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과학회장이자 축구사회언어학자 김용진 교수

2013년 6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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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과학회장이자 축구사회언어학자 김용진 교수(영어영문학과)

[인터뷰: 최한나 홍보팀 학생기자(기독교 09), skyviki@naver.com]

지난 5월 24일, 본교에서 ‘2013 한국축구과학회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는 축구 현장과 과학적 이론의 결합의 공유를 통해 대한민국 축구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개최된 컨퍼런스로, 한국축구과학회는 본교 영어영문학과 김용진 교수가 회장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같이하던 공놀이의 재미에 푹 빠져,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부터 축구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오디션을 통해 서울대 축구부로 선발되었고, 지금은 숭실대 교직원 축구부의 탁월한 공격수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 대학 시절을 함께 보낸 선수들을 주축으로 한국의 축구발전을 기원하며 한국축구과학회를 세웠다. 영어학과 축구학 사이를 오가며 즐거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김 교수를 만나보자.

한국축구과학회의 활동

한국축구과학회는 축구에 관한 모든 이론들을 발전시켜 한국 축구의 발전을 돕는 것을 취지로 한다. "축구과학이 발전한다고 해서 선수들의 플레이가 갑자기 느는 것은 아니지만, 저희 연구가 한국 축구에 조금이나마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축구를 보다 전문적이고 학술적으로 종합화시키기 위해 세워진 이 학회는 축구를 다각도에서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축구’과학’은 자연과학이나 이·공학, 의학과 같은 학문을 연상케 하지만 사실은 ‘체육학’이다. 일반적으로 체육학은 심리학, 사회학, 철학 등의 일반 모든 학문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축구과학 역시 다양한 학문적 연구를 통해 축구에 접근하고 있다. 선수의 킥, 헤딩과 같은 동작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하는 운동역학, 팀 구성원 간의 언어적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사회언어학, 시합을 앞둔 선수들의 불안감을 다룰 때 필요한 스포츠 심리학 등이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영어학의 사회언어학을 전공한 김 교수가 체육사회학과 어떻게 인연을 맺을 수 있었는지를 이해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 학회는 김 교수와 같은 축구선수출신의 연구진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공의 연구진들로 구성돼있다. 학회는 앞으로 한국축구의 발전동력으로 더욱 성장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축구사회언어학’!?

발로 뛰는 축구는 굉장한 육체적 활동임과 동시에 비언어적 활동이다. "축구의 대부분은 동작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말을 잘한다고 해서 경기에서 이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경기장 안에서의 약간의 의사소통은 팀의 승패를 결정짓는 큰 역할을 맡기도 합니다. ‘오른쪽으로 패스!’, ‘잘했어!’등과 같이 선수사이에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팀은 승률이 높습니다. 좋은 예로, 2002년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이 있습니다. 그는 한국의 전통적인 위계질서로 인해 후배 선수가 선배 선수에게 제대로 말을 못 붙이고, 경기에서 ‘패스’를 제대로 외치지 못하는 상황을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이후 히딩크 감독은 선·후배가 불편함 없이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 전략은 실제 경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기 중에는 서로에게 말할 기회가 적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그 적은 기회에서도 적절하게 의사소통이 잘되는 팀은 그렇지 못한 팀과 성과 면에서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의사소통은 경기장보다는 시합 전 트레이닝 과정이나 합숙소 생활, 팀 미팅 단계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감독과 코치가 선수에게 지시를 하듯, 많은 말이 오가는 과정이기 때문이죠." 이것이 바로 김 교수가 연구한 축구사회언어학이다. 축구장에서 일어나는 언어적인 상호작용을 분석하고 다른 문화권과의 비교를 통해 한국 축구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축구의 매력은 야생성 뒤에 감춰져 있습니다"

"야구는 정적인 운동이지요. 경기 중 대부분 서있고. 배가 나와도 일급 선수가 될 수 있죠. 이대호, 류현진 선수. 참 잘하잖아요. 하지만 축구는 배가 나와서는 일급선수가 못됩니다. 그리고 야구는 모든 움직임에 의미를 부여하기 쉽습니다. 투수는 공 하나도 그냥 던지지 않잖아요? 하지만, 축구는 전·후반 45분 동안 계속해서 움직임이 연결동작으로 계속 이어지는데, 고도의 전문가가 아닌 이상 왜 저런 동작이 나왔는지 해석이 불가능하죠. 정형화되지 않은 동작들이 섞여있는 듯 보이지만, 축구에 대한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을 제외한 21명의 플레이어들의 모든 움직임을 염두에 두면서 자기 움직임을 판단합니다. 야구는 방정식으로 볼 때, 미지수 두개와 제곱 정도로 구성되는 방정식인데 반해, 축구는 문과수학이 아닌 이과수학이라 볼 수 있습니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축구의 플레이가 복잡하기 때문에 움직임을 의미 있게 보기가 쉽지는 않죠. 하지만 축구의 야생성 뒤에 숨겨진 치밀한 계획이 축구의 매력이기도 하지요.

숭실대 축구팀에게, "기본기가 아주 훌륭합니다. 좀 더 창의적인 플레이를 기대해봅니다."

축구계에서 숭실대는 존경받는 팀입니다. 강한 팀이죠. 요즘 대학 스포츠가 매체에 잘 노출되지 않아서 그렇지 숭실대는 훌륭한 팀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숭실대는 아직 최고의 팀이라고는 할 수 없는, 최고 팀의 왕권을 호시탐탐노리는 위치에 있습니다. 현재 절대적 왕권을 가진 팀은 없는 상태고요. 숭실대는 제일 탁월한 2위 팀인 것이죠. 저희 축구팀은 기본기와 팀워크가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적극적인 공격을 할 때의 자신감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적극적인 공격을 할 땐, 시합에서 선수 간에 미리 약속한 플레이를 해내기 위해 선수들은 끊임없는 반복적인 훈련을 거쳐야하고 창의적인 마음을 가져야합니다. 대부분 수비수들은 공격수의 수를 다 읽고 있습니다. 때문에 공격수는 허를 찌르는 반전의 공격 포인트 만들어야합니다. 하지만 예상대로 공이 굴러가고, 누군가 갑자기 이상한 플레이를 하는 예측불허의 경우가 적다보니 경기가 단조로울 때가 있습니다. 숭실대 축구팀의 위엄을 회복하기 위해 이런 점을 조금 더 보완한다면 최고의 팀이 될 날이 멀지 않아 보입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선수시절을 ‘인생에서 제일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시절’로 표현했다. 지금은 그 시절을 후배에게 물려주듯, 한국축구과학회를 통해 축구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 번 드러내고 있다. 그에게 앞으로 축구와 관련해 새로이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지를 물었다. "사회언어학적 연구를 계속할 계획입니다. 그동안은 신문, 방송, 저널리즘의 언어분석을 주로 했는데, 이제는 축구선수들의 언어를 연구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코치와 선수사이에 언어폭력이 있다면 그것의 예방을 도울 수 있고, 선수들 간의 의사소통을 증진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요." 축구선수 출신의 영어학 교수님이 강의하는 ‘축구사회언어학’. 숭실에서 듣고 싶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