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근 총장 중앙일보 인터뷰

2011년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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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가 20위 점프 … 숭실대 비결은 교육 수출”

[중앙일보] 입력 2011.11.02 03:00 / 수정 2011.11.02 10:36

대학 경쟁력을 말한다 – 숭실대 김대근 총장

서울 상도로에 있는 숭실대 캠퍼스에는 학생회관과 운동장 조성 공사가 한창이었다. 김대근(64) 총장은 1일 “학생 만족이 가장 우선하는 교육 목표”라며 “3년 새 대학평가 순위가 20단계나 뛰어올라 경쟁력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내다팔듯 대학은 교육을 수출해 국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베트남·필리핀·인도·캄보디아 등으로 교육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설립자(윌리엄 베어드) 이름을 딴 ‘베어드 홀’ 총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지구촌 인재 육성을 강조하는 숭실대는 어떤 대학인가.

 “114년 전 미국인 선교사 베어드가 평양에 숭실학당을 열었다. 농촌을 계몽하고 선진 과학교육을 할 인재가 한국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1906년 국내 최초의 4년제 교육과정을 선보였고, 신사참배에 반대해 38년 자진 폐교했다가 54년 다시 문을 열었다. 그때는 국가 재건과 경제부흥이 중요했는데, 당시 인재들이 현재의 한국을 만들어 냈다. 숭실대는 우리나라 역사와 맥을 같이해 왔다.”

 -대학 역사에 비해 외연을 넓히지 못한 것 같다.

 “국내 대학 간 경쟁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 돌파구를 마련했다. 2009년 중국 선양에 한국어학당을 세운 것을 시발로 지난해는 인도의 극빈 마을 하누당가에 빈민 아동을 위한 ‘숭실리빙워터스쿨’을 건립했다. 올 7월에는 필리핀에 양국 청소년들이 교류할 수 있는 센터를 열었다. 베트남에는 전문대 과정의 정보기술(IT) 교육센터가 운영을 앞두고 있고, 호찌민시 인근 신도시에 베트남 분교 설립도 추진 중이다. 베트남산업대와 공동으로 현지 5곳에서 진행하는 숭실대 MBA 과정에는 정부 관료와 군인, 기업가 등 현지 지도층이 수십 명씩 다닌다.”

 -해외 진출로 어떤 경쟁력을 키울 수 있나.

 “국내법상 학교 재정은 외국으로 한 푼도 가져갈 수 없지만 마인드를 바꾸니 길이 생겼다. 현지 사회에 기여할 필요가 있는 기업과 손잡고 교육시설을 만들었다. 재학 중 한 학기는 해외에서 공부하거나 봉사하면 학점을 인정해 주는 ‘7+1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구촌 이웃과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외국 인재들이 친한파(親韓派)가 되니 국가와 대학 경쟁력이 모두 높아진다.”

 -2012년까지 ‘학생이 만족하는 강한 대학’을 만들겠다는 개념은.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42위(2009년)→32위(2010년)→22위(2011년)로 발전했다. 인문사회 교수 1인당 논문 수가 올해 전국 7위를 기록하는 등 연구 역량도 향상됐다. 가고 싶은 대학, 입학 후 자긍심을 갖게 되는 대학, 졸업 후 자랑스러운 대학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교수생활 27년간 안식년을 한 번밖에 가지 않았다. 교수들이 스트레스를 받겠다.

 “(웃으며) 사정이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총장으로서 욕먹을 자세는 돼 있다. 올해부터 교수 연구실적, 강의평가 점수, 취업·진학률, 다른 대학 학과와의 비교 등 각종 지표로 모집단위를 평가해 정원을 조정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학과 간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연구하지 않는 교수는 동료와 학생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2013학년도부터 하위권 학과의 정원이 줄어들 수 있다.”

 -IT 분야 강점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지식경제부가 한국판 ‘제2의 스티브 잡스’ 10명을 선정했는데, 우리 학생 2명이 포함됐다. 1년간 300여 명을 지원받아 그중 10명을 뽑은 것이다. 두 명은 4학년과 휴학생인데 소프트웨어 실력이 대단하다. 역사적으로도 숭실대는 IT가 강하다. 1960년대 미국 IBM 계산기를 국내 대학 최초로 들여왔고 전자계산연구소도 설립했다. 단과대로 IT대학이 있고 IT정책대학원이 있는 것도 유일하다. 5년 내 7명의 스타 교수와 연구소 배출, 세계적인 원천기술 6개 보유, 정부·기업에서 대형 연구과제 7개 수주 등 ‘767 전략’을 통해 IT강점을 이어가겠다.“

 -이명박 정부의 대학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운신 폭이 좁다. 정원·입시·재정 등 여전히 모든 것을 간섭한다. 건물 하나 지으려 해도 민원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못 짓게 하지 않는가. 대학은 자율을 원하는데 정책은 그렇지 못하다.”

인터뷰=양영유 정책사회 데스크
정리=김성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숭실대 김대근 총장=1947년 제주생. 숭실대 경영학과를 나와 서울대 대학원과 건국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84년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를 시작으로 학생처장, 경상대학장, 대학원장, 대외부총장 등을 거쳐 2009년 제12대 총장에 취임했다. 안익태기념재단 이사장과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두 아들과 조카를 모두 숭실대에 보낼 정도로 뼛속까지 숭실인이라는 평. 고교생 때 영양실조로 쓰러진 뒤 건강을 챙기려 취미로 배구를 하다 전국체전 출전도 했다. 산책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