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 대상의 주인공, 용현중 동문(철학04)을 만나다

2013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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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한나 홍보팀 학생기자(기독교 09), skyviki@naver.com]

제8회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 대상작에 본교 철학과 용현중 동문(철학04)의 <봄 그리고 겨울>이 선정됐다. 조선 숙종 때 장희빈의 이야기와 고전소설 ‘춘향전’, ‘백설공주’의 내용을 엮어 재구성한 이야기로 심사위원의 호평을 받았다. 서른을 앞두고 퇴사해 글을 쓰기 시작한지 1년 만에 이룬 성과다.

철학도의 증권사 공모전 대상, IT회사 입사

용현중 동문은 재학시절, 철학과에 다닌다는 이유로 어른들로부터 핀잔의 소리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증권사 공모전 대상 수상을 비롯해 4년간 열 개에 가까운 대외활동을 하며 주위의 걱정스런 시선을 누그러뜨렸다. “수업에서 삶에 대한 얘기를 많이 다루는데, 전 그게 참 재밌었어요. 동양철학은 특히 농업과 관련이 깊어요. 동양에서는 농업이 가장 중요한 경제활동이었거든요. 지금은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경영, 경제가 가장 활발한 이슈인 것이고요. 결국 철학과 경제 학문이 서로 분리됐다는 것은 경직된 사고인 셈이죠. 제가 여러 공모전에 도전했던 것도 이런 배움 덕분이었어요.”

용현중 동문은 졸업 후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공부를 더 하고 싶단 생각도 있었지만, 생계를 책임지는 것이 그에겐 보다 우선적인 일이었다. 그의 첫 직장은 IT회사. 학부 시절, 키움증권 주최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것이 입사지원계기였다. “스마트 MTS 홍보 공모전이었어요. 당시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많은 기능들이 곧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가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용 동문의 직장생활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회사 내부 사정으로 일을 곧 그만두어야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많은 일을 겪으면서, ‘하고 싶은 걸 해볼까’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다시 취직을 준비할까도 생각해봤고요.” 결국 그는 수중 오백만원 남짓한 돈과 함께 펜을 들었다.

가난한 백수의 글쓰기 도전기

직장을 그만두고 글을 쓴다니 주위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터였다. “부모님께서 내색은 안하셨지만 걱정이 많으셨을 거예요. 하지만 제 대학생활을 좋게 봐주셨는지 제 선택을 믿고 지켜봐주셨어요. 그리고 친구들도 그리 말리지 않더라고요.(웃음)” 12월 퇴사 후, 올 6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그는 새벽 5시가 다 돼서야 귀가할 정도로 글쓰기에 매진했다. “작가지망생은 사실 백수거든요. 학생 때처럼 주5일만 공부해서는 안 되겠더라고요.” 그는 아르바이트도 틈틈이 했다. 아무래도 29세 성인 남자가 500만원으로 6개월을 버티기란 쉽지 않았다.“ 친구의 제안으로 합정역에 있는 메세나폴리스에서 화이트데이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이를 계기로 메세나 폴리스 SNS 채널을 관리하게 됐죠. 대신 관리자분께선 제게 메세나폴리스의 아직 분양되지 않은 사무실에 임시로 작업공간을 마련해주셨어요.” 그리고 바로 이곳에서 <봄 그리고 겨울>은 탄생한다.

그는 먼저 네이버 소설 공모전에 도전했다. 공모작은 <바람의 노래>. 일주일에 두 세편, 6개월을 꾸준히 연재했다. 소설책 세 권 정도의 적지 않은 분량이었다. “제 소설이 순위권에도 올라가곤 했는데, 갈수록 조회 수가 떨어지더라고요. 너무 제가 쓰고 싶은 대로만 썼나 봐요. 인물설정부터 해서 집요할 정도로 내용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어놨거든요.” 하지만 공모전에 떨어지고 나서도, 그는 연재를 계속 이어갔다. 이때가 그의 습작기였다. 특별히 누군가에게 글쓰기를 배웠기 보단, 그는 네티즌들의 의견을 통해 어느 정도 자신의 글을 보는 눈을 점차 길러갔다. “<바람의 노래>를 연재하며 글의 가능성, 대중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어요. 쉬운 글을 쓰고 싶지 않아서 나름 조금 어렵게 썼던 것인데, 실패였지요.”

역사소설 <봄 그리고 겨울>

하지만 <봄 그리고 겨울>은 그의 집요함의 장점이 잘 살아있는 글이다. 설정에 집착해 <바람의 노래>를 썼다는 그의 고백처럼, 집요한 글쓰기는 사실 그에게 퍽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원래 만화를 좋아해서, 웹툰을 하려고 구성해 놓은 시나리오가 많았습니다. 그 중 하나가 <봄 그리고 겨울>로 탄생했어요. 생각보다 실력이 없는 것 같아 소설로 왔지만요.(웃음)”

“<바람의 노래>를 쓰면서, ‘역사고증을 하면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봄 그리고 겨울>이 역사소설로 탄생한 이유다. 물론 독자들의 호흡을 고려해, 그는 좀 더 재밌는 내용을 담고자 했다. “입상은 못해도 독자들에게 선택 받을 수 있는 글을 쓰자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글의 소재를 고민하던 중 춘향전 원전들을 읽게 됐어요. 그런데 원전들의 대부분이 숙종에 대한 찬양으로 시작하더라고요. 그게 흥미로워서, 숙종 시대 조사를 많이 했어요. 예를 들어, 소설엔 과거 시제 이야기가 5줄만 나오지만, 그 시제를 담기 위해 사전에 6장 분량을 조사했지요.”

“진짜 실패는 따로 있어요”

용 동문은 제대로 된 실패가 아니면 좌절할 필요가 없다며, 후배들에게 실패다운 실패의 의미를 짚어줬다. “실패는 수능을 못보고 공모전에 떨어지고 취업을 못하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입니다. 사회적 제도에 맞춰, 취업을 하면 성공이고 못하면 실패라는 식의 이분법에 갇히지 않았으면 해요. 적어도 스스로 기획해서 실행한 일에 성공과 실패의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그는 꿈에 도전하라는 말을 섣불리 전하지 않았다.“ 꿈에 도전하는 것이 아름답게 포장되면 안 될 것 같아요. 이번에 상금을 받았지만, 사실 직장인들의 1년 치 봉급보다 적은 금액이에요. 도전을 하려면 이렇게 불편함을 감내할 각오가 돼있어야 합니다. 만약 돈을 벌기위해 글을 썼다면, 저는 중간에 포기했을 거예요. 그저 ‘누군가는 내 글을 재밌게 읽었으면’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어요.”

그의 소설 <봄 그리고 겨울>은 곧 출간될 예정이다. 이를 시작으로 더욱 재밌는 글을 써나가고 싶다는 용 동문은 아직 숨겨둔 시나리오가 많다고 말했다. 오래지 않아 그의 집요하고 끈질긴 글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 용현중 동문이 철학과 학우와 함께 운영하는 대학생을 위한 컨텐츠 제작 페이지 소개: facebook.com/yaho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