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1호 방위사업학 박사를 꿈꾼다!
[인터뷰: 송혜수 홍보팀 학생기자(문예창작 09), hyesoo11011@daum.net]
지난 6월 28일 한국원가관리협회 주관으로 실시한 제1회 원가분석사 최종합격자 가운데 현역군인으로는 처음으로 최기일 동문(회계 00)이 국가공인 원가분석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과거 민간자격증으로 분류되었으나, 올해부터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았다. 원가 분야 유일의 국가공인 자격증이 된 것이다. 현재 방위사업청 원가총괄팀에서 근무 중인 최 동문은 육군 재정병과로 임관, 군의 시설공사, 물품 제조?구매, 용역 관련 계약 및 원가업무를 주로 수행했다. 이제 막 ‘최초’ 수식어를 달게 된 그를 만나보자.
생소하지만 중요한 원가분석사
원.가.분.석.사. 그 이름만 들어도 생소하다. 최기일 동문에게 직접 설명을 부탁했다. “아마 경상계열 학생들 외에는 모르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텐데, 간단히 말하면 ‘원가’를 분석 및 산정하는 것이에요.”
“제가 근무하는 방위사업청을 예로 들자면, 수요와 공급으로 경쟁이 이뤄지는 민수시장이 있고 이와는 반대로 수요독과점 성격을 이룰 수밖에 없는 방산시장이 있어요.(방산업체들의 주 고객이 정부인 탓에) 민수시장은 자연스레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을 이루지만, 방산시장은 최저가 낙찰 경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표준계약금액이 필요해요. 방위사업청에서 기준에 맞춰 계약 금액을 분석 및 산정해주고 있는데 이게 바로 ‘원가계산’인거죠.” 의문이 들었다. 수요독과점의 폐해로 비리가 난무할 텐데 건강한 경쟁체제로 바뀔 수는 없는지. “‘물자 다업체’라고 해서 복수의 다수업체가 방산물자 하나를 놓고 경쟁을 통해 적정가격으로 계약하도록 돕는 방산물자 복수지정제도를 도입 중에 있어요. 깊게는 여러 가지 제약으로 힘든 단계에 있기는 하지만요. 물론 멀리 내다봤을 때는 보호, 육성하여 건강한 시장체제를 만들어감에 필요한 것임은 틀림없죠.”
그렇다면 원가계산의 기법은 어떨까. “고정된 기법은 없어요. 사실 ‘추정’이죠. 어떠한 물건의 처음 원가를 정확히 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왜냐면 만들고 시장에 내놓아봐야 비로소 어느 정도의 원가가 정해지기 때문이죠. 따라서 정답이 없고 추정을 할 뿐이에요. 숙련된 노하우와 기법들을 가지고. 어떻게 보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전문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답니다.”
학사장교에서 소령까지
최 동문은 학사장교 34기 출신이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장학금이 필요했기에 학사장교에 발을 들였다. 그때는 지금의 소령자리까지 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내 시간을 가지면서 장학금까지 받을 수 있는 점에 반해 학사장교에 지원했죠. 제가 올해로 군복무 10년에 접어들었는데, 당연히 몇 번의 고민도 있었고 어려움도 많았죠. 왜 없었겠어요. 하지만 변하지 않는 건, 저는 나라로부터 은혜를 입은 자이고 그렇기에 군복무를 하면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며 갚아나가야 한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이 늘 있어요. 덕분에 그 안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찾아나갈 수 있었던 것이고요."
실제로 그는 다수의 자격증을 보유한 놀라운 이력으로도 주목받은 바 있다. 국제계약 및 방산원가 경력과 더불어 자타공인 군내 조달 및 원가 분야 전문가로 조달계약사, 원가관리사, 세무실무사, 전산 세무회계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경영지도사 1차 시험에도 합격했다. 현업을 하면서 동시에 자격증 공부까지. 비결을 듣고 싶었다. “일찍 가세가 기운 탓에 다수의 아르바이트를 학업과 병행하다보니 시간을 쪼개 쓸 수밖에 없었어요. 틈틈이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관심 분야 공모전에 지원해보기도 하면서 관심 분야 자기개발을 해나갔죠.
그때 다져진 습관들이 아마 직장생활을 하는 지금까지 쭉 이어져 온 것이 아닌가 싶어요. 특별한 비결보다는 비관할 수도 있었던 환경과 시간을 오히려 제게 유익하게 만들어 가고자 했던 의지와 노력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그게 특별한 비결이라면 비결이겠네요.(웃음)”
총 26편의 논문을 학술지에 등재하기도 했으며, 특히 문예에 관심이 많아 종종 언론 기고에 시간을 쏟는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에 정부정책포털사이트 ‘공감코리아’에 ‘투명하고 공정한 방산원가, 방위산업 발전의 초석’이라는 제목으로 정책 기고문을 게재하기도 했는데요.
(http://www.korea.kr/celebrity/contributePolicyView.donewsId=148762624) 조직이라는 것이 사실 공정하기가 참 어려워요. 어쩌면 불공정하고 불평등함이 당연하기까지 할 정도로. 하지만 제가 하고 있는 일과 위치가 공정한 거래를 위해 존재함을 알기에 가진 글쓰기 능력으로 글을 써봤어요. 원가분석의 체계적인 면이 아직은 부족한 현실이지만 저와 같은 곳곳의 노력들이 쌓여 언젠가는 빛을 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레드 오션? 블루 오션?
원가분석사의 현 주소는 블루 오션에 위치한다. 알려지지 않은 만큼이나 열악함을 그는 일찍부터 느껴왔다. “방산업체 ㈜삼성탈레스 현장원가감독관으로 파견 근무 시절, 그곳에서 프랑스지사에서 온 원가담당자를 만난 적이 있어요. 대화를 나누던 중, 그 분은 원가담당자를 ‘담당자’가 아니라 ‘cost engineer’, 즉 ‘기술자’라고 부르더라고요. 약간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프랑스를 비롯한 무수한 선진국들은 이미 ‘원가’에 대한 기술적인 접근이 체계적으로 이뤄진 상태였어요.” 그들의 원가분석사는 일찍이 레드오션에 접어든 셈이다. “선진국에서 원가담당자는(그들 표현으로는 원가기술자) 고도의 기술이 숙련된 사람만이 가능했고 십 수 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자들만이 비로소 원가기술자라는 칭호를 받더라고요. 꼭 방산시장 뿐만 아니라 민수시장에서도 깨끗하고 바른 시장경제체제가 생기려면 원가, 원가분석사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필요함을 느꼈죠.”
한 때 지나갈 블루 오션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레드오션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우리 후배님들도 원가분석사에 대한 관심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충분히 유망 있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큰 포부와 자부심도 가질 수 있어요. 시장이 건강하면 결국은 국민 모두가 행복하니까요. 그 역할중심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면 보람찬 일이 아닐 수 없어요. 또 요즘 시대는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의 멀티플레이어적인 면을 보기도 하잖아요. 저 또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대학원까지 병행하는 등의 힘든 길을 택했어요. 시대가 그래요. 배움을 계속하지 않으면 누구보다 내 스스로가 살아남을 수 없음을 먼저 알게 돼요. 그러니 원가분석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해서 실무적인 것까지 자신하지 말고 꾸준히 자기 개발을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브랜드 구축
원가분석가 그 중에서도 방산분야 전문가에게 필요한 자질을 물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방산분야 원가분석사는 전문적인 역량이 필수임을 느껴요. 그러기 위해서는 끝까지 파고들 수 있는 끈기와 노력이 당연히 있어야겠죠. 하지만 열정이 없다면 끈기와 노력은 따라 올 수 없으니 열정에 먼저 기반을 두어야겠네요. 마지막으로는 공익을 위한 사명감이 있어야 합니다. 방위산업은 안보와 직결돼요. 막중한 책임감과 투철한 사명감이 없다면 생각보다 곳곳에 좋지 못한 결과들을 초래할 수 있답니다.”
군인 정신에 입각한 나라를 위한 마음. 그야말로 愛國이로다. 최 동문은 앞으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열망과 포부를 단단히 밝혔다.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원가분야에 대한 브랜드를 구축하고 싶어요. ‘소리공학박사’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배명진 교수님처럼 방위산업 원가분석사하면 최기일이 생각날 만큼 인정받고 도움이 되는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후에 모교에도 방산원가분석사를 키우는 커리큘럼이 자리한다면 꼭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꿈에 다가가는 사람답게 그는 지난해 건국대학교 대학원 방위사업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하여 수학한 바 있다. “앞으로 대한민국 제1호 방위사업학 박사로서도 학수고대하며 열심히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새삼 그가 아무도 몰라준 길을 묵묵히 걸어 온 그 자체에 감사했다. 대한민국 제1호 방위사업학 박사를 꿈꾸는 그가 있기에 오늘도 대한민국 방산시장은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을까.
* 최기일 동문(회계 00)은 본교 회계학과를 졸업 후 육군 학사장교 43기로 임관해 경희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고 중앙대학교 인적자원개발정책학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현재는 건국대학교 방위사업학 박사과정 1기생으로 입학해 수학 중이다. 학술지에 26편의 논문을 등재했으며 언론 기고, 문예활동 수상경력 등 다방면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