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노래하다, 래퍼 ‘슬랩매틱’ 이정수 동문(의생명 10)

2014년 7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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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노래하다, 래퍼 ‘슬랩매틱’
 이정수 동문(의생명 10)

[인터뷰송혜수 홍보팀 학생기자(문예창작 09), hyesoo11011@daum.net]


 “제 주변 일상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전 충분해요”

 어릴 적 소망하던 장래희망이 꿈으로 변모해 현실화 되는 순간, 그 얼마나 운명과도 같은 일인가. 또 그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가. 래퍼 ‘슬랩매틱’ 이정수 동문(의생명 10)에게 운명의 만남과 기쁨, 고통과 노력은 뼈저린 경험들로 빚어 낸 말이다. 대학생에서 래퍼의 이름으로 세상에 데뷔하기까지 그의 짧지만 강렬한 삶의 노래를 들어보자. 

공부보단 음악

 일찍이 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유독 가수의 꿈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는 이 동문. “누나도 가수를 하고 싶어 했고 덕분에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음악과 관련된 형, 동생들과 어울린 점도 있고. 처음에는 그저 ‘연예인’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실패를 겪었던 것 같기도 해요.(웃음)” 솔직하게 학창시절에는 공부가 싫어 더 이 길로 들어선 점도 있다 말하는 그. “공부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남들처럼 대학은 가야 했기에 수시전형으로 경기대학교에 입학했었죠. 하지만 더욱 더 확고해지는 꿈만큼 학교생활은 멀어져 갔고 공부와 음악의 두 갈래 길에서 고민하다 자퇴하고픈 마음까지 들었어요.”  

 공부보다는 음악에 관심을 쏟으며 지내다 수많은 오디션 끝에 한 기획사 연습생으로 들어가게 된다. “들어가고 얼마 되지 않아 회사에서 돈을 요구하더라고요. 사기였던거죠. 아마 실력이 제대로 갖춰진 뮤지션이 아니라 연예인의 화려한 면만을 보고 맹목적으로 ?았기 때문에 그런 일을 겪지 않았나 싶어요. 전화위복처럼 그때 공부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수능까지 얼마 남지 않았던 시간이지만 대학에 들어가야겠단 목표가 확고해서인지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는 그해 숭실대학교 물리학과에 입학하게 되지만 방황은 끝이 나지 않았다. “물리학과는 점수에 맞춰 들어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규칙적인 학교생활과 주로 밤에 하는 음악작업이 서로 맞지가 않았어요. 학교에 와도 오직 머릿속은 음악, 힙합에 대한 생각뿐이었죠.” 결국 그는 1학년을 마치고 물리학과에서 의생명시스템학부로 전과를 결심한다.

인복 많은 래퍼 ‘슬랩매틱’

 그는 휴학을 하고 다시 오디션을 보다 ‘슬랩매틱’을 만든 지금의 기획사를 만난다. 가수 ‘타우(TAW)’가 이끄는 소속사인 것이다. “원래는 다른 사람이 내정되어 발표되기로 했던 프로젝트 앨범인데, 대표님께서 저를 좋게 보셨는지 함께 합류시켜 다같이 앨범에 참여시키셨어요. 소속사라기보다는 저에게는 크루같은 느낌이 더 커요. 형들과 같이 여행가고 일상에서 음악으로 공유하고 문득 떠오르는 게 있으면 가사로 써서 랩을 하는 순간들이 감사하고 너무 좋아요.” 


 오랜 방황 끝에 그는 작년 봄, 첫 앨범을 발표하게 된다. 뜻깊은 순간이지만 무조건 즐거운 기억만은 아니라고 한다. “사실 슬랩매틱이란 이름도 대표님이 지어주셨는데, 유명한 뮤지션의 이름에서 따온 ‘matic’에 손으로 일구다라는 뜻의 ‘slap’을 붙인 거예요. 과분한 이름이기도 하고 랩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나온 앨범들이라 그런지 지인들에게 일부러 앨범에 대한 얘기는 안했어요.” 힙합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발라드를 즐겨 부르던 그에게 ‘랩’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어떤 노래를 불러도 칭찬을 잘 하지 않던 형이 어느 날, 제가 랩 하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잘한다 해주는 거예요. 정말 뿌듯했죠. 또 일상적인 얘기들로 가사를 적어 랩을 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랩을 시작한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앨범을 내고 지금까지 꾸준히 놓지 않는 건 내 재능을 알아봐주고 응원해주는 고마운 사람들과 랩에 대한 제 관심이 어우러져 끝까지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짧은 시간이지만 그가 ‘랩’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데에는 다양한 음악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 한다. “좋아했기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해서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외국에서 유명하다는 가수부터 시작해, 정말 끊임없이 들으며 가사에 대한 생각뿐이었죠. 그러다 보니 점차 라임이 들리고 외국의 가사를 한국말로 옮겼을 때는 어떻게 라임을 만들어가나 궁금하더라고요. 점점 분석을 하게 됐어요. 후에는 어느 정도 스케치를 하면서 랩을 잘하는 친구들 도움 따라 가사를 만들어가는 훈련을 익혔죠. 아마도 그때 기본기를 다지며 스스로 노력했던 부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좋은 소속사를 만날 수 있었으리라 봐요.”

지난날의 아픔이 이제는 가사가 되어 

  1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많은 앨범이 발표 된 것을 보고 풍족한 집안에서 자랐으리라 생각하는 편견에 대해서도 그는 단연코 아니라 못 박는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충돌이 많아 오죽하면 성인이 되고나서야 가출을 했으니까요. 유명한 가수가 돼서 집에 돌아 가리라 마음먹었지만 굉장히 힘든 시간이었어요. 고시원에 들어가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전에 부모님 밑에서 걱정 없이 편하게 지내왔음을 깨달았죠. 후회도 했어요. 그렇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부모님께 절대 손 벌리지 않았어요. 이왕 나온 것 제대로 무언가라도 이뤄내서 집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좁은 고시원 방 안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은 놓지 않았다는 그. “방음이 잘 되지 않는 곳이다 보니 조용히 속삭이며 랩을 연습했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제게 필요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힘든 시간을 겪었기 때문에 두려움도 없어지고 무엇을 해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거겠죠.” 스스로 아껴가며 모은 돈으로 생활하고 끊임없는 연습 끝에 원하던 값진 앨범을 들고서야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는 이 동문. “처음에는 그렇게 반대하셨지만 결국엔 제가 고생을 마다할 만큼 좋아하고 앨범까지 발표한 것을 보시고 이제는 그 누구보다 열렬히 응원해주세요. 그래서 제게는 방황과 고통의 그 시간들이 소중해요. 삶의 교훈을 준 것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응원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으니까요.”


 
 래퍼는 랩으로 가사를 전달한다. 항상 압박감에 시달리기 일쑤. “하루라도 음악을 듣지 않거나 랩 가사 16마디를 쓰지 않으면 불안했어요. 무언가 나태해지는 느낌이랄까. 그러다보니 사람들을 만나도 꼭 딴 생각하는 사람처럼 보여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죠. 기술이 화려한 랩보다 깊이 있는 내용에 대한 갈망이 크다보니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확실히 힘든 시간 뒤에 일궈 낸 경험이 쌓이니까 이제는 그러한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아요. 오히려 음악 작업이 신나고 행복해요.”

소통 그자체가 즐거운 래퍼

  어떤 래퍼가 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도 그는 확고했다.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억지로 만들어 화려하게 가사를 붙여도 듣는 사람은 신기하게도 바로 거짓임을 알더라고요. 반대로 조금 엉성하더라도 진심을 담아 노래하면 부르는 저와 듣는 사람 모두가 통하는 것을 봤어요. 저는 그것이 음악으로 소통하는 것이라 봐요. 그래서 요즘은 일상의 소중함을 느껴요. 어떤 게 가사가 되어 내 노래가 될지 모르니까요. 래퍼들 중의 진정한 래퍼들도 배경이 화려한 음악보다는 온전히 가사로 마음을 감동시키는 사람들이거든요. 저도 이름만 번지르르한 래퍼보다는 소박하더라도 음악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과 여러 가지 감정들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래퍼가 되고 싶어요.” 

 소중하게 꿈을 여기고 끝까지 그 꿈을 잡고 놓지 않았던 그가 내뱉는 단어는 고스란히 가사 안에서 빛을 발한다. “사실 제 또래 친구들 중에 자신이 무얼 좋아하고 관심 있는지도 잘 모르고 남들이 다 하니까 무조건 따라하는 이들도 많아요. 시간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제가 몸소 느끼고 체험해보니 고통과 노력이 뒤따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보상이 있더라고요. 저는 그러한 면에서 값진 교훈을 얻었던 시간들이었어요. 일단 무엇이라도 해보고 후회해도 늦지 않다고 봐요. 미리 겁먹고 무엇 하나 해보지 못한 채 후회하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을 거예요.”
 “사실 제 랩 실력 많이 부족해요. 부족한 것을 아니까 쉽게 자만하지도 않는 것이고요. 다만 깎이고 다듬는 과정 안에서 마음을 컨트롤하고 다스리는 부분에서는 직접 겪어내어 알게 된 점들이니까 자신 있게 공유하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실력 뒤에 갖춰진 겸손 ‘래퍼’에게 본인의 노래 중에서 어떤 음악을 추천하고 싶은지 물었다. 긴 쑥스러움 끝에 한 노래를 소개했다. “그나마, 그나마(웃음) ‘빛’(2013년 11월 발표곡). 제일 솔직하게 썼던 가사여서요. 힘들었던 때였는데, 그 시간 뒤에 찾아 온 소속사와의 만남, 앨범 발표 등, 제가 원하던 것들이 조금씩 이뤄짐을 보면서 어둠에서 빛을 만난 것과 같은 느낌으로 솔직하게 노래했어요.”  

 현재 그는 ‘JNEW’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그의 매력을 노래할 계획 중에 있다. 솔로뿐만 아니라 팀으로 또 피처링으로 다양하게 음악 세계를 넓혀갈 그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그가 기대가 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어떤 이야기를 가장 담고 싶냐고 물으셨는데, 일기장에 썼던 내 얘기가 사람들에게 마치 자신의 얘기처럼 공감돼서 함께 웃고 우는 랩을 하고 싶어요. 정말 그거라면 전 충분한 것 같아요.”
– 래퍼 ‘JNEW’

 * 이정수 동문은 숭실대학교 의생명시스템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이며 2013년 3월 ‘슬랩매틱(Slapmatic)’으로 데뷔하여 ‘봄바람’, ‘My Lady’, ‘빛’, ‘죽은 시인의 사회’ 등 다양한 힙합 음악을 선보인 래퍼이다. 또한 새로운 이름 ‘JNEW’로 한층 더 발전된 그의 음악 세계를 펼칠 준비에 있으며 조만간 앨범과 뮤직비디오로 찾아 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