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에서 세번째 집’으로 등단한 김태용 동문(문예창작 00)

2012년 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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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세계의 문학 ‘오른쪽에서 세번째 집’으로 등단

2008년 제41회 한국일보문학상, 2012년 제2회 웹진문지문학상 등의 수상경력   

소설집 ‘풀밭위의 돼지’, ‘포주이야기’와 장편 ‘숨김없이 남김없이’를 출간     

[인터뷰: 박고운 홍보팀 학생기자(행정09) stl0417@naver.com]

 

"수학 잘하는 이과생에서 소설가로 서기까지"

 "원래는 시인을 꿈꿨어요."
잘나가는 소설가이자 젊은 교수 김태용 소설가.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00학번 동문으로, 2005년 등단하며 소설가로서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시를 읽으며 시인들의 시집을 모으는 데 재미를 붙였다고. 100권 남짓 모으면서 시인들을 흉내 내서 쓰기도 많이 썼다. 그러나 문학 대한 관심과 달리 현실에서는 다른 길을 택하여, 이과로 대학을 진학했다. 사실 고등학교 때 문과 보다는 수학분야의 성적이 높았던 것이 첫째 이유였고,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글을 쓰나’라는 자격지심이 두 번 째 이유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꿈을 구체화 시킬 만큼의 확신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렇게 문학을 포기하고서 들어간 대학 생활이 즐거울 리 만무했다. 1.2라는 당시의 단출한 학점이 이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그의 삶의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고, 곧바로 군 입대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군 제대를 하며 다시 입학한 숭실대 문창과를 시작으로 진정한 꿈을 위한 첫 행보를 밟았다.

 그런데 의외의 답변이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묻는 질문에 그는 바로 이 시기를 꼽았기 때문이었다. “꿈을 ?아 입학한 학교였지만 미래를 확신할 수 자격증과 같이 눈에 보이게 미래를 확신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기에, 불안감도 그만큼이나 컸기 때문이죠.”

 고등학교 시절 관심과 같이 여전히 그의 마음은 시에 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학과에서는 시를 가르치는 교수가 없었기에 소설을 병행하며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소설로 등단하기 전에 시로 더 많이 응모해 봤는데, 별 반응이 없었어요. 2005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할 때도 시와 소설 원고를 같이 보냈었죠. 하지만 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던 걸 보니 소설을 쓰라는 운명이었던가 봐요.”

 

“잘 쓰는 글이 좋은 글일까요?”

 꿈을 찾아 돌아왔기에, 현재 강단에 서서 꿈을 향해 가는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이 더욱 남다를 것만 같았다

  “저는 관습화된 글 보다는 자신의 색이 담긴 글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자들에게도 내가 녹아 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그가 말하는 자신의 색이 담긴 글이란, 스스로가 즐기며 글을 쓴다는 말로 표현되기도 했다. 누가 보아도 잘 쓴 글은 관습화되고 정형화 되어있기 십상이다. 따라서 글이라는 것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들에게는 본질로 따져보았을 때 가장 치명적인 것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조금은 거칠고, 다듬어져 있지 않더라도 ‘나’의 글을 쓸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는 스승의 마음을 비추었다.

 뿐만 아니라, 작가로서의 그도 다름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일부러 문법을 일그러뜨리기도 하고, 사전에 없는 단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래서 글을 쓰는 소설 장르도 메타소설(소설 쓰기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탐문하고 언어 자체를 문제 삼는)이었다. 일반 소설과 같이 소설을 통해 인간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통해 소설을 이야기하는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장르의 특성상 글을 한 층 진지하고 무겁게 만들며 마지막에는 허무감마저 들게 하지만, 문학의 다양성 만큼이나 다양한 독자들이 있기에 그의 글을 사랑해 줄 독자들을 생각하며 원고를 쓴다.

  작가로 등단함과 동시에 소설청탁이 끊일 날 없었고, 강단위의 교수가 되기까지 서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매 순간이 슬럼프라 말하며 소설쓰기를 매듭풀기에 비유했다.

 “매듭을 푸는 순간, 그 한 순간의 재미를 위해 매듭풀기에 매달리곤 하죠. 제겐 글쓰기가 이와 같습니다. 일종의 마약이죠.” 매듭을 풀기까지의 과정은 힘들지만 매듭이 풀릴 때는 단 한순간이다. 그 한순간의 재미를 알기에 그는 오늘도 원고와 씨름하고 있다. 정상? 성공? 그는 아직도 부족하며, 배고프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또 다시 매듭을 만들어 스스로를 압박하며 글을 써 내려간다.

후배들에게
“지루함을 견뎌라.”

  자유로운 사회? 현실은 정 반대입니다. 우리는 굉장히 억압받으며 살고 있죠.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조정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이다.

  대표적 예로 모두가 천편일률적으로 토익공부에 매달리는 것 역시 사회의 억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억압을 견디기 위해 발생하는 지루함은 결국 쉽게 포기하게 되는 것입니다. 쉽게 포기하고 버려지는 것이 습관화 되어있는 현실은 스스로가 ‘진정한 지루함’을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루함을 견뎌라”는 억압 속에서 발생하는 지루함이 아닌, 본인이 만들어낸 진정한 지루함을 견디라는 의미입니다.

  소설쓰기를 얽혀있는 매듭을 푸는 것에 비유했던 것 역시, 매듭을 풀어내는 과정이 계속 재밌을 리는 만무하기에 더욱이 그 매듭은 내가 만들어낸 목표 즉, 지루함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 하고 싶었다고.

  그가 만든 지루함이라면 소설작가가 되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돌아온 거리만큼이나 더 지루했을 데뷔까지의 과정. 이 지루함을 견뎌낸 그의 성공기는 이미, 우리가 만들어낼 지루함을 견디기 위한 원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추천도서 : 「‘피로사회’, 2012, 문학과지성, 한병철」

  “이 책에서는 ‘창조적 피로’를 만들라고 합니다. 지금의 현대사회는 스스로성과를 만들어 낸다는 착각 속에서 사회로부터 요구되는 일을 하기위해 피로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피로가 아닙니다. ‘진정한 피로, 창조적 피로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까요?’ ”

  그는 해답을 내려주지 않았다. 다만 한권의 추천도서를 통해 대답을 대신했다. 내가 만들어낸 지루함을 견뎌 ‘나’의 길을 스스로가 고민할 때야 만이, 진정한 해답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