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에 대한 모든 것, 학원선교목사 구교준 동문(중문02)
[인터뷰 :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6기 최정훈(글로벌통상학과 10) / cocoland37@naver.com]
숭실대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6학기 동안 채플 수업을 듣는다. 하지만 채플 수업이 어떻게 준비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매학기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채플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곳이 있다. 바로 교목실이다. 이번 숭실피플에서는 교목실의 학원선교목사 구교준 동문(중문 02)을 만나 채플과 교목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숭실대의 뿌리, 교목실
어느 대학이든 입학처가 있고 학생처가 있다. 하지만 교목실이 있는 학교는 많지 않다. 교목실은 어떤 부서일까? “숭실대학교는 1897년 베어드 선교사가 평양에 설립한 한국 최초의 대학입니다. 숭실의 뿌리에는 ‘진리와 봉사’와 ‘기독교 정신’이 담겨있죠. 교목실은 숭실의 뿌리인 기독교 정신을 지켜나가는 부서라고 생각합니다.”
교목실이 맡고 있는 주요 업무에는 교수, 교직원, 학생들이 함께 예배하는 숭실가족수요예배, 해외선교봉사활동(임팩트) 프로그램 운영, 학생채플을 비롯하여 교목실 소속 찬양팀 지도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는 업무는 채플이다. “교목실에서는 채플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매학기 진행되는 채플 프로그램을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책임지고 있어요.”
목사를 꿈꾸다
구교준 학원선교목사는 2002년에 숭실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했다. 어린 시절, 야구선수를 꿈꾸기도 했던 그가 목사가 된 이유가 궁금했다. “부모님께서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신앙을 가지고 계셨어요.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교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저는 신앙이 없었어요. 그냥 교회에서 친구들과 노는 것이 좋았죠.”
그가 목사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숭실대 입학 이후였다. “대학교 1학년 때 갔던 교회 수련회에서 신앙적 체험을 했어요. 태어나기 전부터 교회에 다녔지만 하나님을 믿게 된 건 그때부터였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그의 머릿속에서 한 가지 생각이 맴돌기 시작한다. “언젠가부터 목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저를 지도해주시는 목사님들이 너무 멋있고 닮고 싶었죠. 이런 마음을 부모님과 목사님께 말씀드렸고, 저를 지지해주셨어요. 그때부터 목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학원선교목사로서의 보람
구교준 동문은 학원선교목사로 3년 동안 근무했다. 그는 채플 준비가 가장 힘들면서도 동시에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일이라고 말했다. “채플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해요. 가끔은 학생들의 냉담한 반응에 낙심하기도 하죠. 하지만 조금이라도 학생들이 반응을 보여주면 거기서 큰 힘을 얻습니다.”
그는 교목실에서 운영하는 해외선교봉사활동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면 종종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돼요. 자존감이 낮았던 학생이 자존감을 회복하기도 하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기도 하죠.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꿈을 정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비록 작은 영향일 지라도 제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매우 감사해요.”
진리와 봉사
구교준 학원선교목사는 매일 학교에서 마주치는 숭실대 후배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요즘 20대 학생들에게 놓인 현실이 너무 냉혹해요. 학생들은 자신들의 앞날만 생각하기도 바쁘죠. 학생들이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것도 이해가 가요. 저도 제 삶에 치여 저와 제 가족만을 생각한 적이 많거든요.”
그는 매일 출근할 때마다 보는 비석의 문구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 “한경직기념관 앞에는 ‘진리와 봉사’라는 말이 새겨진 비석이 있어요. 그 문구는 숭실의 정체성을 가장 명확하게 표현해주는 말이에요. 숭실이 추구하는 기독교 정신은 혼자서만 잘 먹고 사는 것이 아니에요. 내 친구와 내 이웃들도 함께 잘 사는 기독교 정신이죠. 나와 내 가족만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건 숭실이 말하는 기독교가 아니에요. ‘진리와 봉사’라는 숭실의 창학 이념은 늘 저를 겸손하게 만들고 주변을 돌아보게 해요.”
채플을 향한 기대
구교준 학원선교목사는 채플이 존재하는 이유도 학생들에게 ‘진리와 봉사’의 정신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학점도 주지 않는 채플을 왜 들어야 하는지, 또 기독교적인 사상을 강요받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채플을 통해 기대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에요. 채플 메시지를 통해 학생들이 주위를 둘러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돈을 많이 벌고,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만이 유일한 행복의 길이 아니라는 걸 말이에요.”
그는 채플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있다면 먼저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학생들이 그렇게 느낀다면 그건 교목실, 그리고 특히 제 책임이 크다고 생각해요. 더 유익한 시간을 만들어줬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까요. 매학기 반성하고 있습니다. 종교에 대한 거부감은 줄이면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더 좋은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교목실로 놀러오세요
구교준 동문은 학생들이 교목실을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떤 학생들은 교목실이 종교적인 문제만을 다루는 부담스러운 곳이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하지만 교목실은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곳이에요. 누구든 교목실에서 얘기를 나눌 수 있어요. 종교뿐만 아니라 연애, 진로, 친구 관계와 같은 고민들도 편하게 나눌 수 있어요.”
그는 목사이기 이전에 선배로서 자신을 더 편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가 목사이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이야기도 있지만 학교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이야기도 많아요. 물 한잔을 마시러 와도 좋아요. 그러다 무언가 얘기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저를 찾아오세요. 편하게 교목실로 놀러오세요.”
구교준 학원선교목사는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해 채플을 준비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채플을 통해 후배들이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그는 진심으로 숭실과 후배들을 사랑하고 있었다. 앞으로 그가 전할 메시지를 기대해보자.
* 구교준 학원선교목사는 숭실대 중어중문학과를 2002년에 입학해 2009년에 졸업했다. 이후 2010년에 장로교신학대학원에 입학해 2013년에 졸업했다. 2014년부터 숭실대학교 교목실 학원선교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2015년 10월에 목사안수를 받고 현재 학원선교목사직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