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출판기획인·편집장·저자로 활약하는 이범진 동문(기독교 01)

2013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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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착한 인재를 기다린다’

기자·출판기획인·편집장·저자로 활약하는 이범진 동문(기독교 01)      

[인터뷰: 최한나 홍보팀 학생기자(기독교 09), skyviki@naver.com]

도서출판 ‘꿈꾸는 터’의 편집장이자 글쟁이로 살고 있는 이범진 동문.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 수상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의 책 ‘세계는 착한 인재를 기다린다’가 나왔다. 이 책은 이 동문이 저자로 참여하고 김정태(‘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의 저자)가 기획했다. 푸르덴셜사회공헌재단(이사장 손병옥)이 우리 사회를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을 만나며 느낀 기록들을 담고 있다. ‘숨 막히는 경쟁사회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착한행동들이 여전히 유효함을 말해주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이 동문의 삶은 책에 나타나있듯 ‘착한’ 대안적 삶으로 가득 차있었다.

‘꿈꾸는 터’에서 꿈을 꾸다

이범진 동문의 첫 번째 저서는 "개開독교를 위한 변명’이다. 2007년, 기독교가 사회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을 당시 쓰인 책으로, 기독교학 전공생으로서 느꼈던 기독교에 대한 고민들이 담겨있다. "과 안에 기독교에 대해 제대로 말하고자 하는 젊은 목소리가 많았어요." 그 중 6명이 책을 내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매주 두 번씩 세미나를 열었고 치열하게 오고간 세미나의 내용들은 책의 원고로 쓰였다. 이런 시도는 기독교 내·외부 언론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권위 있는 신학자나 오피니언 리더들의 목소리가 주를 이루던 때였는데, 이렇게 평범하고 허술한 청년들이 기독교를 변호한다고 하니 관심을 끌만했죠.(웃음)" 기독교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이 책은 도서출판 ‘꿈꾸는 터(이하 꿈터)’의 첫 번째 발행서다. ‘꿈꾸는 터’는 대학시절 이범진 동문을 포함한 기독교학과 3인(대표 백현모, 편집장 이범진, 디자인 윤동혁)이 만든 출판사다. 세상에 꼭 필요한 책을 내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한 일이다. 처음에는 책 발행을 위한 자본금 마련을 위해 교수님들의 강의교재나 행사 포스터를 제작하여 판매했다. 이후 서울시 창업프로젝트에 선정. 그렇게 시작한 출판사가 올해로 벌써 6년째를 맞았다.”

그네를 타는 삶

꿈터의 마크는 ‘그네’다. "그네는 하늘도 아니고 땅도 아닌 곳에 있잖아요. 그네를 탈 때의 하늘과 땅의 모호한 경계처럼 일과 삶의 경계, 일과 놀이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살아가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때문에 꿈터는 정리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출판사라고 하기엔 관계가 매우 끈끈하고 그렇다고 공동체라고 하기엔 서로에게 주어진 실무적인 일을 무시할 수 없다. "저는 이런 삶이 맞는 것 같아요. 친한 사람들을 일터에서 매일 만난다고 생각해보세요. 참 좋잖아요? 모두가 이런 꿈을 꾼다고 생각해요. 싸우더라도 곪을 정도의 상처는 주고받지 않고, 삼십분 만에 화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꿈이요. 삶과 일, 삶과 동료가 구분되지 않는 곳이라면 누구든 출근하고 싶지 않을까요? 혹여나 아픈 날에는 친구에게 일을 맡길 수도 있어요. 요즘은 대신 일해 줄 사람이 없어서 잘 쉬지도 못하잖아요.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픔 중의 하나에요. 직장동료-친구의 경계 그리고 직장-삶의 경계가 모호한 곳에서 살려고 노력해요. 이것이 제가 꿈꾸는 대안적 삶이기도 하구요. 

세상에 꼭 필요한 책 만들고 싶어

그렇게 "꿈꾸는 터’는 그에게 특별한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친한 사람들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는 곳. 물론 한 달에 몇 권의 책을 발행하는 대형출판사에 비해 탁월한 수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학생 때,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마음에 많이 남아요. ‘청년들이 가난하게 살 결심만 하면 세상이 바뀐다’는 말씀이에요. 일부로 가난하게 살라는 뜻이 아니라, 자기의 경제적 가치 기준 때문에 하고 싶은 바를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었죠. 많은 돈이 아니더라도 적절하게 혹은 그보다 적게 벌더라도 주변인들과 비교하지 않고 제 자신만의 평가기준으로 세상을 살아나가려고 노력합니다." 꿈터의 운영가치도 마찬가지다. 베스트셀러를 출판하려는 욕심이나 회사의 규모를 키우려는 무리한 시도들을 했다면, 꿈터는 예전에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른다. 물론 저희 책이 인기가 많으면 좋겠지만,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세상에 꼭 필요한 책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에요."

종횡무진 활약하는 글쟁이

이범진 동문은 봉사활동 우수자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시절 매달 한 번씩 중증아동들을 돌보는 봉사를 한 덕분이었다. 이후 대학에선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하면서, 새터민방과후 교사로 활동하며 봉사의 끈을 이어나갔다. "어릴 때부터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교회의 교인 분들께서 북한을 싫어하시면서도 북한의 굶주리는 어린이들을 돕자고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미움과 사랑이 어떻게 공존 가능한지가 궁금했어요." 이를 이유로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반공’과 ‘대북지원’ 이슈를 가지고 공부했다. 현재 그는 탈북자 전문 신문 ‘유코리아 뉴스’에서 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새터민 학생들과는 아직도 만나고 있어요. 봉사활동을 하며 아이들에게서 받은 밝고 건강함을 잊지 못해요. 무언가를 주러 갔다가 더 많이 받았어요. 초등학교 6학년 친구가 중학교에 입학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인거죠." 이때부터 새터민 학생들이 남한에 잘 정착하는 것이 그에게는 중요한 일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청소년에게 관심이 기울어졌고, 그 결과 청소년 잡지 ‘Q’까지 발간했다.

"착한 사람이 세계를 구한다는 확신에 차서 쓴 책이에요."

청소년과 봉사활동에 대한 오랜 관심은 이번 책을 쓰기에 그에게 아주 적합한 이력이었다. "처음에 저자로 제안을 받았을 때, 제가 그에 적절한 사람인지에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꿈터의 친구들이 옆에서 도와주며 함께해 준 덕분에 글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저서 ‘세계는 착한 인재를 기다린다’는 ‘봉사라는 선한 뜻으로 시작한 행동이 부지불식간에 세계무대에서 인정받는 핵심역량의 개발과 획득으로 이어진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외국인 노동자 처우개선에 관심을 가지고 아픈 외국인을 무료로 진료하는 의원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친구, 청소년 시절 자신의 왕따 경험을 극복하고 각종 위기청소년을 상담하는 전문 상담사로 활동하는 친구 등 어떤 계기에서 시작한 봉사활동이 그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고 더불어 뜻하지 않게 리더로서의 역량도 갖추게 한 것이다. "글을 쓰는 와중에 우연히 접한 ‘착해도 망하지 않는다’는 책 제목에서 격려를 받았어요. 세상사는 이치가 그렇잖아요. 이윤을 내야하는 것 말이에요. 저도 마찬가지로 인터뷰하는 청소년들에게 ‘착한마음으로 살아줘서 고맙다’고 격려했습니다. 봉사를 하는 동안 주위에서 ‘공부하라’둥 모진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을까요. 어느새 ‘착하다’는 말이 우둔함과 유사한 의미가 되어가고 있으니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 청소년들처럼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람이야말로 세계가 원하는 사람이라고 확신합니다."

"숭실의 ‘진리와 봉사’는 충분히 가치 있습니다."

“숭실대학교가 지향하는 바는 ‘진리와 봉사’입니다. 자원봉사에 몰입했던 청소년들이 나도 모르게 리더로서의 역량을 갖춘 것처럼, 숭실의 가치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쩌면 저 또한 어느 날엔 착하게 살아도 안 된다며 되는대로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20대에는 연봉으로 자신의 가치를 재단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진리와 봉사만으로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음을 증명해보기도 하고 또 그런 자신을 격려해주는 동료들을 많이 만나신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저 또한 숭실에서의 배움이 없었다면 착한 출판사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학교가 강조하는 봉사가 숭실인들에게 분명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이 동문에게 있어서 좋은 글은 무엇인지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마음이 예민하게 읽히는 글’. 즉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다. 이를 위해선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그 내면에 관심을 기울여야 진정성이 담긴 좋은 글이 탄생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그의 책에는 상대방을 향한 애정 어린 관심이 여기저기 묻어나있다. ‘자세히 이야기해주세요’, ‘그러네요. 아이들이 정말 힘들었겠어요.’, ‘정말 멋진 꿈이네요’ 하는 다정한 반응들 말이다. 이 동문의 다음 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설이면 어떨까? 충분히 따뜻한 글로 세상을 다시 한 번 착하게 물들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