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대학 강의도 원하면 듣고 학점으로 인정해줄 수 있어야죠. 대학도 ‘DIY(Do It Yourself·스스로 만들기)’ 시대가 됐습니다.”
장범식(64) 숭실대 총장은 3일 “자기 학교에서 개설한 과목만 수강할 수 있었던 폐쇄적 학사 운영으로는 대학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숭실대가 운영 중인 ‘DIY 자기설계 융합전공’은 학생 스스로 교육과정을 설계해 교과목을 구성하고 전공 이름까지 정할 수 있는 제도다. 숭실대 내 강의뿐 아니라 다른 국내 대학, 해외 대학 강의도 과목으로 이수할 수 있고, 수강생이 정한 융합 전공 이름이 학교 승인을 받으면 주전공과 함께 졸업증명서에 기재된다. 예컨대 64국 자매 결연 대학 417곳 가운에 하나인 미국 보스턴대, 스페인 바르셀로나대의 강의를 듣고 학점으로 인정받고, 융합 전공 이름도 ‘IoT(사물인터넷) 공연 설계’ 등 학생이 창의적으로 정할 수 있다. 자기 학교 강의실에서만 모여 앉아 수업하는 전통적인 대학 모습은 종언(終焉)을 고하고 있다.
장 총장은 “학생들이 국내외 대학들의 ‘온라인 공개 강좌(MOOC)’를 골라 들어도 학점으로 인정받는 열린 생태계로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이 해외 우수 강의로 쏠리면 국내 교수들은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우려도 있지만, 우리나라 대학 경쟁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교수들도 학생들이 국내외 최고의 강의를 듣고 성장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돕는 한편, 강의 부담이 줄면 자신의 연구에 집중하는 식으로 다양한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부터 숭실대 신입생은 의무적으로 복수 전공을 가진다. 문과건 이과건 상관없다. 총장이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사안이다. 그는 “과학기술 변화가 사회 전반 혁신을 이끄는 시대에 문·이과 융합형 창의인재를 키운다는 취지”라며 “경영학만 공부한 학생보다는 바이오 등 신산업까지 공부한 학생을 기업이 더 선호하는 것처럼 복수 전공이 학생들 취업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