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을 보는 새로운 눈, 조원석 학우(사회복지 14)

2016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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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을 보는 새로운 눈, 조원석 학우(사회복지 14)

[인터뷰 :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6기 최정훈(글로벌통상학과 10) / cocoland37@naver.com]

사람들은 저마다 조금은 다른 숭실을 본다. 여기 조금 더 다른 방식으로 숭실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조원석 학우(사회복지학부 14)다. 그는 시청각중복 장애인으로 2014년부터 숭실대학교 재학 중이다. 이번 숭실피플에서는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숭실의 드러머

조원석 학우는 드러머이다. 7살에 시각 장애인이 된 그는 그때 처음으로 드럼 소리를 접하게 된다. “듣자마자 드럼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죠. 현재는 채플 찬양을 담당하는 도브, 밴드 동아리 황토, 사회대 밴드 동아리 TORN, 시각장애인으로만 구성된 밴드 절대음감 등에서 드럼을 담당하고 있어요.” 그에게 드럼의 매력이 무엇인 지 물었다. “드럼은 우선 경쾌해요. 그리고 밴드에서 중심을 담당하고 있죠. 그래서 드럼을 치고 있으면, 제가 뭔가 주도적으로 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배려와 자립이 공존하는 숭실대학교

조원석 학우는 숭실대를 다니기 전 나사렛 대학교를 다녔다. 그가 숭실대로 다시 입학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나사렛 대학교는 장애학생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대학교 중에 하나에요. 저는 대학교가 본격적으로 사회를 나가기 전에 준비를 해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그곳에는 장애에 대한 지원과 장애학생이 너무 많아서 스스로 느끼기에 진짜 사회생활을 준비하기가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그가 소속해 있는 절대음감 밴드가 숭실대에 공연을 하러 왔다. “공연을 하러 왔다가 당시 사회복지학부 김경미 교수님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배려와 자립이 공존하는 교육환경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숭실대학교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장애학생이 느끼는 숭실대

조원석 학우에게 숭실대가 장애 학생의 입장에서 어떤 학교인지 물었다. “숭실대는 장애 학생에게 상당히 열려있는 대학교입니다. 장애 학생들이 요구하는 것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학교죠. 다른 장애 학생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좋은 학교입니다. 시청각중복장애인이 강의를 듣기 위해서는 전문 속기사가 필요해요. 정부에서 일주일에 10시간 속기사를 지원하지만 한 학기에 18학점을 듣기에는 너무나 부족하죠. 그래서 이 문제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한 적이 있어요. 그때 교육부에서는 10시간은 교육부에서 지원하겠으니, 나머지 10시간은 학교에서 지원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죠. 다른 학교 같으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제안이었어요. 하지만 숭실대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숭실이 장애 학생을 열린 태도로 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장애 학생들이 학교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진정성이에요. 장애 학생들이 겪는 불편이나 요구들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들어주느냐가 정말 중요해요. 그런 점에서 숭실대학교는 매우 훌륭한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의 어려움

조원석 학우에게 학교를 다니며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려웠다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가장 힘들어요. 예를 들어, 지금 숭실대입구역 3번 출구가 공사 중이죠. 지하철을 타기 위해선 길을 건너야만 합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에게 횡단보도는 매우 위험해요. 그래서 최대한 횡단보로를 피하려고 하죠. 또 음성신호기 위치가 적절하지 않거나 고장이 났다면 누가 도와주기 전에는 길을 건너기 힘든 경우도 많아요.”

그는 사소한 것들이 난관에 부딪히게 한다고 말했다. “축제 같은 경우에도 장애 학생들에겐 어려움의 연속이에요. 학교 내부 길이 넓은 편도 아닌데다, 길마다 부스나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으면 장애 학생에겐 최악의 순간이 될 수도 있어요. 아는 길이 막혀있다든지, 길이 혼잡해지면 학교생활이 어려워지니까요.”

안내견 평등이

조원석 학우의 옆에는 항상 안내견 평등이(삼성화재 안내견 학교 소속)가 함께 한다. 그에게 평등이에 대해 물어보았다. “예전에는 안내견 사용자 또는 이용자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지만, 요즘에는 ‘파트너’라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해요. 안내견도 하나의 행동주체로 보는 거죠. 안내견과 저는 서로 도우면서 보행을 합니다. 시각 장애인이 가고자 하는 장소가 있을 때, 안내견이 힌트를 찾아주기도 하고 장애물을 피해주기도 하죠.”

그는 안내견 평등이가 가족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평등이와는 집에서도 같이 지내요. 안내견은 야외에서 기를 수 없거든요. 저는 평등이를 사람처럼 대하기도 합니다. 장애물을 피하게 도와주거나 보행을 돕는 쪽에서는 오히려 사람보다 더 잘해요. 그런 평등이는 저와 가족 같은 관계에요.”

앞으로의 꿈

앞으로의 꿈에 대해 물었다. “우선적인 목표는 시청각중복장애인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화입니다. 영어로는 Deaf-blind 라는 공식 명칭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시청각중복장애인에 대한 공식적인 명칭이 없습니다. 공식적인 명칭이 있어야 이런 장애에 대한 복지시스템이나 교육제도가 갖추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청각중복장애에 대한 정의화가 저의 목표입니다.”

그는 해보고 싶은 일도 많았다. “저는 방송 쪽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예능 형식으로 풀어내보고 싶어요. 풍자도 하고 웃음도 섞인 그런 프로그램이요. 사회적 약자라고 하면 대개 우울하고 어두운 이미지를 떠올리잖아요. 하지만 사회적 약자라고 해서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사회적 약자에게도 풍자와 웃음이 있어요. 저는 그런 점들을 부각시켜서 사회적 약자가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숭실대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

조원석 학우에게 숭실대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지 물었다. “여름에 장애청년 드림팀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 다녀왔어요. 미국에서는 웬만한 장애인은 장애인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내가 장애인이라는 걸 느낄 수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옷가게에 가서 옷을 설명해달라고 하면 점원들이 어쩔 줄 몰라 해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해주더라고요.”

“제가 숭실대 학우들에게 바라는 건 저런 모습이에요. 자연스럽게 장애를 인정해주고, 장애에 공감해주는 모습이요. 숭실대에는 장애 학생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 학생을 바라볼 때, 좀 더 따뜻하고 평범한 시선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장애 학생에 대한 관심은 물론 필요합니다. 하지만 장애 학생이기 전에 같은 숭실대 학생으로, 똑같은 사람으로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조원석 학우는 장애인이 어떤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성별이 다르듯 다른 속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장애가 인간의 자연스러운 한 가지 속성으로 여겨지길 바란다고 했다. 그의 바람이 하루 속히 이루어지길 바라며, 그가 앞으로 나갈 길을 응원해보자.

* 조원석 학우는 숭실대 사회복지학과에 2014년에 입학하여 현재 3학년 재학 중이다. 그는 숭실대 찬양팀 도브와 밴드동아리 황토, TORN에서 드럼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