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무대 위 열정, 마침내 빛을 발하다
영화와 드라마 속 명품 조연 정석용 동문(경영 90)
정석용 동문은…1998년 연극 <강거루군>으로 데뷔한 이래 연극 <락희맨쇼>, <도덕적 도둑>, <양덕원 이야기> 등을 비롯해 한국연극상과 동아연극상을 휩쓸며 우리나라 대표 연극으로 우뚝 선 <이(爾)>의 원년 멤버로 10여 년 동안 출연했다. 영화 <무사>,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 <4교시 추리영역> 등 무대 안팎을 오가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지붕 뚫고 하이킥!>에 이어 현재 <제중원>에 출연 중이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로비. 청바지 차림에 백팩을 둘러맨 자그마한 체구의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가 계단을 뛰어내려오자 우리 마음도 덩달아 뛰기 시작했다. 세경 신애 아빠 신달호(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이자 장녹수의 질투심을 부추기는 홍 내관(연극 <이(爾)>)이고, 황정의 죽마고우 이곽(SBS 드라마 <제중원>)이기도 한 사람. 또 누구였더라…. 석란시향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박혁권(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광대 칠득(영화 <왕의 남자>)… 무대와 스크린,TV 브라운관에서 본 모습들을 절반도 채 떠올리기 전에 그가 다가와 빙그레 웃었다. “안녕하세요. 정석용입니다.”
“무대 위에 선 배우가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그 사람의 인간성이 보여요. 그러니 진심으로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요.”
뜻밖에도 조금 수줍어하고, 예의 바르고 온화한, 더구나 경영학도인 그가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대학 4학년 2학기 때다.
“막연히 대학에 가면 연극반에 들어가리라 마음먹었었어요. 내성적인 성격인데도 앞에서 시선을 받는 것이 좋았는데 그 때문이었을까요? 1학년 때는 숭대극회 활동에 빠져 살았고 3, 4학년 때는 다른 친구들처럼 취업 준비에 바빴습니다. 4학년 1학기 동문 합동 공연 때 준비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싶었는데, 어느 순간 연극이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좀 더 해보고 싶더군요.”
남들 다 하는 취업 준비를 접고 무작정 대학로로 향했다. ‘극단에서조차 단원을 뽑지 않던 IMF 시기’에 수많은 오디션을 거쳐 단역으로 연극무대에 서는 것부터 시작했지만 누군가의 표현처럼 그에게서 열악한 대학로 출신 연극배우가 갖는 고달픈 여독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제가 아등바등하는 게 별로 없어요(웃음). 매사 자연스럽게 가자 하죠. 첫 영화인 <무사>의 촬영이 끝나고 생각만큼 영화 쪽에 캐스팅이 잘 되지 않았어요. 주변에서 더 조바심을 냈지만 내가 필요한 곳에서 즐겁게 일하면 된다 싶어 무대에 전념했더니 다시 인연이 닿더라고요.” 박수 소리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다부진 배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생활태도 덕분일 것이다.
“조급증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뒤를 신경쓰다 보면 현재가 엉망이 되고 말 겁니다. 지금 하는 것을 잘하면 됩니다.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에요.”
연극 팬들 사이에서 그의 이름이 주는 신뢰는 상당하다. 정작 본인은 “제 팬이 있어요?”라며 쑥스러워하지만 “정석용이 나오니까 꼭 봐야 한다”는 이가 한둘 아니다. 평자들은 “그가 아니면 저 정도의 자연스러움은 나오지 않을지 모른다.” “지금 이 장면에서 순간적으로 어디에 강약의 포인트를 조절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배우다.”라며 애정을 드러낸다. “중요한 것은 극을 이해하고 감정을 갖는 힘일 거예요. 저는 대본을 받으면 읽고 또 읽습니다. 대사 속에 캐릭터가 있거든요. 누군가는 ‘분석’한다고 하던데, 저는 그냥 느낍니다. 무언가 더 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연기하는 게 더 좋아요. 없으면 없는 대로 그냥 연기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연기라서 배우가 되었고, 그래서 몰두했고, 지금도 무대 위에 서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정석용 동문. 실력과 성품을 고루 갖춘 내공 100단의 이 선배가 후배들에게 이르는 조언을 정리하자면 이렇지 않을까. 무언가를 억지로 욕심내기 전에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언인가를 보려 할 것, 그리고 시작할 것, 이때 앞선 걱정이나 욕심은 금물, 자연스럽게 상황에 몰두하며 즐기는 것이 최선!
배우 정석용이 말하는 연극인생 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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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중에서는 <양덕원이야기>가, 영화로는 첫 번째 작품인 <무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무사> 때는 5개월 동안 중국에서 스태프들과 먹고 자고 하면서 배운 것이 정말 많아요. 연극 무대에서 느끼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연극 <이>는 10년 동안 꾸준히 무대에 올려지고 있으니 인연이 각별하지요. 관객들 박수소리를 들으면 언제나 흥분되지만 한편으로는 배우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기도 합니다.” 홍보팀(pr@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