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제임스들의 코믹한 이야기를 그리는 만화가 안지용 (사학 11)
[인터뷰 :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7기 서동호(경영 13)]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 이름이 같더라도, 그들은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부터 시작된 만화가 있다. 바로 네이버 수요일 웹툰 ‘언덕 위의 제임스’다. 놀랍게도 이 만화를 그린 작가는 본교 안지용 학우 (사학 11)다. 전공과는 조금 다른 길에서, 전 세계의 제임스를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그는 어딜 향해 걸어가고 있을까.”
[웹툰작가 쿠당탕]
드라마 ‘미생’부터 웹툰 자체를 소재로 삼았던 드라마 ‘W’까지, 웹툰은 어느새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이제 웹툰을 빼고 대중문화를 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만화 산업에서 코믹·명랑 장르는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안지용 학우는 이 장르의 만화를 국내 1위 웹툰 포털인 ‘네이버’에서 연재하고 있다. 그는 본명 대신 ‘쿠당탕’이란 작가명으로 활동 중이다. 단순히 넘어지는 소리를 작가명으로 정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쿠당탕’이란 소리가 굉장히 1차원적이고 단순하게 느껴졌어요. 제가 이런 만화를 그리고 있기도 하고요. 처음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정말 단순하게 좋아서 열심히 했거든요. 그래서 ‘쿠당탕’으로 정하게 됐어요.”
[행복을 가리킨 나침반]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어요. 하지만 만화가를 꿈꾼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랬던 그가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그의 대답은 조금 의외였으나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확실한 꿈이나 목표 없이 대학에 들어갔어요. 그래서 걱정이 많았죠. 그런데 오히려 이 시간들이 제가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어요.” 그는 이 시기, 철학 교양 강의에서 자신의 길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바로 김선욱 교수의 ‘행복의 철학’이란 수업이었다.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행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계속 질문을 던지세요. 그래서 생각해봤죠. 내가 무엇을 하면 가장 행복할까? 그때 제가 내린 결론은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할 것 같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림이었어요.”
[언덕 위의 제임스]
안지용 학우가 웹툰을 처음 시작한 것은 입대 직전이었다. “입대 전에 부모님께 생일 선물로 받은 태블릿으로 네이버 ‘도전 만화’에 처음 웹툰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해서 시작은 했는데 군대를 다녀오고 나니 현실적인 문제들이 보이더군요. 친구들은 대외활동, 자격증 취득 등 취업 준비에 전념하는데, 저는 일주일에 그림만 한 편씩 그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때 제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맞는 방향인지 고민했어요.”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길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2015년 네이버 웹툰에서 ‘개그 올림피아드’ 공모전이 열린 것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무턱대고 그림만 그릴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공모전이 정말 나를 위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죠. 정말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준비했어요. 무슨 일을 포기하는데도 어떤 계기나 변명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개그 장르는 제가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는 장르였고, 여기서 실패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독한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그 결과 안지용 학우의 ‘언덕 위의 제임스’가 총 4편의 수상작 중 한 편으로 선정됐고, 그는 네이버 웹툰에서 정식으로 연재를 시작하게 된다.”
[언덕 위에서 다음 언덕을 향하여]
“저는 만화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고, 그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아직은 만화가가 됐다는 것이 그렇게 실감나지 않아요.” 안지용 학우는 그저 행복을 위해 걷기 시작한 만화가의 길을 계속 걸을 수 있게 된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늘 불안하죠.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제가 이곳의 경쟁사회에서 잘 살아남으면서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요. 그런데 결론은 늘 하나였어요. 내가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 물론 유일한 취미가 일이 됐다는 것이 가끔은 조금 아쉽지만, 제가 가장 잘할 수 있고 행복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힘든 순간들이 찾아오더라도, 다른 길을 찾기보다는 ‘쿠당탕’ 헤쳐 나가야죠.”
[당신도 한번, 쿠당탕]
“안지용 학우는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숭실인이 있다면, ‘어떤 방향’으로 걸어갈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기를 추천했다. “저 역시 그랬지만 대부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학에 들어오게 되잖아요. 그래서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지 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얼마나’ 걸어 왔는지도 중요해요. 하지만 ‘어떤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숭실에서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전공과는 조금 다른 길이지만, 행복을 향하여 오늘도 한 발짝 자신의 길을 ‘쿠당탕’ 걸어가는 그를 응원한다. 그리고 그의 만화가 각자 다른 방향의 길 위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쿠당탕’ 걸어갈 수 있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는가가 아니고 ‘어느 쪽’을 향해 가고 있느냐에 있다.
– 올리버 웬델 홈즈
“당신은 ‘어느 쪽’을 향해 가고 있습니까?”
※안지용 학우는 2011년 숭실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하였다. 2015년 네이버 웹툰 공모전 ‘개그 올림피아드’에서 작품 ‘언덕 위의 제임스’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네이버 웹툰에서 정식으로 연재하게 되었다. 현재 네이버 수요일 웹툰 ‘언덕 위의 제임스’를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