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보안전문가 이정현 교수(전자계산 89)

2011년 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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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시대의 섬세한 보안전문가를 만나다
이정현 교수(전자계산 89)는 공인인증서를 최초로 개발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보안전문가다.

숭실에서 석사를 마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5년간 근무하며 공인인증서 시스템을 개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에서 박사를 마친 후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08년 숭실대 교수로 부임했다. 현재 국정원,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금융위원회 등에서 보안 관련 대책을 수립하며 기술자문을 제공하는 우리나라 대표적 보안전문가 중 한 명이다.

 

정보와 보안 사이에서 ‘대안의 열쇠’를 만들어가다
공인인증서 최초 개발한 정보 보안전문가 이정현 교수

 

오늘날 개개인이 우리 시대의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누군가는 안정된 시대라며 개인의 발전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고, 누군가는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이런저런 사회문제 앞에 나름의 뜻을 세울 것이다. 이정현 교수는 ‘정보’와 ‘보안’이라는 관점에서 우리 시대의 문제를 본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상당히 발전해 있습니다. 사실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정보 자체입니다. 백신은 사고가 났던 바이러스를 막는 재발 방지용 기술이죠.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시대에 제 역할을 생각해보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우리가 널리 쓰는 공인인증서의 최초 개발자이자 작년 스마트폰 해킹 시연으로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던 이정현 교수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뜻이다.

 

“앞으로 신분만 인증되면 책상 위를 컴퓨터로 쓸 수 있는 시대가 올지 모릅니다. 그래서 보안과 인증이 더 철저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안 되지요.


지금 이 순간의 노력이 자신을 어떤 인생의 길로 이끌어 갈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이정현 교수도 그랬다. 숭실에서 석사를 마치고 1995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그가 새로운 세계를 여는 열쇠를 만들어낼 줄 누가 알았을까? 네트워크상의 보안과 관련하여 ‘PKI(Public Key Infrastructure)’와 같은 용어가 등장하면서 그 필요성도 커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이 시스템을 좀 더 확장해서 개발해볼까?” 이런 생각으로 팀원과 뭉쳐 실시간 이체가 가능한 ‘보안 프로토콜’을 설계했고, 그것이 바로 인터넷 뱅킹을 가능하게 하는 ‘공인인증서’이다. 이후 미국 표준기술연구소에서 연동시험에 성공하면서 국내외에 이 시스템을 소개하던 중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에서 공부할 기회도 얻었다. 공인인증서가 그에게 새로운 기회들을 여는 열쇠가 되어 준 셈이다. 그리고 3년 전부터 모교에서 교수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그는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 개발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지금 스마트폰의 이슈를 만들어내는 애플, 구글, MS는 전통적으로 휴대폰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죠. 이것이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잘 대변해주는 현실입니다. 이들 모두 자체의 운영체제(OS)를 갖고 있어요.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어쩌면 지금이 소프트웨어 개발로 블루오션을 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모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게 되니, 그 옛날 은사님께 배우면서 감사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정현 교수, 그도 한때는 학생이었다. “저를 가르쳐주셨던 분들과 지금 함께 교수로 생활하지만, 그분들과 함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참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이제는 머리가 많이 희끗희끗하신데 학생들 가르치는 열정은 여전하시고, 그래서 더 존경스럽습니다.” 수업시간에 필기한 것을 다른 노트에 옮겨 적어놓고 몇 번씩 볼 정도로 은사님의 가르침에 푹 빠져 있었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그의 얼굴은 금세 상기되었다. 강의실 안에서 눈을 반짝이며 수업에 열중해 있었을 젊은 날의 이정현 교수가 오버랩되었다. “아무래도 모교에서 가르친다는 건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선배로서 학생들에게 더 애정을 갖게 되죠. 그리고 제가 롤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이랄까, 그런 부담도 있지요. 학생들 모두 믿고 잘 따라주어서 고맙습니다.” 그는 교수와 학생의 중간쯤에 서 있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스승의 가르침에 감사하는 학생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앞서 길을 닦으며 가는 선배의 모습으로 말이다. 흔히들 말한다. 엔지니어의 내면에는 무미건조한 숫자들과 프로그램 언어들이 가득해 감성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지만 이정현 교수의 연구실에서 그가 직접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며 잠시 이야기해보라. 사람 냄새 흠씬 묻어나는 그의 생각과 철학들이 ‘기술과 정보’라는 커다란 집에 넓고 맑은 창을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정현 교수가 말하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
● 오랜 세월 동안 MS(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적으로 발전해오다 보니, 솔직히 그동안 회피하고 무관심해온 경향이 있어요. 국내 풍토가 그러하니 자연스레 학생들도 소프트웨어 공부에 소홀해졌고요. 요즘 학생들이 스마트폰의 ‘앱’ 개발에 너무 몰두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스마트폰은 역시 소프프웨어의 문제입니다. 소프트웨어에 더 집중하고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이 엔지니어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