에서 언어능력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즐기면 금방 늘어나는 것이 언어니까, 외국어 능력을 위해 부단히 투자하고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로는 책을 많이 읽으시길 바랍니다. 대학생활의 다른 많은 것들도 좋아요. 연애도 좋고, 교우관계도 좋고, 공부도 좋지만, 독서를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책에 대한 욕심은 많을 수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메모하는 습관입니다. 저는 항상 수첩을 들고 다니며 메모하는 저만의 습관이 있어요. 지금 당장은 심각해도 일주일이 지나면 생각나지 않는 일이 많잖아요. 망각의 동물이니까 당연한 겁니다. 이러한 것들을 메모해두는 습관을 들이면, 나중에 확인하면서 무릎을 칠 때가 많아요. 그 날의 일기 형식으로라도 몇 자 적는 것이 굉장히 인생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디지털 기기도 좋지만, 아날로그도 괜찮아요. 저는 집에 이러한 수첩이 25권 있어요. 우리 후배님들도 각자 다양한 방법과 생각이 있으시겠지만, 인생의 선배로서 권유하고 싶은 좋은 습관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2019년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앞으로 의원님의 계획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정기국회가 막바지인데, 여러가지 개혁 입법들,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할 수 있는 입법들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진력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 계획입니다.

또 제가 바른미래당의 국회의원이자, 사무총장이기 때문에, 당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에 소명감을 가지고 노력할 예정입니다. 모교 숭실대학교의 황준성 총장님처럼, 저도 당의 총장으로 당의 살림을 총괄해 맡고 있거든요.

마지막으로는, 개인적인 목표이지만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에서 재선이 될 수 있도록 강한 의욕을 가지고 노력할 계획입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나온 지역이기도 한, 경기도 안양의 평촌 신도시에서 도전을 하고자 합니다.

 

 


[인터뷰 :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9기 이상협(국어국문학과 13) / leea135@naver.com]
[사진촬영 :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9기 권재영(영화예술학부 15) / kjy2511621@naver.com]
[카드뉴스 :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9기 안휘영(정치외교학과 18) / gnldud1218@naver.com]
[영상촬영 및 제작 :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9기 권재영(영화예술학부 15) / kjy25116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