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카메라 기자 이성재 동문(미디어 00)
[인터뷰: 최한나 홍보팀 학생기자(기독교 09), skyviki@naver.com]
현재 MBC 카메라기자로 활약하고 있는 이성재 동문. 미디어학부 첫 신입생, 씨즌넷 제1기 국원, 교내 인터넷 생중계 첫 시도, 청와대 첫 인턴. ‘처음’이란 이처럼 그에게 가장 걸맞는 수식어다. ‘처음’은 언제나 어렵다. 불확실한 상황에 가장 먼저 ‘도전’해야 하기 때문일테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먼저 걸었던 ‘개척자’의 여정은 현재 어디쯤일까?
미디어학부, 씨즌넷의 첫 신입생
이성재 동문은 미디어학부의 첫 신입생이다. 고등학생 때, 중고 비디오카메라를 구해 촬영에 재미를 붙였다던 그는 단순히 촬영이 좋다는 이유로 본교 미디어학부에 지원했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방송아카데미에 등록했어요. 촬영, 편집을 배우고 싶어서요. 그리고 지원학과를 알아보는데, 영상,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미디어학부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어 지원했어요.”
뿐만 아니라, 그는 교내 인터넷 방송국 ‘씨즌넷’을 만든 1기 선배이기도 하다. 씨즌넷 활동으로 그는 방송의 꿈을 키워갔다. 국원들과 함께 교내 뉴스 등을 제작했던 경험이 그 첫 시작이었다. “예전엔 지금의 신정문 자리에 상가들이 늘어서 있었어요. 거기를 철거한다니 상인들의 반대가 컸지요. 이것이 씨즌넷에서 다룬 제 인생의 첫 뉴스예요. 또 백마가요제의 인터넷 생중계도 처음 시도해봤었고요. 편집 때문에 매일 밤을 새다시피 했어도 재밌으니까 방송 일을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
청와대 첫 인턴으로 뽑히다
졸업을 앞두고 이 동문은 기자 준비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카메라기자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신문기자를 준비했는데 여러 번 떨어졌습니다. 낙방을 거듭하면서 든 생각은, 이렇게 언론고시 준비만 하고 있어선 안 되겠단 거였어요.” 이 동문은 4학년 여름방학부터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실에서 인턴생활을 시작했다. 분야별로 한 명씩을 뽑는 모집이었지만, 씨즌넷에서 쌓은 경력으로 그는 곧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청와대 공식행사영상을 편집해 영상을 만들고, 단신도 썼어요. 인턴활동을 하며 청와대 출입기자 선배님들을 많이 뵐 수 있었는데, 그때 카메라기자를 처음 알게 됐지요.”
차근차근 쌓은 경력, 당당히 MBC 입사
인턴생활을 마친 이 동문은 취업시장에 뛰어들었다. 대기업에만 지원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일자리를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인턴 이후 세 달 정도를 백수로 지냈어요. 면접보고 떨어지고를 반복했죠. 그러다 작은 기업의 홍보팀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매일 조간신문을 살펴보며 기업과 관련된 기사를 추려 보고하고, 기업에 취재가 올 경우, 대응하는 일을 했어요. 때문에 시사, 논평, 사설은 꼭 챙겨봤지요.” 이렇게 작은 회사에서 쌓은 경력은, MBC 공채 시험에서 빛을 발했다. 따로 언론고시를 준비한 것도 아니었다. 홍보팀에 근무하며 기사를 많이 접하고 보도 자료를 작성 했던 것이 시험에 큰 도움이 된 것이다. “당시 논술시험 문제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드러난 혐한 현상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논하라’는 것이었는데, 이와 관련한 사설을 몇 주 전에 읽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동안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던 훈련이 곧 언론고시 준비인 셈이었죠.”
씨즌넷, 인턴, 홍보팀 경력이 하나의 ‘스토리’로
홍보팀에서 쌓은 내공으로 필기시험을 무리 없이 치른 이 동문의 다음관문은 실기시험이었다. 취재기자 응시자가 카메라 테스트를 본다면, 카메라 기자의 경우엔 현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취재하여 신속하게 송출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카메라 기자와 카메라 감독의 실기시험이 서로 달라요. 똑같이 카메라를 다루지만 뉴스를 하느냐 안하느냐로 기자와 감독을 나눕니다. 카메라 감독의 실기시험은 주어진 콘티를 보고 영상을 얼마나 심미적으로 잘 담아내는지를 평가합니다. 대본, 장소, 연기자와 그 동선이 모두 미리 정해져있기 때문에 카메라 감독은 잘 짜인 환경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상을 담는 일이 중요하지요. 하지만, 카메라 기자가 취재를 나가는 현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전에 정해져 있는 것이 거의 없어요. 설령 있다 하더라도 막상 현장에 도착하면 상황에 따라 바뀌기 일쑤입니다. 취재 자체가 거부당하기도 하고요. 드라마나 예능은 NG가 나면 연기자들한테 부탁해서 다시 찍으면 되지만 뉴스는 그렇지 않아요. 그 상황이 지나가면 그걸로 끝이고 만약 생중계라면 바로 방송사고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카메라 감독처럼 아름다운 영상을 담기보단 현장상황을 재빨리 판단하고 다소 거친 화면이라도 사건의 핵심 장면을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지요. 기사가 길어야 2~3분, 짧으면 1분, 단신은 20여초인데 아무 의미 없는 영상을 보여줄 순 없으니까요. 실기시험에서도 이런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출제됩니다. 실제 방송에 나간 기사영상에서 캡처한 20장의 컷 중 가장 중요한 3컷을 고르고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설명을 요구하는 문제가 대표적이죠.”
그런데, 이 동문은 어떤 계기로 MBC 기자 공채에 지원하게 된 것일까? “여름휴가 때의 일이에요. 휴가 중인데, 사장님이 계속 일을 시키셨죠. 휴가지에서도 일을 해야 한다니, 너무 답답해서 일을 하다말고 웹서핑을 했어요. 그리고 그때 우연히 포털 뉴스에서 MBC 공채 기사를 봤지요. 그리고 지원을 했는데, 사실 최종합격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어요.(웃음)” 이 동문은 합격의 비결로 씨즌넷 활동을 꼽았다. 방송에 필요한 협업의 능력을 씨즌넷을 통해 미리 배워뒀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에 씨즌넷 활동 이력을 썼는데 그게 어필이 많이 됐어요. 직무와 관련한 경험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쓰니, 합격에 좀 더 도움이 됐을 거라 생각해요. 사실 저는 학점도 별로 높지 않았고 토익점수도 낮았어요. 회사가 이런 걸 잘 안 봐서 다행이었지요.(웃음)”
쪽방촌부터 후쿠시마까지
매일 다른 현장에서, 남녀노소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기자라는 직업이 가진 매력 중 하나다. 하지만 그만큼 안타깝고 위험한 현장을 찾아가야할 일도 많다. “겨울이면 꼭 쪽방 촌에서 힘들게 겨울을 나시는 분들을 만나 봬요. 그리고 얼마 전엔 필리핀 태풍 현장엘 다녀왔습니다. 이런 현장을 취재할 땐 가슴이 아파요.” 또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사건이 있는 현장에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출동하는 탓에, 기자들은 경찰보다 더 빨리 현장에 도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단다. “교통사고 현장에 가보면, 아직 시신이 수습이 안 돼 있을 때가 있어요” 특히 대형인명사고는 이 동문에게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 사건이다. “초대형 태풍이나 지진, 쓰나미 같은 대형재난현장에선 건물잔해에 시체들이 뒤섞여 수습되지 못하고 썩어가고 있는데, 그 참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작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는 사고현장에서 50km 떨어진 곳까지 취재를 가기도 했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선의 위험성 때문에 상당한 부담을 안고 간 취재였습니다. 이 외에도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사건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사건사고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하는 만큼 위험한 현장에 뛰어드는 일은 기자에게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365일 비상대기
힘든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취재 시 문전박대를 당하기는 부지기수다. “신제품 출시나 이미지 홍보 같은 긍정적인 보도에 대해서는 업체나 관공서들이 취재에 아주 잘 응해줍니다. 하지만 불량제로 같은 프로그램을 보시면 알 수 있듯이, 불법·비리를 고발하기 위해 찾아가면 취재진에게 욕설이나 협박은 물론 폭행도 불사합니다. 이 직업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힘든 점이기도 합니다.” 주말연휴나 공휴일에도 거의 쉬지 못하고, 출·퇴근시간이 막연하다는 것 또한 기자가 견뎌야하는 일 중 하나다. “집에서 쉬고 있어도, 언제 사건사고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하고 대기해야합니다. 전화기를 항상 붙들고 있다가 회사에서 전화가 오면 벨이 두 번 이상 울리기 전에 받아야 합니다. 워낙 예측 불가능한 생활이다 보니 점심약속은 아예 잡지를 못하고 저녁약속도 당일 직전에 취소해서 원망을 사는 일이 많아요.” 얼마 전엔, 공항출발 4시간 전 출장 통보를 받고 긴급히 필리핀 태풍 피해 현장으로 취재를 갔다. 요즘 같은 겨울엔 폭설로 인한 출근길 대란이 많아 새벽잠이 부족할 때도 많다. 잠을 잘 때도 손에 휴대폰을 꼭 쥐고 자는 것은 기본, 목욕탕엔 지퍼백에 휴대폰을 넣어서 들어갈 만큼 연락은 기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뉴스는 시간이 생명입니다. 다른 방송사에서 이미 내보낸 소식을 저녁 늦게야 알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지요. 속보를 위해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합니다.”
5백만이 본다는 책임감으로!
“처음 입사할 때, MBC뉴스 시청률이 10% 정도 나왔습니다. 5천만 인구 중 5백만이 본다는 건데, 그만큼 책임감이 크지요. 제가 대충 찍으면 5백만이 넘는 시청자가 성의 없는 화면을 보게 됩니다. 지상파 매체의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결코 소홀히 취재할 수 없습니다. 10kg이 넘는 카메라를 어깨에 올릴 때마다 제게 주어진 책임감의 무게를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지난해, MBC는 파업의 진통을 겪었다. 보도의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요즘 취재현장에서 MBC기자라고 하면 입사 초기와는 달리 냉대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쫓겨나거나 혼쭐도 많이 나요. 과도하게 환영받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많다면 그건 우리 뉴스가 공정하지 못하고 편파적으로 나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기자로서의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며 일하던 예전의 MBC가 회복되도록 계속 노력해나갈겁니다”
씨즌넷, 인턴활동, 기업 홍보팀 경력. 이 모두는 지금 그가 하고 있는 일에서 크게 벗어난 경험이 아니다. 그는, 만약 자신이 언론사 취업만을 생각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조건 큰 곳 하나만 바라보고 취업을 준비하기보다, 하고자 하는 일이라면, 또 그와 관련된 일이라면 작은 곳에서라도 시작하며 경력을 쌓으시길 권하고 싶어요. 일종의 보험 같은 것이죠. 돈도 벌고 경력도 쌓고. 우선 신입사원 지원서에 쓸 수 있는 이야기가 더욱 많아지는 것이고요, 원하는 회사에 신입으로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현재의 경력을 바탕으로 경력사원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생기는 거죠.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나에게 가장 적합한 일이 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낼 수 있는 안목도 생깁니다. 그러다보면 분명 기회가 옵니다. 실제로 홍보팀 일을 한지 6개월이 되던 때, MBC 기자 시험에 합격했어요. 남들이 스펙쌓기한다고 무조건 따라하지 마시고, 한 가지 관심사에 집중하시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모여 하나의 스토리가 되면, 자기소개서 두 문항 정도는 거뜬히 채우실 수 있을 겁니다. 제 경험이기도 하고요.”
이 동문의 바람은 한 가지다. 좋은 기사를 내는 것. 좋은 기사라 함은 그에게 있어 곧 필요를 짚어내는 기사다. 어느 땐 주말을 반납하기도 하고, 자다가 일어나 새벽출근을 해야 하는 고된 일이지만, 이 동문은 그래도 좋다. 다시 보람 있게 일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 때문이다. 이 동문의 따뜻하고 날 선 기사를 계속해서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