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 박물관 ‘텬로력뎡 삽도’ 발간

2010년 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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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2장면> 그림 오른쪽에 기름을 불에 붓는 이가 예수(Christ)이다. 예수를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인자할 데 그지없는 한국인의 모습으로 표현하였다. 12장면(왼쪽 그림)의 크리스천과 천사의 모습 역시 고전적인 한국인 묘사법이다.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 '텬로력뎡 삽도' 발간


도포 입고 갓끈 맨 예수…외래 종교 주체적 수용 흔적




“한국 기독교미술의 효시이자 한국 최초로 예수상이 수록된 <텬로력뎡 삽도> 영인 해제본은 주체적인 기독교 수용사의 중요 자료입니다.”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관장 최병현)이 최근 소장하고 있는 국내 유일본인 김준근의 ‘텬로력뎡 삽도’를 해제한 영인도록을 펴냈다.




이 책에는 조선의 마지막 풍속화가로 일컬어지는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의 삽화 42점이 실려 있다. 이는 현존하는 한국 기독교 미술의 시원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조선 후기 회화사에서도 큰 중요성을 지닌다. 이 그림들만 따로 모아 목판으로 인쇄한 <텬로력뎡 삽도>도 발간됐는데,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이 소장 중이던 이 책을 영인 해제본으로 새로 발간했다.


 


<제19,20장면> 『천로역정』의 주인공인 크리스천이 아름다운 궁전에 사는 여성들의 도움을 받아 무장한 후 멸망의 도시의 주인인 아폴리온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다. 크리스천을 한국인 모습으로, 아폴리온을 서양의 악마 모습으로 묘사하였다.




<텬로력뎡 삽도>에는 조선의 갑옷을 입은 주인공 크리스천과 사찰벽화의 비천상을 연상케 하는 천사가 등장한다. 예수도 도포에 갓끈을 맨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최병현 한국기독교박물관장은 “<텬로력뎡 삽도>의 표현 방식은 한국의 고유 문화에 바탕을 두고 외래 종교인 기독교를 주체적으로 수용했다는 견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텬로력뎡(天路歷程)>의 원작인 존 번연의 <천로역정>은 17세기 영국 청교도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자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기독교 서적으로 꼽힌다. 주인공 크리스천이 '멸망의 도시'를 떠나 '하늘의 성'으로 가면서 고난과 좌절을 이겨내는 구원의 여정이 줄거리다. 이 책은 1895년 미국인 선교사 게일에 의해 <텬로력뎡(天路歷程)>이라는 제목의 한글본으로 번역돼 구한말 복음 전파에 크게 기여했다. 홍보팀(pr@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