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감독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1987년 포항제철에 입단했다. 1989년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1996년에는 프로축구 베스트11에 선발되는 등 화려한 선수생활 경력을 갖고 있다. 2004년부터 2010년 6월까지 숭실대 축구단을 지휘하며 숭실을 대학축구의 정상으로 올려놓았다. 지난해 6월 수원 삼성 블루윙즈 감독으로 부임해 다시 명문 구단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에서 제2의 감독인생을 열다 ‘숭실축구’ 우승신화의 주역, 윤성효 교수
느린 경상도 사투리 사이로 고집이 보이는 목소리, 구릿빛 얼굴. 딱 보아도 ‘운동하는 사람’이라 말해주는 외모 속에 35년 가까운 축구 인생이 그대로 묻어났다. 지난 6월 수원삼성 블루윙즈의 3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윤성효 감독은 숭실대 축구단의 새 시대를 열어 온 중심이었다. 1982년 재창단된 숭실대축구단은 그가 부임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
“2003년까지 22년 동안 단 두 번의 우승을 했던 숭실”이 윤성효 감독 체제 안에서 7년 동안 9번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숭실대축구단을 탄탄한 수비력과 파괴력, 공격력을 갖춘 팀으로 성장시켜 놓고 그는 다시 친정팀 수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감독으로 데뷔했던 숭실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져 작년 가을 학기부터 생활체육학과 겸임교수로 강단에 섰다. 연이은 경기 일정으로 바쁜 날들이지만, 예비 생활체육인들에게 그만의 경험을 전해줄 생각으로 가슴 설렌다며 웃는 그다.
“숭실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삼성에서 코치로 있었을 때, 숭실대행을 선택한 건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한 일이에요.”
고등학교 축구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으로 숭실대를 꼽은 지 오래다. 최근 웬만한 대학축구대회 결승전엔 어김없이 숭실대의 이름이 올랐으니, 박지성을 꿈꾸는 그들에겐 최고의 대학 팀을 꿈꾸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숭실대 축구단을 이끌어온 윤성효 감독은 오히려 받은 것이 많다는 말을 꺼낸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연결하는 것이 대학축구의 역할이에요. 그야말로 우리나라 축구의 허리를 길러내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이 감사해요. 또 감독으로 데뷔한 곳도 숭실대이니까 무척 의미가 큽니다.” 아마추어팀이지만, 학교가 자신을 믿고 요구했던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에 소신대로 잘 운영할 수 있었다며 다시 한 번 학교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제대로 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니, 선수들도 믿고 열심히 따라준 것이라며 그는 숭실에서의 가슴 벅찬 순간들을 회상했다.
“선수들에게 프로구단에 준하는 훈련을 시켰고, 또 인성교육에도 신경 썼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실력으로 인정받는 선수라고 해도 인성이 바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숭실대 축구선수들은 어디를 가든 뒷자리 정리는 틀림없었다고 한다. 유니폼에 그려진 학교 마크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라는 자신의 훈계를 정말 잘 따라준 선수들이 많이 고마웠다.
“월드컵을 보면서 스페인과 같은 팀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패스 잘하고 속도 있는 팀…”
축구. 수비와 공격, 미드필드의 조화가 잘 맞아야 하고, 90분 내내 이 밸런스를 맞추고 유지한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렇게 뛰어야 할 선수를 이끄는 감독의 자리는 또 얼마나 어려운 자리인가.
“물론 어려운 점도 많지요. 하지만 성실하면 됩니다. 훌륭한 용병술이나 전략도 중요하지만 성실함이 없다면 쉽게 무너져 버립니다.” 성실함을 선수의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그도 한때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던 선수였다. 프로구단에 입단해 국가대표 마크도 가슴에 달았다. 1996년엔 수원의 창단멤버로 입단해 총 23골 14도움을 기록했고, 1999년 전관왕 신화를 이룰 당시 트레이너로도 활약했다. 39세에 은퇴할 정도로 몸 관리만큼은 누구보다 철저했던 선수였다. 수원에서 그가 달던 등번호 38번은 1999년부터 2006년까지 8년 동안 결번될 만큼 수원의 첫 전설로 남아있다. 이런 그가 다시 수원으로 돌아온 것이다.
“축구계에서는 제가 삼성 감독으로 발탁된 것을 좀 의아하게 생각했어요. 앞서 김호 감독이나 차범근 감독처럼 스타플레이어도 아니었으니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예전의 삼성을 만들어보자는 욕심에 흔쾌히 수락했어요. 구단과 선수, 감독이 삼위일체로 호흡한다면 가능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한번 해볼 만하지요.” 일찌감치 믿음의 축구로 후진을 양성해 온 그가 이제 제2의 감독 인생을 펼쳐나간다. 그의 말처럼 매 경기가 해볼 만해서 즐겁고, 또 우승으로 이어져 그의 선수들의 골 세리머니가 더 빛나길 기대해본다.
● 생활체육학과 겸임교수로서 윤성효 감독이 밝히는 포부
느닷없이 떠나게 되어 너무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오히려 이렇게 가까이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게 마음 써 주셔서 학교에 감사합니다. 프로감독으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최초의 교수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의 지식과 경험이 모쪼록 학생들에게 귀한 재산으로 남을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그리고 숭실대 축구단에 대한 애정은 변함없으니, 전통과 영광을 지키기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홍보팀(pr@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