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베어드학부대학, 학생들의 부모님 평전 책으로 출간
"부모님을 알아가며 나를 발견하고 사랑을 고백했습니다"…총 45편 수록
학생들이 부모님의 인생 평전 작가가 돼 쓴 글들이 한권의 책으로 엮여 나왔다.
부모님을 더 이해하고 부모님과 더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자 본교 베어드학부대학(학장 정달영)이 작년 5월 가정의 달을 전후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모님 평전 공모전’의 최종 심사대상작 45편을 모아 지난 달 책으로 펴낸 것이다.
평전은 학생이 부모님과 대화를 나눈 후 그들의 인생을 일대기 형태로 자유로이 기술하고 여기에 자신의 생각을 감상문 형태로 가미해 쓰도록 했다. 천여 명의 재학생들이 응모했고 한결같이 ‘진솔하고 따듯하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글들중 여러 차례의 심사를 통해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가작 등 5편을 뽑아 시상하기도 했다.
베어드학부대 이광진 교수는 "학생들이 평전 쓰기를 통해 부모님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근원과 본질에 대해 돌아보고 평소 하지 못했던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MBC 라디오와 SBS TV 등 공중파 방송에서도 본 책의 발간소식을 다뤘는데 특히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는 평론이 수록된 학생 중 벤처중소기업학과 전하연 학생이 전화인터뷰이로 직접 출연, 부모님 평전을 써본 소감, 글의 주인공으로 아버지를 정한 사연, 책을 읽으신 부모님의 반응, 평론에 미처 담지 못한 부모님께 전하는 속마음 등을 들려주었다. (☜ 내용듣기)
홍보팀 (pr@ssu.ac.kr)
※ KBS 9시뉴스(2014. 4. 6일자) 보도영상 시청하기
§ 더 자세한 책소개
▶ 엮은이의 글 (베어드학부대 이광진 교수)
1) 우리는 종종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내’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궁리한다. ‘나’의 근원과 본질에 대한 호기심은 기실 싱겁기 그지없다.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비롯했으며, 부모님의 영향력 아래서 자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우리는 부모님에 대해 그다지 관심 갖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는 부모님을 잘 모른다. 부모님은 ‘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부모님 평전을 계기로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평전 모음집은 우리가 부모님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들, 알고 싶지 않았던 것들을 발견해가는 과정과 결과물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부모님은 우리가 첫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우리를 늘 지켜봐왔는데, 우리는 이제 부모님을 알아가는 첫 걸음을 겨우 떼었다. 이 책에 실린 평전들 대부분이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은 부모님을 향한 학생들의 고백에 가깝다. 늘 옆에서 돌보고 살펴주시는 부모님께 살가운 말 한마디 꺼내기가 수줍던 학생들이 사랑을 고백한다. 몇 페이지의 글로 다 적을 수 없었던 것, 그 고백이 잘 전달되기를, 또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2) 이 책을 읽으면 우리네 부모님의 삶과 이야기에 얼마나한 깊이가 있고 울림이 있는지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학생들의 글을 엮으면서 수정하거나 변형하는 데에 신중의 신중을 기했다. 평전들을 읽고 또 읽으면서 미소를 짓기도 하고 대소를 하기도 했다.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먹먹해져서 어쩔 줄 몰라 하기도 했다. 이 책에 담긴 어마어마한 역사와 복잡한 감정과 크나큰 사랑 앞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게 된다. 우리 학생들과 부모님들의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다. 모쪼록 그 깊이와 울림이 점점 더 해 가기를 바란다.
3) 아마도 우리 부모님들은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세상에 평전을 남기는 위대하고 훌륭한 사람들에 비해 보잘 것 없어보일지도 모른다. 또 얼핏 겉보기에 우리네 부모님의 삶은 성공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옆에서 지켜 본 부모님은 그 누구보다도 특별한 삶을 살고 있다. 학생들은 평전을 쓰면서 부모님의 삶 면면을 관찰하고 그 의미를 고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진짜 특별한 무엇을 발견했다. 이제 이 책에 빼곡히 담겨 있는 특별한 무언가를 독자들이 스스로 발견하기를 바란다.
4) 모든 부모님 평전이 예쁘고 따뜻하기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몇몇 글에는 슬픔이 배어나기도 하고 아픔이 묻어나기도 한다. 또 어떤 글에서는 부모님에 대한 걱정이 가득하기도 하고 짜증이 삐져나오기도 한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만으로 충만하고 완전하다면, 그것보다 더한 행복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때때로 우리는 부모님이 답답하기도 하고 밉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런 마음을 숨기고 부정하는 게 능사는 아닐 터. 부모님 평전에서 그 속내를 드러낸다고 해서 탓하고 싶지 않다.
▶ 본문 중에서
1) 그리고 그녀에게 묻는다. 당신의 인생은 어떠했냐고. 그녀는 나에게 말한다. 별거 없는 다들 사는 평범한 인생을 살았다고. 난 그녀에게 말한다. 아니요. 당신의 인생은 누구보다 빛이 났어요. 어려운 상황에 처해진 사람을 보면 먼저 손을 내밀고, 자신이 아무리 힘들어도 주변 사람을 생각해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여 나아가셨죠. 어려운 상황에도 자신의 꿈을 놓지 않으셨고, 저에게 주신 것처럼 상냥한 미소로 아이들을 가르치셨죠.
– 당신의 인생은 누구보다 빛이 나요(건축학과 1학년 박상우: 가작 수상)
2) ‘탁, 스윽, 탁, 스윽.’ 오늘도 조용한 거실에 아빠의 발 걸음소리가 잔잔히 들려온다. 문득 ‘탁’ 하는 소리는 아버지가 꿈을 꾸는 소리이고 ‘스윽’ 하는 소리는 그 꿈을 위해 자신과 싸우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의지와 노력. 꿈과 끈기. 이 네 단어보다 나의 아버지를 잘 표현 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나의 아버지의 작은 모습과 큰 모습을 나는 모두 알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작고 또 크다. 다만 나의 아버지는 한쪽이 많이 작고, 한 쪽이 많이 클 뿐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본 나의 아버지는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분이다.
– 크고 작은 나의 아버지(벤처중소기업학과 전하연)
3) 꾸밈없이 즐겁고 당차게 살아가는 그녀를 볼 때면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든다. 크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위축되기 마련인데 해순 씨는 전혀 그렇지 않다. 언제 어디에서나 자신감이 있고 당당하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하던지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해낸다. 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걱정해주고 조언해주는 따뜻함과 지혜가 있다. 바다처럼 깊고 넓으며 시원한 느낌을 주는 그녀가 나의 어머니라는 것이 늘 자랑스럽다. 나의 인생 선배인 그녀의 인생을 길잡이 삼아 꾸밈없는 모습으로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 앞으로의 그녀의 인생은 더 빛이 날 것이다.
– 열정의 해순씨(경영학과 서지선)
4) 비를 맞는 사시나무도 충분히 온화한 햇살을 받을 가치가 있다. 아직 죽지 않은 누군가의 인생을 평하는 것은 너무도 두려운 일이다. 특히나 그 평가의 대상이 자신과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욱 겁이 나는 건 당연하다. 비단 이런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그 혹은 그녀의 인생을 한낱 한 뿌리의 나무 정도로만 바라보는 오류를 저지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금부터 나를 존재하게 했던, 그리고 그토록 두려웠던 한 인물의 일대기를 그릴 것이다. 맹랑할 만큼 주관적이며 시릴 만큼 야속할지도 모르겠다.
그는 수많은 시간들을 아름답게 사용하지 못했고 그 결과 현재 그의 삶을 살게 됐다. 그렇다고 그가 불행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가족들과 마찰 없이 청빈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그의 청춘을 애도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안타깝지만 그는 자신의 치즈가 사라질 때에도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굳게 믿고 있었다. 그가 나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짧지만 명확하다. ‘청춘은 낡지 않는다. 다만 완고해질 뿐이다.’
나는 그의 삶을 앞으로도 더 관찰할 것이다. 그에게 남은 치즈는 이제 사실상 거의 없지만, 그는 치즈가 아닌 다른 것을 추구하려는 모습을 서서히 보이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그의 삶에 있어 마지막일지도 모를 가능성이 될 수도 있다.
– 누가 그의 치즈를 옮겼을까? (정치외교학과 1학년 민성준 : 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