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한 어시스트, SBS 축구 해설위원 박문성 동문(회계 93)

2019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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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한 어시스트, SBS 축구 해설위원 박문성 동문(회계 93) 

 


 


 

[인터뷰: 류지희 홍보팀 학생기자(영어영문 12), zhee.ryu@gmail.com]

 

“희망은 깨어 있는 사람들의 꿈입니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갑니다.” 박문성 동문의 책 <사랑한다 내 꿈아>의 한 구절이다. 지금껏 좋아하는 일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고, 앞으로의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는 SBS 축구 해설위원 박문성 동문을 상암동 SBS에서 직접 만나봤다.


사람을 좋아했던 학창시절

개인적으로 자신의 학창시절이 특별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그였지만, 박문성 동문은 회계학과 학생회, 총학생회 부 학생회장으로 활동했을 만큼 학교 일에 열정적이었다. 등록금이 오르면 학생들을 대표해 학교와 싸우기도 하고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다. 다만 하지 않았던 것이 있었다면 전공인 회계학 공부라고 말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바로 수학인데, 회계학과에 입학하고 전공 책을 펼쳤더니 온통 숫자들로 가득했어요. 공부와는 별로 친하지 않았고, 대신 사람을 좋아했던 학생이었어요.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함께 여행을 떠나길 즐겼어요.”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 한 때 보컬 활동을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 음악을 접었다고 한다. “가수는 나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꿈을 접었어요. 하고 싶은 것을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하다가 안 되면 접는 것도 용기 아닐까요?”

 

축구 전문기자가 해설위원이 되다 

4학년이 된 그에게도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 찾아왔다. 평소 글쓰기를 좋아했던 박문성 동문은 기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한 선배가 요즘은 기자도 평범해서는 안 되는 시대라고 말해주더라고요. 기자는 사실 조금씩 모든 분야를 알아야하는 직업인데, 세상이 점점 전문화·파편화 되면서 필요한 기자의 양상도 변하게 된 것이죠. 전문적인 분야에 특화된 전문기자를 꿈꾸던 중, 제가 좋아하는 축구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었어요.” 언론사 학원을 다니던 중 학원의 추천을 받아 축구 매거진 <베스트 일레븐>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날 당장 면접인줄도 모르고 슬리퍼에 반바지를 입고 갔는데, 편집장이 그의 헐렁한 옷차림에서 스포츠 잡지에 걸맞은 자유로움을 발견했다는 웃지 못 할 일화도 있었다고 한다.

혼자 쓰는 글과 누군가에게 구체적인 비용을 지불받고 쓰는 글은 책임감의 무게부터가 다르다. 글을 통해 축구를 심도 있게 알아가고, 축구 전문기자로 역량을 키워가던 그에게 아주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KBS 라디오에서 처음 축구 중계를 했어요. 녹음을 해서 들어보고 다시는 방송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처음이라 많이 떨기도 했고 실수도 많이 했어요. 정말 부끄러운 기억이에요.” 그 이후 한국에서 개최된 2002이 월드컵으로 사람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방송에서는 축구를 중계할만한 사람들이 많이 필요해졌다. MBC에서 월드컵 중계를 했고, 이후 경인방송에서 송종국, 설기현 등 해외 진출 선수들의 경기를 해설하며 커리어를 쌓았다. 박문성 동문은 자신이 시대를 잘 만난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몇 가지 우연과 나의 선택이 운 좋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20대부터 해설을 시작해서 남들보다 빨리 경력을 쌓게 되었고, 하는 일에 흥미와 자부심도 느꼈어요. 그런 길을 쭉 걸어오게 된 것이죠.”

 

비선수 출신 해설위원

축구 선수로 직접 필드를 뛰어보지 않은 박문성 동문이 축구 해설을 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을지 궁금했다. “선수시절 커리어와 그 나머지 영역은 다른 커리어라고 생각해요. 첼시의 무리뉴 감독은 선수가 아니었고, 2002년 4강 신화를 이끈 히딩크도 선수 시절에는 무명이었어요. 물론 선수 출신은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이고 해설과 세밀한 상황설명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요. 그런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이 배우고 뛰어다니며 노력했어요. 선수출신이 아닌 것이 축구 해설을 하는데 불편할 수는 있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의 노력 덕분에 박문성 동문의 해설은 탄탄한 이론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매끄럽게 중계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대학이나 출신 지역이 현재의 나를 규제할 수 없듯이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어요.”


축구 중계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포털사이트에 박문성이라는 이름을 검색하면 많은 학생들이 박문성 동문의 길을 걷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이미 축구 중계에 있어 다른 사람의 롤 모델이자 ‘꿈’이 된 것이다. 축구 중계를 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물어봤다. “축구 해설위원은 사실 ‘알음알음’으로 되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 SBS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중계권이 확대되어서 중계할만한 친구를 찾아보고 있는데, 방송국에서 따로 공개 채용을 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축구 쪽에서 무언가 일을 하고 있어야 해요. 축구 기자, 축구 팀 운영, 지도자 등이 있겠죠.” 박문성 동문은 지금도 일주일에 2-3번 네이버에 글을 쓰고 있다. 대부분의 해설위원들이 다른 일을 겸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해설위원이 되면 바우처로 출연료만 받는 경우와 전속계약을 하고 연봉을 받는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어떤 경우든 대개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 하는 경우가 많아요.”

박문성 동문은 방송이 가진 양면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글은 쓸 때는 오래 걸리지만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반면, 방송은 속도감이 빠르고 한번 뱉은 말을 취소할 수 없다는 점이 힘들어요. 중계 경력이 벌써 13년이니 기술적으로 떨리지는 않지만 매번 쉽지만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서툴러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를 하고 축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후회하지 않기 위한 ‘도전’

5포 세대, 7포세대 등 요즘 시대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한다. 박문성 동문은 꿈꾸는 것이 사치로 여겨지는 시대를 사는 후배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우리에겐 모두 꿈을 꿀 권리가 있어요. 당장 취업하고 돈을 벌어야하기 때문에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후배들이 너무 안타까워요. 항상 꿈을 꾸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꿈꾸는 자만이 자신의 발전을 위해 행동하는 법이거든요.” 이어서 그는 현실적인 조언 또한 덧붙였다. 꿈을 꿀 때에는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것이 가치가 있는 일인지를 생각해야한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달라요. 축구를 좋아한다고 해서 잘하지 못할 수도 있고, 축구를 잘하지만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죠. 좋아하는 것은 무엇을 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이자 열정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도전하세요. 물론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을 거예요. 하지만 최소한 인생을 살면서 도전도 하지 못했다는 후회는 남지 않겠죠.”

박문성 동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우선 지금 하는 일을 더 잘하는 것이 목표에요. 기회가 된다면 학교 축제에 놀러가 후배들과 스스럼없이 술 한 잔 하고 싶어요. 은퇴 후에는 닭을 기르며 세 딸과 사위들을 대접하고, 작은 축구팀을 운영하며 어린 친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기도 해요.” 이제는 명실상부 축구 해설계의 대표주자가 된 박문성 동문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 꿈을 향해 전진하는 그가 펼칠 더욱 멋진 활약을 기대해본다.

* 박문성 동문(회계93)은 99년 숭실대학교 회계학과 졸업 후 축구 매거진 <베스트 일레븐>에 입사했다. 2002년 MBC 방송에서 월드컵 중계를 시작했고, 이후 경인방송에서 해외 축구 중계를 했다. 현재 SBS 축구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네이버에서 축구 관련 글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