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조현 동문(행정 88)

2008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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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틀을 깨고 공감을 이야기하다
2008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조현 동문(행정 88)


조현 동문은 ‘팩션(Faction)’이라는 독특한 장르로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되었다. ‘팩션’은 실제 이야기와 허구의 과감한 만남에서 시작되는 문학의 한 장르다. 현실에 존재하는 과거 인물은 작가의 상상의 힘을 빌려 재창조되는 것이다. 조현, 그 역시 소설에 시를 혼합시키더니,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깊이 있는 필력으로 웃음짓게 하는 이야기를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은 그를 만나 상상이 이끄는 여행에 동참했다.


우주인에게 종이냅킨이란?
조현 동문의 신춘문예 당선작의 제목은 ‘종이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이다. ‘황무지’로 유명한 시인 T.S 엘리엇의 시를 인용하며 시작되는 이 소설은 2040년 먼 미래 인류가 전멸된 지구에 외계인들이 냅킨이라는 작은 사물에 대해서 고찰한다는 내용이다. 냅킨을 접는 행위, 냅킨이 전파된 역사를 통해 지구인을 이해하는 흥미로운 전개가 펼쳐진다. 일상생활에서 지나칠 수 있는 하찮은 물건이 어떻게 신춘문예 당선작의 소재로 선택된 것인지부터 물었다.


“원래 그런 작은 사물에 대해서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어요. 친구를 만났는데 우연히 냅킨을 접고 펴고 그러는 거예요. 사실 흘려버릴 수 있는 순간이었는데 그 행동의 의미가 제 눈에 들어왔어요. 냅킨은 원래 고급문화였잖아요. 리넨이랑 천으로 만들어서 유럽에서는 귀족들만 쓸 수 있는 사물이죠. 그게 대중으로 전파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고 지성인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런 것을 파헤쳐보고 싶었어요.”


특정 계층만 향유할 수 있는 문화는 산업이 발전하면서 대중으로 퍼진다. 그러면서 그 변화에 끼어들지 못하고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는 숭실대 학부생 시절부터 사회가 발전할수록 자연스럽게 버려지고 소외되는 세상의 모든 것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동아리를 들었어요. 독서 동아리였는데 알고 보니까 살짝 운동권이었어요(웃음). 데모를 열심히 했던 건 아닌데 힘들게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지요. 농촌으로 봉사활동도 가고 어렵고 힘들게 사는 노동자들이랑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많이 보게 되었죠. 그리고 그때부터 외로운 사람들, 힘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거 같아요. 그런 시절이 없었다면 저 혼자 잘난 줄 알고 혼자 살기에 바빴겠죠. 대학시절에 그런 걸 가르쳐 주신 교수님들이나 친구들한테 감사해요.”


그가 말하는 이번 소설의 주제는”모두 같이 잘 살아보자!”는 것. 잘 살기 위해서는 서로 교류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이브리드 세상에 몰입하다
최근까지 동아일보 당선작들이 순수문학을 추구하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조현 동문의 작품이 당선된 것은 일종의 파격이었다. 그는 “이번 심사위원들이 젊은 분들로 구성되면서 제 작품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라고 겸손하게 수상 소감을 말한다. 최근 소설이 영화나 뮤지컬 등으로 제작되면서 SF, 역사소설, 무협지가 재평가 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으로 소설계에서도 참신한 내용을 찾았을 테고 그의 작품은 그러한 흐름에 순풍을 탄 셈이다.


고리타분한 철학과 종교를 융합해 위트 있는 이야기 구조를 짜낼 수 있었던 비법은 무엇일까. 아마도 거실까지 점령한 책들에 해답이 있을 것이다. 인터뷰가 이루어진 그의 집에는 문학책은 기본이고 철학, 정보통신 분야 그리고 해부학 같은 의학 서적도 눈에 띄었다.


“책을 모으는 것이 취미예요. 남들의 기호식품이 담배나 술이라면, 제게는 책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일년에 500만 원 정도 DVD와 신간을 사는 데 소비하는 거 같아요. 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는 것, 그 매력에 푹 빠져 있어서 그런가 봐요.”


행정학을 전공한 그가 신춘문예에 당선될 정도이니 문학에 대한 아니 지성에 대한 탐닉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지 짐작하게 하는 순간이다. 행정학을 전공하던 대학교 시절에도 국문학 수업을 들었고 졸업 후에는 영화계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영상등급위원회에 취직했다.


“문화 전반에 관심을 가지면서 상호간 교차적 글쓰기가 가능해진 것 같아요. 그리고 김현승 시인이나 전태일처럼 소외된 이웃과 공존하는 삶의 태도도 본받고 싶어요.”


존경하는 사람들의 뒤를 따르기 위해 ‘월드비전’이라는 자선 단체와 인연을 맺었고, 이번 당선금도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소녀 나타나시오 양에게 전달되었다.


“하나님께 기도 드렸어요. 당선되면 상금의 반을 그 아이와 나누겠다고요. 그래서 제 소원이 이루어진 거 같아요.”


소외된 이웃들에게 관심을 끊을 수 없다는 그는 세상의 오래된 진부함을 벗은 상상의 날개를 달고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신춘문예의 당선을 계기로 그는 오래 전부터 몰두해 온 시와 소설의 감성을 융합하는 단편집을 낼 계획이다. ‘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 그가 시와 소설을 쓰는 멘탈리티를 오고 가며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궁금하다. 온 우주가 연결되었듯이 우리는 또 그의 글과 이어져 ‘디야드밥!(Dayadhvam, 공감하라!)’하게 될 것이다. 홍보팀(pr@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