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게 더 행복한 사람 이창순(사회복지 05) 학생

2007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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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게 더 행복한 사람 이창순(사회복지 05) 학생


한국 최초의 장애인MC 경험, 복지'슈퍼맨'을 꿈꾸는 그의 삶 


 


받는 것 보다 주는 게 더 행복한 사람. 이창순(사회복지 05) 학생에게 더없이 어울리는 말이다. 수영선수였던 고교시절. 그는 불의의 사고로 불편한 몸을 가지게 되었지만, 누구보다 밝은 영혼으로 하루하루를 감사와 봉사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러브하우스와 '신동엽의 D-DAY'에서 사회를 보며 대한민국 최초의 장애인 MC로 데뷔했다. 척추장애로 두 발의 역할을 휠체어에 맡겼지만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마음의 자물쇠를 열고 세상으로 나오다




평범하지 않은 외모와 동기들보다 10살 이상 많은 나이로 대학생활에 나선 이창순 학생, 그의 학교생활은 어떨까.




“저도 처음엔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했어요. 나이가 너무 많으면 학생들과 어울리기 어려울 것 같아 처음엔 80년생이라고 이야기했죠. 제가 동안이라 모두들 믿더라구요(웃음). 하지만 79년생 학생이 복학하면서 모두들 제 실제 나이를 알게 됐어요. 하지만 나이를 밝히고 나서도 변하는 건 없더라구요. 제가 장애를 처음 가졌을 때 느꼈던 헛된 걱정들처럼….”




그는 중학교 시절 수영장에서 척추를 다쳐 장애를 얻었고, 집안 형편마저 어려워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좌절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외출도 꺼렸다. 스스로 마음의 자물쇠를 굳게 채운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대학 입학은, 손에 쥐고만 있던 열쇠를 들어 스스로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내딛는 첫 걸음이 되었다. 절망 속에서 한 가닥의 희망의 빛을 잡고 일어나 이제는 그 희망의 빛을 나눠주는 사랑의 전도자를 꿈꾼다. 




 


슈퍼맨이 걷는 날이 제가 걷는 날입니다




인터뷰 전 이창순 학생의 전화를 받았을 때 핸드폰 액정에는 그의 이름대신 ‘슈퍼맨 걷는 날’이라는 단어가 떴다. 그 이유를 궁금해 하다가 그를 만나 그의 별명이 슈퍼맨이라는 것을 알았다. '슈퍼맨 걷는 날'은 그의 별명이자 그의 희망이었다.




“제가 사고를 당하고 3년 뒤 슈퍼맨을 연기했던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도 척추를 다쳤어요. 슈퍼맨이 유명인사여서 그런지 그를 돕는 지원도 많았고 그를 돕기 위한 기금도 조성되더라구요. 그래서 곧 치료방법이 나오겠구나 생각했죠. 그래서 슈퍼맨이 걷고 나면 나도 그 기술로 걸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게 됐어요.”




자기 스스로를 슈퍼맨이라 부를 만큼 특유의 긍정적인 사고와 자신감으로 장애에 대한 두려움을 물리친 그. 우리가 진정 중요한 것을 놓치며 세상을 살아갈 때, 그는 벌써 빨간 망토를 두르고 이 세상을 날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하철 통학 3년이면 노선도를 외운다




그의 집은 경기도 광명, 전철로도 꼬박 2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다. 그는 출근길 지옥철(?)을 타고 하루도 빠짐없이 등교한다. 혼자서 말이다. “입학 후 3년 동안 단 한 번도 부모님이나 지인의 도움을 받아 등교 한 적이 없다”는 그의 말에서 넘치는 의지와 자신감이 보인다. 




“입학식 날 눈이 많이 왔어요. 집이 언덕에 있고, 또 첫 등교였기 때문에 어머니께서 학교에 데려다 준다고 하시더라구요. 하지만 제가 거절 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인 것 같아요. 아마 그때 도움을 받았다면 지금 제가 이곳에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는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직접적인 도움보다는 스스로 사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스스로 그 방법을 체득해왔다. 또 이러한 방법과 의지를 다른 장애인들에게 전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메아리




요즘 그는 봉사활동의 즐거움에 푹 빠져있다. 그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그와 비슷한 상황의 환자들을 위한 상담활동을 하고 있다. 먼저 장애를 겪은 사람으로서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알려주고, 말벗이 되어준다. 아직 전문적인 상담은 아니지만, 환자들은 그가 처방하는 ‘마음연고’에 외적인 장애보다도 어쩌면 더 상처받았을 마음을 치료받고 있다.




“처음에 환자들을 찾아가면 별 반응이 없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환자보다 보호자와 더 이야기를 하다 오기도 합니다. 그래도 계속 찾아가다 보면 나중에는 모두 마음을 열어요.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반응이 오가고, 마음이 트이는 것을 보면 행복해져요.”




'복지대학'으로 진화하는 숭실의 변화




숭실에서는 장애학생들의 편의를 위하여 많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수시 2학기 ‘특수교육대상자특별전형‘과 같은 입시전형부터, 입학 후에는 전동휠체어 대여, 활동보조인 제도 등을 두어 학교생활의 불편함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준다.


 


얼마 전에는 장애학생지원센터의 개소로 교내 장애우들 만의 휴게실, PC실, 도서실, 학습센터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학교의 지원이 있음에도 다수의 장애학생들은 혜택을 받지 않거나 혹은 받지 못하고 있다. 장애학생들이 스스로 특별한 대우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보 부족으로 이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이번에 학교에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생겼어요. 저도 그 곳에서 일할 예정이구요.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는 장애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의 마음을 여는 일을 하게 될 겁니다. 숭실에서는 장애학생 지원에 많은 신경을 쓰고, 이것은 '복지대학'이라는 긍정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어요. 이런 점 때문에 숭실의 장애학우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에 도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장애를 날개삼아 더 넓은 세상으로


장애라는 핸디캡을 가지고도 보통의 대학생보다 많은 봉사활동과 대외활동으로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는 이창순 학생. 내년이면 어느덧 4학년이다. 이태백이 넘쳐나는 이때. 그는 취업준비를 잘하고 있을까?




“저는 대학원 진학을 통해 좀 더 심도있게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싶어요. 이후에 사회복지 전문가로 사회복지학 교수가 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또 이런 공부와 제 경험을 토대로 장애관련 프로그램 MC도 해보고 싶구요. 물론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마음먹은 일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한다면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아파 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세상의 관심이 필요한 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이해하는 이창순 학생. 세상의 곳곳에서, 혹은 방송매체를 통해 상처받은 이들의 고단한 몸과 마음의 상처를 따뜻하게 어루만져주기를 기대해 본다. 인터뷰 / 홍보팀(pr@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