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간구하는 섬김의 삶, 목사 김선태 동문 (철학 62)

2017년 5월 19일
118954

빛으로 간구하는 섬김의 삶, 목사 김선태 동문 (철학 62)

[인터뷰 :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7기 이영석(경제학과 13)]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행복에 대한 절대적인 공식은 없다. 각자가 자신의 삶 속에서 하나씩 찾아갈 뿐이다.

김선태 목사(철학 62)는 ‘행복’을 나눠주는 삶이라 정의한다. 이미 한차례 사후 시신을 기증한 바 있었던 그는 지난 3월 청주맹학교에 두 번째 시신 기증을 약속했다. 기증된 골격은 청주맹학교에서 해부 등의 교육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그는 지난 40여 년간 시각장애인 인식 개선과 치료를 위해서 많은 활동을 펼쳐왔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막사이사이상(2007), 이와하시 타케오상(2012), 한경직 목사 기념상(2016)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렇게 시각장애인을 위한 삶을 살아온 그는 놀랍게도 시각장애인이다. 이번 숭실 피플에서는 김선태 목사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빛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다]

평생을 시각장애인을 위해 봉사해온 이유가 궁금했다. “저는 한국 전쟁 때 부모님을 잃고, 포탄에 맞아 실명하게 됐어요. 간신히 친척을 찾아갔지만,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모진 매질과 구박을 당했죠. 결국 견디지 못하고 길거리 생활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신앙만큼은 놓지 않았어요.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살려만 주신다면 평생을 하나님의 영광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고 기도했습니다.” 간절한 기도가 통한 것일까.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숭실중, 숭실고를 거쳐 숭실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혼자였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어린 시절 저를 지켜준 그 ‘기도’를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어요.” 시각장애인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그는 안질환 치료를 넘어,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을 찾기 시작한다. 바로 학교와 병원, 학술원을 세우는 일이었다.

올해 3월에 기공식이 열린 학술원의 경우, 난치병으로 여겨졌던 여러 안질환에 대한 연구가 이어질 예정이다. 또한 몇 년 전부터 효명장학사업을 통해 시각장애인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이 사업을 통해 시각장애인 차세대 리더를 육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2017년 상반기 수여식에서는 본교 재학 중인 조원석 학생(사회복지학부 14학번)이 장학생으로 선정됐다.

[섬기는 삶에 대하여]

김선태 목사는 최근 여러 세태를 얘기하며,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주변을 살피고 돌보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가 가진 여러 개 중 하나를 나눠주는 건 어려운 게 아니거든요. 또한 나누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을 희생한다면 보다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죠.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번뿐입니다. 저는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사명을 갖고 노력한다고 해도 지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그 또한 지치거나 힘든 순간이 없었는지 궁금했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보면, 무엇 하나 쉽게 풀리지 않았어요. 도와주기는커녕 방해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그렇지만 그런 상황일수록 정직하게 제 일을 해나갔습니다. 하나님만은 제 정직함을 알아주실 거라는 확신이 있었죠. 늘 이런 마음으로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레 많은 결과물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어요.”

[긴 터널의 끝에 ‘빛’이 있음을]

일흔을 넘긴 그는 한 가지 결론에 다다른다. “남을 섬기며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더라고요. 그게 제 적성이었던 모양이에요. 지금 저는 병원장과 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어요. 그렇지만 제가 그들의 위가 아닌 가장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군가 위에 군림하는 것보다 아래서 섬기는 것이 제 적성에도, 하나님의 뜻에도 더 맞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변하지 않고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긴 터널의 끝에서 ‘빛’을 만난 그는 섬기는 삶을 통해 새로운 ‘빛’을 만나게 된다. “좋은 일이 있기 위해선 고난을 겪게 됩니다. 당장에는 힘겹고 버겁죠. 하지만 그 고난 끝에는 이루고자 하는 일들이 기다립니다. 제가 시각장애인의 삶을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맥락이죠. 고난은 값진 영광으로 돌아옵니다. 또한 스스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죠. 어둠의 끝에는 반드시 빛이 있음을 믿으시길 바랍니다.”

또한 배움에 대한 노력을 강조했다. “저는 지금도 학생의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기도와 더불어 공부로 하루를 시작하죠. 공부를 통해 얻은 지식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줬습니다. 그래서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 마음을 가지고 계속 공부를 하는 거죠. 그리고 언젠가는 대학교에 다시 입학해서 다른 전공도 공부해보고 싶어요.”

[세상을 밝힐 숭실대학교를 바라며]

김선태 목사는 숭실대학교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숭실대학교는 하나님의 말씀 아래 세워진 학교입니다. 지금도 ‘진리와 봉사’라는 건학 이념을 잘 실천하고 있는 후배들이 많죠. 숭실의 정신처럼 우리 후배들이 세계로 나아가 봉사하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나눌 때 더욱더 큰 행복을 느낀다는 김선태 목사는 지금도 기도를 통해 맺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의 이야기가 행복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빛’이 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그 ‘빛’이 세계를 진리와 봉사로 물들인 그날을 기대해본다.

※김선태 목사는 본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교, 맥코믹 신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우리나라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회를 설립하였으며, 안질환전문병원 실로암안과병원을 설립하여 지금까지 개안수술과 무료안과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막사이사이상 등 많은 공로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