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쓰다, 최성문 동문(사회복지91)
[인터뷰 :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6기 최정훈(글로벌통상학과 10) / cocoland37@naver.com]
우리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때로는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또는 귀찮다는 이유로 하루를 쉽게 흘려보낼 때가 있다. 이런 하루를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이 있다. 최근 ‘하루를 쓰다 2 – 도시 유목민이 쓴 아시아의 하루’ 전시를 개최한 작가 최성문 동문(사회복지 91)이다. 이번 숭실피플에서는 최성문 동문을 만나 하루를 소재로 한 그녀의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하루의 소중함을 일깨우다
최성문 동문은 최근 성북예술창작터에서 ‘하루를 쓰다’라는 전시회를 열었다. 그녀에게 이번 전시회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우리가 태어났을 때부터 하루는 시작됩니다. 그때부터 하루는 끊임없이 이어지지요. 오는 지도 모르고 가는 지도 모르게 하루는 흘러갑니다. 때로는 그렇게 의미 없이 흘러간 하루들이 허무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쉽게 흘러갔던, 그리고 흘러가버릴 하루를 소중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하루를 쓰다’라는 달력을 만들었다. 2015년에 처음 시작했던 이 달력 프로젝트는 모든 날짜를 각기 다른 사람이 써서 365명이 함께 달력을 완성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이다. “‘하루를 쓰다’에는 많은 뜻이 있어요. 하루를 ‘살다’, 글로 ‘쓴다’, 또 하루를 써서 ‘공유’하는 것까지 의미하죠. 2015년 달력은 제가 직접 먹물과 붓을 들고 다니며 만들었습니다. 노숙인, 외국인 노동자, 탈북 새터민, 발달장애 어린이, 암병동 환자, 문화예술인, 농촌 주민 등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셨죠.”
소외계층의 회복을 위해
최성문 동문은 달력을 통해 얻는 수익금을 도시 빈민들을 위해 전액 기부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저는 2009년부터 노숙인 무료급식소 ‘바하밥집’에서 배식 봉사를 했습니다. 봉사를 하면서 단순히 밥을 드리는 것보다 좀 더 의미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때 이분들에게 직접 하루를 쓰게 해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노숙자 분들에게 소중한 하루의 의미를 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프로젝트에는 많은 사람이 동참했다. 표지는 故 신영복 선생이 글씨를 썼다. 소리꾼 장사익, 배우 양동근, 가수 악동뮤지션, 캘리그러퍼 강병인, 동요작가 백창우 등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5년에 만들어진 달력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습니다. 1만 1000부를 찍었고, 그로 인한 수익금 1,580만원을 전액 ‘바하밥집’에 기부했습니다. 그 돈으로 노숙자 분들의 자립을 위한 테이크아웃 만두가게를 열었습니다.
봉사와 예술을 위한 열정
최성문 동문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학교를 다닐 때, 의미 있는 일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이 의미 있고 가치 있다고 생각했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돕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저는 예술을 통해 그런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 좋겠다는 꿈을 꾸었죠.”
그녀는 지금까지 수많은 봉사활동을 해왔다. “봉사활동을 정말 많이 다녔어요. 자폐아동을 돕기도 하고, 정신병원에서 레크레이션 봉사도 했었습니다. 장애인과 결손가정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많이 참여했어요. 숭실대 사회복지학부도 남을 도와주는 학문이라는 생각에 입학하게 되었죠.”
그녀는 숭실대 재학 중에 했던 동아리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 당시 사회복지학부에 ‘소시오드라마’를 하는 동아리가 있었어요. 문제가 있는 상황을 즉흥극 통해 체험해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동아리였습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했던 동아리 활동은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2017년을 위한 ‘하루를 쓰다’
최성문 동문은 2017년을 위한 달력도 만들었다. 2015년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로 이번에는 도시빈민과 다문화 이주민 그리고 난민의 자립기금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7년 달력을 제작하기 위해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습니다. 4월에는 지진피해가 있었던 네팔 사람들이, 9월에는 시리아인을 비롯한 여러 나라 난민들이 글씨를 써줬어요. 최근에는 몽골에도 다녀왔습니다.”
2017년 달력은 2015년과 마찬가지로 364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왜 365명이 아닌 364명일까? “나와 만나지 못한 그 누군가가 스스로 마지막을 채워 달력이 완성되도록 했어요. 결국 달력을 구입한 그들도 예술에 동참하는 거죠. 단순히 모금을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예술운동으로서 이 일의 가치가 공유되었으면 했습니다.”
그녀에게 프로젝트를 위해 만났던 사람들 중 가장 특별한 사람은 누군지 물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물론 더 기억에 남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특별한 사람을 꼽을 수는 없을 거 같아요. 제가 만난 사람들의 하루는 모두 특별했기 때문이에요. 경제적으로 더 성공한 사람, 사회적으로 더 소외받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의 하루는 똑같이 소중합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여러분의 하루는 특별합니다
최성문 동문은 특히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모든 청년들의 하루가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즘 청년들이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꼭 편승해서 살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어요. 제가 하는 말이 너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돈은 당연히 필요하죠. 하지만 돈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아니에요. 스스로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일을 하다보면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 더 큰 보람이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지금도 차가 없어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당당하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남들과 비교하고 남들보다 잘 사는 것을 목표로 살면 자신의 색을 드러낼 수 없어요. 나보다 잘 사는 사람은 없어요. 단지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만 있을 뿐이죠. 남과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기 자신만의 색을 꼭 찾으시길 빕니다.”
최성문 동문은 성북예술창작터에서 열리는 ‘하루를 쓰다’ 전시회도 자신만의 특별한 하루, 자신만의 특별한 색을 발견할 수 있는 전시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가치 있게 보내고 있었다. 최성문 동문의 예술을 통해 모든 사람의 하루가 특별해지길 바란다.
* 최성문 동문은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를 1995년 졸업한 후, 작가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아트랩 꿈공작소’를 설립, 공공예술프로젝트인 <2015 하루를 쓰다>와 <2017년 하루를 쓰다 Living one story a day>를 진행했다. 최근 책 <오늘을 부탁해>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