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3월 신 학기, 설렘으로 가득해야 할 숭실의 캠퍼스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로 조용하다. 이러한 시기 속에서도 숭실을 떠들썩하게 만든 주인공이 있다.
보통은 학사과정을 마치고 석사, 그리고 박사 과정을 밟는 것이 순서이다. 그러나 우리가 만나 본 이 주인공은, 올해 가을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의 Mechanical and Aerospace Engineering에 석사과정 없이 direct Ph.D. 박사과정으로 풀패키지를 받고 진학 예정이라고 한다.
누구보다 빠르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는 기계공학부 16학번 김건휘 학우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먼저 축하드립니다. 기계공학부 학부 과정을 7학기로 조기졸업하신 후 석사과정 없이 미국 대학원에 박사과정으로 진학하게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굉장히 흔치 않은 케이스로 알고 있는데요, 많은 얘기가 궁금합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가을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박사과정 입학예정자, 숭실대학교 기계공학 부 16학번 김건휘입니다. 말씀주신 것처럼 저는 기계공학부 학사 과정을 7학기로 조기졸업하고, 미국에 있는 프린스턴대학의 ‘Mechanical and Aerospace Engineering’에 석사과정없이 박사과정으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국내 대학원이 아닌 미국 대학원으로 결정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다가올 미래 사회에 적합한 인재가 되기 위해서 학부 기간 동안 쌓아온 지식만으로도 충분할 것인지, 대학원에 진학하여 좀 더 심화된 전문적 지식을 쌓는 것이 나을지를 스스로 가늠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살아가게 될 인류 사회는 개인의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더욱 중요해지리라는 판단으로 후자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결심한 이후, ‘세계를 무대로 생각하고 있는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학교는 어디일까’를 생각하며 어느 곳으로 진학하면 좋을지 물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가장 적합한 곳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을 이루고 있는 미국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미국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게 되었죠.
대학원 진학 시 컨택(contact)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얼마나 중요한가요? 국내 대학원이 아닌 미국 대학원은 어떻게 컨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내용은 어디까지나 저의 입시 경험만을 토대로 한 의견이라는 점을 고려해주세요. (웃음)
공대 대학원 진학을 위해, 저는 컨택이 필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입시 성공을 위해서는 컨택 메일의 첨부 파일 퀄리티(ex. 포트폴리오, 이력서)가 자기소개서 (Statement of Purpose) 퀄리티보다 더 크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물론 자기소개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컨택이 중요한 이유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타 지원자들보다 교수님에게 먼저 눈에 띌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학원의 경우 세계 각지에서 학생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지원자는 넘쳐나고 합격시킬 수 있는 학생 수는 정해져 있습니다. 지원서를 제출하고 나면 자기소개서 하나만으로 입시 당락이 결정돼요. 컨택 메일은 지원서 마감 시점 전에 자신이 함께 연구하고 싶은 교수님께 본인의 잠재력을 글만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선보일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수많은 쟁쟁한 지원자들 속에서 교수님에게 자신을 눈에 띄게 만들 기회이기에 컨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해요.
두 번째 이유는 동기부여입니다. 사실 컨택 메일을 보냈을 때 답장이 오는 확률은 낮습니다. 저의 경우 서른여명의 교수님들께 컨택 메일을 보냈고, 그중 프린스턴 대학교 포함 총 여섯 분으로부터 답장을 받았습니다. 이때 한 교수님으로부터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내용의 답장을 받고는 ‘나도 교수님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에 굉장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감은 저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어 긴 입시 과정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세 번째, 교수님의 연구실 상황 선제 파악이 가능합니다. 컨택 메일을 보내기 이전에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별로 자신의 연구 분야와 맞는 교수님들을 찾고, 그에 맞추어서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작성한 후 메일에 첨부하게 됩니다. 저에게 답장을 주셨던 교수님 중 어떤 분은 ‘올해 대학원생을 뽑을 계획이 없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긍정적인 답변은 아니었지만, 대학원생을 뽑을 계획이 없는 교수님의 연구 논문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을 오히려 다른 교수님의 연구 논문 분석에 투자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입시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이유는, 자기소개서 작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에요. 통상적으로 컨택 메일을 보낼 때는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첨부합니다. 이때, 포트폴리오에는 자신의 연구 이력들을 함축하고, 이력서에는 자신이 대학생활 동안 경험한 것들 (연구, 학회, 교외 활동, 동아리, 군 이력도 포함, 등등)을 적게 돼요. 입시의 최종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는 사실상 자신의 연구 내용이 대부분이고 경우에 따라 군 경험 혹은 학회 등 대학 시절 경험한 내용을 넣게 됩니다. 좋은 퀄리티의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작성하기 위해 나의 경험과 지식들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먼저 갖고 나니, 자기소개서는 비교적 수월하게 작성이 되더라고요.
▲ 제 12회 공과대학 영어프레젠테이션 경진대회 대상 수상
전공 공부에 연구실 활동까지 하시면서, 영어 공부는 어떻게 하셨나요?
현실적으로 학기 중에 전공 공부를 하면서 영어 공부를 병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방학을 활용해야 합니다. 시간 계획표를 짜서 영어 점수 제출이 필요한 시점으로부터 두 번의 방학을 활용할 것을 추천합니다.
저의 경우 2020년 12월 초까지 영어 점수를 제출하여야 했고, 2019년 겨울 방학, 2020년 여름 방학을 활용해 최종적으로 원하는 영어 점수를 달성했어요. 만일 여름방학 한 번만 영어공부에 몰두했다면 입시에 많은 차질이 생겼을 것 같습니다. 안정적인 영어점수 확보를 위해 최소 두 번의 방학을 활용하기를 권장합니다.
학점 및 스펙이 대학원 진학에 얼마나 중요했나요? 그리고 학점 관리 팁을 알려주신다면?
대학원 입시에서 학점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점은 지원자의 학부과정 학업 성취도를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기 때문에, 학점이 높은 학생이 대학원 과정 학업 성취도 또한 높다고 판단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학점이 높을수록 지원자들 사이에서 경쟁력이 더 확보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웃음) 공대생에게 다른 중요한 스펙이라면 ‘연구활동’이라고 생각해요. 교수님들은 자신과 함께 연구를 잘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많은 학생을 선호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학점관리 방법은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드릴 수 있는 학점관리 팁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1학년 때부터 학점을 신경 써야 해요.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교 입학과정이 너무도 치열하기 때문에 1학년 때는 약간의 보상 심리로 학점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또한 그랬고 전역 후 2학년으로 복학하고 나서 저의 학점을 보니 불안한 마음이 마구 생기기 시작했어요. (웃음) 다행히 학점을 어느 정도 만회했지만, ‘1학년 때 조금만 더 학점에 신경을 썼더라면….’ 하는 후회가 항상 있었습니다. 1학년 때 최대한 많이 즐기시되, 시험 기간만큼은 학업에 조금 신경 쓰는 것을 권장합니다.
두 번째, 교양 및 3학점이 아닌 과목에도 최선을 다해야 해요. 꽤 많은 학생들이 3학점이 아니라는 이유로, 혹은 교양 과목이라는 이유로 수업을 소홀히 하는 걸 봤어요. 그분들께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본인이 졸업할 때까지 들어야 하는 1학점 및 2학점짜리 수업이 총 몇 개인가요?”. 전부 합쳐보면 분명 눈덩이처럼 커져 있을 것이며, 이는 우리가 해당 수업들을 절대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미국 대학원 진학이 목표인 분들에게는 전공 성적보다 교양 학점을 포함한 총 성적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실제로 미국 대학원의 경우, 총 성적만 물어보는 학교를 포함하여 교내 등수까지 물어보는 곳도 매우 많았습니다. 교내 등수는 교양과목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교양학점도 잘 챙겨야 해요.
마지막으로, 교수님의 문제 출제 방식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공대의 경우, 교수님들의 시험 출제 방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문제풀이 유형, 다른 하나는 암기 유형입니다. 두 가지 모두 어느 정도 회독 수와 성적이 비례할 가능성이 커요. 문제풀이 유형으로 시험이 출제되는 과목의 경우, 교수님께서 과제로 내주시거나 중요하다고 강조하신 문제들을 여러 번 풀어보세요. 문제를 직접 풀어보는 과정에서 알지 못했던 개념이 이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여러 번 풀어보는 경험을 하면 응용력도 생기기 때문에 시험 때 처음 접해보는 문제도 풀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돼요. 초반에는 개념 및 문제를 이해해야 하고 처음 풀어봐야 하므로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초반에 시간을 들여서 잘 기반을 닦아 놓으면 회독 수가 증가할수록 소요 시간은 급속도로 짧아질 거예요.
암기 위주의 과목은, 외워야 하는 내용들을 거듭 반복하여 암기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암기 또한 문제풀이 유형처럼 초반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외우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걸리는 시간은 현저하게 줄어들고, 기억 속에 남아있는 시간은 늘어날 것입니다.
학교에 다니시면서 학생회, 자작 자동차 동아리 SSARA 등 다양한 활동을 하신 거로 알고 있어요. 혹시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어느 활동을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활동이 저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굳이 한 가지를 꼽자면, 저의 진로지도 교수님이신 박태현 교수님의 신재생 에너지 응용 실험실에서의 학부 연구생 경험입니다. 군 복무 이후 복학한 뒤에 박태현 교수님께 진로지도 상담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당시 교수님께서는 저에게 해외 대학원 진학을 장려하셨고, 제가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교수님의 진심 어린 조언이 저에게 많은 동기부여가 되었고, 덕분에 저는 해당 학기에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둘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 학기에 교수님의 연구실에 학부 연구생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박태현 교수님께서는 제가 미국 대학원 진학에 있어서 경쟁력을 갖춘 학생이 될 수 있게끔 관심을 갖고 지도해 주셨어요. 저에게 논문을 직접 써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셨는데, 이 논문이 학회지에 실렸고 그때의 뿌듯함은 제 대학생활 중 가장 값지고 보람찼던 순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웃음)
이렇게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논문을 써 본 경험들이 미국 대학원 진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해요. 박태현 교수님이 안 계셨다면 제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박태현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 2019년 한국 자동차공학회(KSAE) 주최 대학생 자작 자동차 대회 섀시 (Chassis)
연구자가 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타국 생활이 어려울 텐데 미국 대학원에서의 연구를 결심하시게 된 이유가 있으실까요?
신재생 에너지 응용 실험실에서 1년여가량 있으면서 연구에 관해 깊은 흥미를 느끼게 되었어요.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실험을 통해 발견해 낸 사항을 글로 정리하고 이를 논문으로 만들어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논문 속 지식들이 여러 분야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 연구는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진행된다는 점 역시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연구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간절해졌고, 결국 저는 연구자가 되고자 결심했답니다. (웃음)
연구자에게 타국 생활은 그리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언제 어디서든 독립적으로 연구적 아이디어를 창출해낼 수 있는 인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지닌 인재들과 지식을 교류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타국에서의 생활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 2020학년도 한국전기화학괴 춘계 총회 및 학술발표회 포스터 발표
김건휘 학우님에게 ‘숭실’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숭실이란, 세계 무대를 향해 힘찬 도약의 발걸음을 딛게 해준 원동력이에요. 숭실이라는 커뮤니티는 구성원 모두가 각자 하고 싶은 공부와 활동을 할 수 있는 개방된 곳입니다. 이곳에서 저는 제가 경험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보며 꿈의 날개를 조금씩 펼쳐 나갈 수 있었어요. 숭실이 없었다면 이렇게 성장한 저의 모습도 없었을 것입니다. 숭실의 학생인 저는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이며 이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한 말씀, 그리고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먼저 본인이 선택한 전공에 대해 객관적으로 돌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전공 공부가 잘 맞는다면 학업에 몰두하시기를 권장해요. 대학원 진학을 꿈꾸는 후배분들이 계신다면 학점 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주세요. 학점이 높을수록 나의 스펙은 상상 그 이상으로 높아집니다.
우리 학교는 타 학교에 비해 다양한 성적 장학금들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장학금 수여 내역은 대학원 진학에 있어서 중요한 스펙 항목 중 하나에 해당됩니다. 그리고 본인이 경쟁력 있는 인재로 성장하길 원하신다면, 교내에 마련되어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대회, 연구실, 학회 등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시길 추천해드려요.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시는 분들은 연구실 활동도 꼭 해보시길 바라요!
교내에 마련되어 있는 충분한 인프라를 잘 활용하는 것은 후배분들의 관심과 열정에 달려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잘 갖추어져 있으니, 의구심을 갖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꿈을 키워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대학원 입학 추천서 작성에 선뜻 도움을 주신 김진오 교수님, 박성훈 교수님, 박태현 교수님, 홍지우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제가 한 기계 공학도로서 성장할 수 있는 가르침을 주신 모든 기계공학부 교수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인터뷰 :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11기 양진황(건축학부 17학번) ]
[ 카드뉴스 :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11기 이예담(독어독문학과 20학번) ]
[ 촬영/영상 제작 :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11기 박예슬(언론홍보학과 19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