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기고]
아시아 최고의 금융도시 홍콩에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지난해 5월 홍콩 보안법 이후 홍콩 주재 해외기업의 중장기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미 2020년 말 기준으로 52개의 은행과 금융회사, 그리고 24개의 보험회사가 홍콩을 이탈했다. 홍콩 주재 미국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2%가 중장기적으로 홍콩을 떠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8929개(2019년 말 기준)에 이르는 홍콩 주재 해외 금융회사가 이전을 한다면 그 대상은 어느 곳일까.
2003년부터 아시아 금융중심지 정책을 펴오고 있는 한국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글로벌 금융회사의 아시아지역본부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 서울의 경쟁 도시인 싱가포르, 도쿄, 시드니를 압도할 수 있는 전략과 제도 개선이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
첫째, ‘금융업’에 대한 대대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금융을 제조업의 보조수단이 아닌 산업으로 인식하고 육성 발전시켜야 한다. 전 세계 10위권 실물경제 규모와 정보기술(IT) 분야를 포함해서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갖춘 다수의 기업, 우수한 인력과 배후 입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서도 유일하게 경제활동을 수행함으로써 부러움을 샀던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금융업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진정한 의미에서 지속가능한 선진국이 되기 어렵다는 것을 인류 역사는 증언한다.
둘째, 과감한 실효성 있는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금융허브로서의 홍콩이 지녔던 최대 장점은 안정된 환율, 외환 거래의 자유화, 다양한 영업 기회, 유연한 노동시장, 낮은 세율, 효율적인 정부, 외국인이 살기에 편한 환경 등이다.
경쟁국 일본은 2017년 11월 ‘국제금융도시, 도쿄’ 발표 이후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일본 내 펀드매니저가 자사의 운용 성과로 고액의 보수를 받은 경우 일정 조건 만족 시 최고세율을 적용하지 않고 금융소득세율 20%를 일괄 적용하는 세금 부담 경감 조치를 단행했다. 또한 홍콩 이탈 수요의 흡수를 위해 전담 사무소 설치를 포함한 금융회사 사업환경 개선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싱가포르는 비슷한 시기에 ‘아시아 글로벌 금융센터 로드맵’을 발표하고 이미 잘 발달되어 있는 자산운용업 외에도 핀테크 분야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시행 중이며 법제도를 개선해 홍콩 이탈 헤지펀드를 포용하는 정책을 이미 시행 중이다.
서울이 경쟁 도시를 압도하기 위해서는 범국가적인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균형발전에 따른 국책금융기관의 이전으로 금융클러스터가 약화되어 금융산업의 특성상 금융집적도를 낮추는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투자 전담 기구(투자청)를 설립하고 세제를 포함한 금융 인프라 개선이 절실하다.
셋째, 서울 금융중심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범정부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 서울시를 포함하여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를 망라한 범국가적 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고 상징성과 실행력을 갖춘 위원장을 초빙하여 운영해야 한다. 여의도 특구 등 이미 마련된 금융특구가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획기적인 ‘금융허브 유인 전략’을 마련하여 실행해야 한다. 아시아 금융중심지 변화의 물결을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수용하여 지속가능한 실물경제대국을 이루는 기회로 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