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 “숭실의 힘으로 AI의 미래를 연다”

2020년 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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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숭실의 힘으로 AI의 미래를 연다”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숭실대학교(총장 황준성)가 AI로 4차 산업혁명 선도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AI는 2016년 다보스 포럼 이후 꾸준히 그 중요성에 대해 언급돼 왔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관심도가 급격히 높아진 분야이기도 하다. 이원철 숭실대 AI비전선포식 추진위원장(IT대학 학장, 정보과학대학원 원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우려를 혁신의 시발점으로 삼고, 10월 7일 열리는 ‘AI 비전선포식’을 통해 ‘미래 숭실’의 청사진을 제시하려 한다”고 밝혔다.

IT의 ‘I’(information)에서 AI의 ‘I’(Intelligence)까지 가는 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렸을까. 이 위원장은 “숭실의 역사를 보면 기술 발전 방향을 볼 수 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숭실대는 1969년 국내 최초로 전자계산학과를 신설하고 1991년에는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학과를 신설했다. AI를 강조하는 최근 시류에 휩쓸려 AI를 연구하고 투자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이 위원장은 ‘AI비전선포식’을 준비하면서 “구심점이 잡히면 합심해서 뜻을 이루는 숭실만의 독특한 문화 덕분에 ‘AI 중심의 비전’을 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숭실대는 교육과 연구 같은 학문 부분에만 AI를 접목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조직을 비롯한 인프라, 산학협력/지역사회 부분에도 AI를 접목한다. 숭실대는 ‘숭실 AI 클라우드 캠퍼스’(AI-ULTRA Campus)를 구상해 행정효율화, 행정지능화, 행정간소화, 행정지속화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AI 융합 분야 육성을 위해 약 3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 AI-Topia 향한 첫걸음 ‘AI 비전선포식’= 이번 행사는 숭실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행사다. 1부와 2부로 나뉘어 꾸려졌고, 콘텐츠도 다양하다. 개교 123주년 기념예배를 시작으로, AI 발전을 이끄는 학계(學界)와 정계(政界) 대표들의 축사와 강연이 준비돼 있다.

AI-Topia는 AI-Telligent Open Platform for Innovative Academia의 약자로 AI 기반 교육, AI 활용 행정, AI 융합 연구, AI 중심 산학협력의 완성체를 포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위원장은 “AI는 이제 ‘액세서리’가 아니라 우리의 ‘몸’처럼 여겨져야 할 때”라고 요약했다. 이 위원장의 말에 의하면 AI를 우리 몸의 일부처럼 다룰 수 있게 되면,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사태가 닥치더라도 좀 더 정확하고 면밀한 분석을 통해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말도 된다.

1부는 숭실대가 가지고 있던 ‘AI DNA’를 다시금 일깨우고, ‘AI를 통해 사회 변화를 이룰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핵심이다. 이러한 메시지에 힘을 싣기 위해 로봇공학자 데니스홍이 ‘AI 시대, AI로봇’에 대해 실시간 라이브 강연을 하고, 이어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기조연설 자리에 선다.

2부 행사는 교육·연구는 물론이고 산학협력 현황도 짚어 보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눈여겨 볼 부분은 독일 지멘스(Siemens)와 협약, NHN과의 협력 부분이다. 지멘스는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회사로 공장자동화 IoT 플랫폼 ‘마인드스피어(MindSphere)’를 개발한 곳이다. 이들은 AI를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를 운영하면서 제조현장에서 생기는 재작업률을 20% 감소시킨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지멘스와의 협약을 통해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숭실대에서 어떤 연구를 함께 진행할 것인지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숭실대의 LMS는 NHN의 클라우드로 운영되고 있어 안정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NHN과 숭실대의 긴밀한 유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원격교육의 본격화 때문에 안정적인 서버가 대학에서 화두인 가운데, NHN과 숭실대가 힘을 합쳐 원격교육 플랫폼 발전을 이룩한다는 청사진은 눈여겨 볼 만하다.

이 밖에도 ‘애플 Siri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김윤 SK 텔레콤 CTO의 발표도 준비돼 있다. 이 위원장은 “AI 기업과 어떻게 연계해 연구를 이어나가는가도 중요한 부분이기에 AI기업 관련 세션을 통해 그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AI시대를 미리 예견하는 선지자적 사람들이 말하는 동향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특히, 산업계와 지식이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대학과 기업이 연계해 영역의 구분 없이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AI는 식탁 차리는 ‘어시스턴트’, 음식 고르는 ‘AI인재’ 키울 것”= 이 위원장은 “학과나 학문적 지식을 뛰어넘어, 모든 곳에 AI를 활용하고 접목하는 교육이 일어나야”한다고 말했다. ‘AI를 개발하는 특정 학과만 중심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잘못된 이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이제는 ‘해결’ 위주의 사고가 아니라 ‘문제’ 위주의 사고를 하는 인재가 중심이 될 것”이라며 AI시대의 특성을 설명했다.

AI는 장시간 경험으로 만들어낸 빅데이터를 크롤링(crawling: 유용한 정보를 찾아 특정 데이터베이스로 수집)하고 클러스터링(clustering)하는 역할을 할 뿐이고, 문제를 어떤 정보로 풀지 정하는 건 인간의 일이라는 의미다.

이 위원장은 “AI가 식탁 위에 다양한 반찬을 준비해도, 결국 어떤 반찬을 먹을지 선택하는 건 식사를 하는 ‘인간’이기에 어떤 사안을 ‘문제’로 삼을 것인지 정하는 인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여러차례 언급했다. 숭실대는 이를 위해 AI-HIMS 전공기초 체계를 마련했다. 이는 전공 기초 과목을 4분류로 나눠 응용활용과 이론기술을 다지는 숭실대만의 체계다. 여기에 CALAMEL(Cross-disciplinary AI Lab. Accredited Multi-Engaged Learning) 교육을 마련해 ‘캐러멜처럼 녹아드는 교육’을 지향할 것이라고 교육 방향성을 밝혔다.

숭실대는 천진사범대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AI융합분야 역량 강화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2021년 9월 국내 최초로 중국 천진사범대학에 AI전문대학원(SAIS) 설립해 중국을 테스트 베드로 삼아 인재를 기를 계획이다. 천진은 중국내에서 AI연구와 산업이 특화된 도시로 유명하다. 숭실대는 내년부터 천진사대와 공동합작으로 숭실인공지능아카데미 석사과정을 설립하고 데이터사이언스, 인공지능, 지능형컴퓨팅 전공과정을 신설해 인적 교류와 학문적 교류를 활발히 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개인이 ‘창조’를 하는 시기는 지났다”라며 “이제는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인재’가 되는 시기”라고 봤다.

이 위원장은 “결국 AI를 ‘전자 집사’로 삼아, 섬세한 지혜와 지성을 최적화해 자신이 한 경험과 선호하는 환경을 재현하는 ‘Ambient Experience’를 구현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숭실대의 도전과 변모가 대학이 AI시대를 어떻게 선도하는지 볼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홍보팀(pr@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