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선택에서 길을 찾다, 곰앤컴퍼니 이병기 대표(전기 85)
[인터뷰 :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7기 이영석(경제학과 13)]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 곰플레이어로 유명한 ‘그래텍’은 최근 사명을 ‘곰앤컴퍼니’로 바꿨다. 그리고 새로운 대표가 취임했다. 바로 이병기(전기 85) 동문이다. 그의 삶은 일반적이고 안정적인 방식보다는 스스로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평가할 만큼 의외의 선택의 연속이었다. 본교 전기공학과에 입학하여 컴퓨터를 취미로 삼은 일부터, 삼성전자 입사 그리고 퇴사, 창업에 이르기까지. 조금은 맥락 없고 특이하기까지 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가 집으로 저를 초대했어요. 집에 신기한 물건이 생겼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저를 부른 거죠. 그 물건이 바로 ‘애플2’였어요. 그때 돌아가던 게임도 지금 생각해보면 조악하기 짝이 없었는데, 그 당시에는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물건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날 그는 대학교에 가서 컴퓨터를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일은 계획한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성적에 맞춰 지원하다보니, 원하던 학과가 아닌 전기공학과에 입학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합격하자마자 가장 먼저 컴퓨터 서클 SSCC에 가입했어요.” 그리고 이때부터 컴퓨터는 그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자, 취미가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보통 취미라 하면 즐기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병기 동문은 취미를 전공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 “저는 원래 호기심도 많은데다가, 하고 싶을 일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거든요. 그러다보니 같은 과 친구들은 전공 공부와 취업 준비에 매진할 때, 제가 하고 싶은 컴퓨터에 매달렸어요. 밤늦게까지 프로그래밍 작업을 하다보면 동아리방에서 잠들 때도 많았죠.”
그는 20개 이상의 전국 컴퓨터 동아리가 모인 유니코사(UNICOSA) 회장까지 맡게 된다. “유니코사 회장을 맡고부터는, 전공과는 완전히 이별했죠. 대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제가 좋아하는 분야를 원 없이 즐겼어요. 그리고 이때 경험이 회사를 창업하고, 경영하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다시 주사위를 던지다>
이러한 그의 취미는 취업에 좋은 방향으로 작용하게 된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에 마침 가정마다 PC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PC분야 사업 확대를 고려해 신입사원을 채용했고, 그의 취미였던 컴퓨터 공부가 취업에 도움이 된 것이다. “의도치 않았지만 상황이 잘 맞았어요. 좋아하던 일에 열중한 것이 남보다 조금 앞서게 만들어줬죠.” 그리고 그는 몇 년간 삼성전자를 다니게 된다.
그렇게 회사를 다니던 중 그는 선배로부터 동업 제안을 받게 된다.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하고 창업을 택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은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그는 다시 한 번 도전의 길을 선택한다.
“그땐 기업의 운영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저 회사라는 조직에서 벗어나면 좀 더 자유롭게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죠. 또 아내에게 회사를 그만둬도 되냐고 물었더니 쿨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해주더군요. 그렇게 회사를 그만두고 선후배 4명이 모여서 만든 기업이 현재 ㈜곰앤컴퍼니의 모체가 된 회사였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회사 운영은 쉽지 않았다. 계속 이어질 것만 같았던 닷컴열풍은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관심 또한 떨어지게 된다. 또한 회사 운영에 있어서도 커다란 위기가 몇 차례 찾아온다.
“흔히들 동업하면 망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지만 동업에도 장점이 많거든요. 힘든 일을 겪게 되면 이런 상황을 나만 겪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되죠. 동료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저를 버티게 해주더라고요. 물론 주의할 것들도 있어요. 회사에 돈이 생기면 욕심이 생길 수 있는데, 그때 서로간의 약속을 정해야 해요. 저 같은 경우도 몇 가지 약속들을 지켜왔고, 그것이 지금까지 회사가 이어져 온 비결 같아요.”
<창업을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최근 대학 내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몇 가지 조언했다.
“최근 창업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보면 마치 제가 창업하던 시기와 비슷한 것 같아요. 당시에도 새로운 기업에 많은 기회가 주어졌어요. 그때와 차이점이 있다면 정부에서 사업을 통해 창업에 대한 지원이 많아졌고,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다는 거죠. 주변에 보더라도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하는 기업들이 많아요.”
다만 창업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 몇 가지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고 말했다.
“먼저,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하고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도전이 가능하다는 말은 역으로 경쟁이 극심할 수 있다는 말로도 이해할 수 있거든요.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다른 경쟁력이 필요해요. 단순한 아이디어 수준을 넘어서 남들과의 차별성을 보여줘야 하며, 이를 실제로 구현해내고 증명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계획들에 근거하여 일을 진행해야만 해요. 또한 먼저 사업을 경험한 사람들의 조언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요.”
<숭실대학교 후배들에게>
이병기 동문은 숭실대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덧붙였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의 학생들이 훨씬 더 잘하는 것도 많고 자신감도 넘쳐요. 다만, 사회적으로 취업이 어려운 상황인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믿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실패를 두려워하다보면 시도하지도 못하고 포기하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확신과 용기를 갖고 대담하게 도전하고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보다 많은 기회를 접하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평범한 선택이 아닌 조금 의외의 독특한 선택을 해왔다. 하고 싶은 일을 원 없이 하며 즐기며 살아왔다. 앞으로도 그는 의외의 선택을 하며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 것이다.
예측 불가능하지만 흥미진진한, 지금까지의 그의 인생처럼.
때로는 모두가 하는 선택이 아닌, 의외의 선택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이뤄지기도 한다. 남다른 선택과 도전에서 이병기 대표처럼 더욱 값지고 짜릿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자신만의 특별한 선택으로 누구도 걷지 않은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 숭실인들의 멋진 모습을 기대해본다.
※ 이병기 동문은 숭실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했으며, 삼성전자를 거쳐 곰플레이어, 곰TV등을 서비스 하고 있는 ㈜그래텍을 공동창업했다. 최근 사명을 그래텍에서 ㈜곰앤컴퍼니로 교체하면서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