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과 나의 70년ㅣ1회 졸업생 김득린 동문, 김덕증 동문, 유제춘 동문

2024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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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숭실 1회 졸업생 유제춘, 김득린, 김덕증 동문

 

숭실대학교가 서울에 다시 세워진 지 70주년을 맞은 올해, 우리는 그 역사적 순간을 함께한 1회 졸업생 세 분을 만나는 특별한 기회를 가졌다.

이분들은 대한민국이 전쟁의 상처를 딛고 나아가던 시기에 숭실대학교의 첫 졸업생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함께한 주역들이다.

숭실대학교에서 학문을 탐구하며, 평양에서 시작된 숭실의 정신을 서울에서 이어받아 각자의 삶 속에서 실천해 온 이들은 학교가 이 나라의 지성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심이 되도록 기여했다.

아흔을 넘긴 지금도 숭실대학교와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 계신 세 분을 만나 그들의 지난 이야기를 들어보고, 앞으로의 바람에 대해 들어보았다.

 

❖ 숭실대학교에 입학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득린 동문
제가 영락교회 교인이었습니다. 영락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합창단 활동도 하고, 윤원준 선생님께 배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대광고등학교 출신인데, 당시 대광고에서는 숭실대학교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숭실대학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립학교로서 전통이 깊고 믿을 수 있는 학교라는 점이 결정적인 요인이었죠.

 

김덕증 동문
저와 김득린 회장님은 영락교회와 대광고등학교라는 공통점이 있네요. 비슷한 배경에서 숭실대학교를 선택하게 된 것 같습니다. 당시 숭실대학교에는 목사 아들들이 많이 다녔어요. 서울대학교나 연세대학교에 다니다가 전공이 맞지 않아 숭실로 편입한 경우도 많았죠. 그래서 우리보다 나이가 많았던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유제춘 동문
저는 북한 평양에서 피난을 왔습니다. 매형이 숭실대학교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평양에 있던 숭실대학이 유명했고, 기독교 대학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 가게 됐죠. 그렇게 해서 숭실대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입니다.

 

❖ 학교생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김득린 동문
저는 숭실대학교에서 총학생회장을 두 번 역임했습니다. 당시 학교는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다른 학교들은 총학생회장을 지명하거나 임명하는 방식이었지만, 우리는 민주적으로 후보 등록, 소견 발표, 공청회, 투표를 통해 총학생회장을 선출했죠. 이 점에서 숭실대학교는 민주화의 선두주자였다고 자부합니다.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학생 중심의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민주화 운동과 협력 체제는 숭실대학교에서 시작된 것이었고, 저는 이 부분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당시 학교 토론대회에 나가서 최우수상을 몇 번 받기도 했습니다. 컵을 다 모아둔 것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학생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협동 정신을 강화한 덕분에 우리 숭실대는 언제나 하나로 뭉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또 다른 중요한 순간은 성가대 활동입니다. 당시 저는 학교 성가대에서 활발히 활동했고,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학교 내에서의 협력과 화합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숭실대학교는 저에게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제 인생의 중요한 가치관과 신앙을 형성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숭실을 제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유제춘 동문
당시 최고령 학생이 43세였어요. 김영규 씨라고 있었는데, 저희는 그를 아버지처럼 불렀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분은 59세에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 지금도 세 분 모두 정정해 보이시는데, 연세가 어떻게 되시나요?

김득린 동문
저희는 이제 90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제가 90이고, 이 양반(김덕증 동문)은 92세죠. 당시에는 몇 년 차이는 큰 차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이 차이로 인해 입학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어요.

❖ 학교 다닐 때의 캠퍼스 분위기는 어땠나요? 지금의 학교와는 많이 달랐을 것 같은데요.

김득린 동문
당시 숭실대학교의 캠퍼스는 지금처럼 크지 않았습니다. 이북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된 학교라, 교수님들조차도 곧 평양으로 돌아가 다시 재건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캠퍼스 확장에는 큰 관심이 없었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교육의 질을 우선시했다는 점입니다.

숭실대학교는 항상 ‘진리와 봉사’를 교육이념으로 삼아 학생들을 양성해왔습니다. 진리와 봉사, 즉 희생과 순정이 숭실대학교의 교육 이념이었고, 이러한 정신이 학생들 속에 깊이 자리잡았죠. 숭실대학교의 모체는 바로 이런 가치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캠퍼스가 넓지 않았어도, 교육의 질과 철학은 매우 높았습니다.

❖ 당시 세 분의 전공은 무엇이었나요?

김득린 동문
저와 김덕증 동문은 법학과를 다녔습니다. 당시 숭실대학교에는 법학과, 경제학과, 영어영문학과, 사학과, 철학과가 있었어요. 우리의 선배들인 조만식 선생, 안익태 선생 등도 숭실 출신입니다. 우리는 항상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학문을 추구했습니다.

 

유제춘 동문
저는 영문과를 전공했습니다. 영어 실력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미국에 가서 연수도 하고 연구도 했죠. 제 아이들도 모두 대학교 교수가 되었는데, 연세대학교, 명지대학교, 경기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숭실대학교에서 받은 교육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졸업 후 사회에 나가 첫 사회생활을 하셨을 때는 어떠셨나요?

김득린 동문
졸업 후 총동문회 회장을 10년 동안 맡았고, 법인이사회에서도 12년간 활동했습니다. 또한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학교에 기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학교의 발전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몇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지금은 송암복지재단을 운영하며 양로원, 요양원, 아동복지시설 등 다양한 복지시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저는 학교에 빚을 갚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송암복지재단은 현재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이번 70주년을 맞아 학교에 발전기금을 더 기부할 계획입니다. 저는 숭실대학교에서 받은 은혜를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모든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덕증 동문
저는 졸업 후 바로 군대에 갔습니다. 6.25 전쟁에 참전했는데, 수류탄 부상을 입고도 살아남았습니다. 군생활을 하면서 모범 사병으로 선정되었고, 군대 내에서 교회 활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전방에 근무할 때 국군방송에 두 번이나 출연했죠. 군대에서의 경험은 저에게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군대생활이 제게 큰 영향을 주었고, 지금도 군대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습니다. 제 직업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대한일보 등에서 근무했는데, 특히 대한일보에서는 충청남북도 도반장을 맡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극장에서 일하기도 했고, 양계를 운영하며 4만 5천 마리의 닭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직업 경험을 통해 인생의 풍부함을 배웠죠.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극장에서 일했던 시절입니다. 당시 극장은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고, TV도 없던 시절이라 극장이 주요 오락시설이었죠. 극장에서 기도 주임으로 일하며 사람들을 관리했는데, 그 경험도 제게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늘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왔고, 그 은혜 덕분에 지금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올해 숭실대학교가 서울에 세워진 지 70주년을 맞아 축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김덕증 동문
숭실대학교는 하나님께서 선택한 사람들만이 올 수 있는 곳입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저를 선택해 주셔서 지금 이 자리에 있고, 기쁘게 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유제춘 동문
숭실대학교에서 받은 교육과 신앙은 저에게 큰 축복이었고, 앞으로도 숭실대학교가 많은 사람들에게 축복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득린 동문
저희 1회 졸업생들이 숭실대학교의 기초를 잘 닦았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들이 이 전통을 이어받아 더 큰 희망과 자부심을 가지고 나아가길 바랍니다. 숭실대학교의 7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현재 학교와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김득린 동문
학교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등록금만으로는 학교를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법인과 총장 모두가 신경 써야 할 부분입니다. 후배들이 숭실대학교의 자부심을 가지고, 학교가 하는 일에 협조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제춘 동문
학생들은 숭실대학교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합니다. 교수들이 들어와서 사랑과 신앙을 가르칠 때, 학생들도 그 마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숭실대학교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학교이기 때문에, 그 정신을 잊지 말고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