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직목사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숭실대학교가 주관하는 ‘한경직 목사 기념강좌’가 지난 15일 오후 2시 한경직기념관 김덕윤예배실에서 ‘화해와 평화의 지도자 한경직 목사’를 주제로 열렸다.
故 한경직(1902~2000) 목사의 소천일인 4월 19일을 전후해 교계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 인사들이 모여 그의 삶과 가르침을 재조명하고 추모하는 행사로 이번에 15번째를 맞았다.
특히 올해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장상 전 국무총리 서리(전 이화여대 총장), 김영진 전 국회의원(전 농림부 장관), 홍문종 국회의원(국회조찬기도회장) 등 전·현직 주요 정관계 인사들이 연사로 초청돼 한경직 목사의 나라사랑 정신과 사회봉사 업적을 기리고 종교의 경계를 넘은 존경과 공경의 마음을 전했다.
이날 행사는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 한경직목사기념사업회 이사, 위 사진)의 사회로 △강병훈 목사(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재단 이사장, 한경직목사기념사업회 이사)의 기도, △이철신 목사(영락교회 담임, 한경직목사기념사업회 이사장)의 인사로 시작해 △정의화 국회의장과 황우여 교육부장관의 영상축하, △초청연사별 주제발표,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진행하는 질의응답, △한혜원 목사(한경직 목사 아들)와 한헌수 총장의 감사말씀, △림인식 목사(노량진교회 원로, 전 한경직목사기념사업회 이사장)의 축도로 마무리됐다.
먼저 이철신 목사는 “한경직 목사님은 제가 만나 본 사람들 중 가장 예수님을 닮으신 분이다. 그분의 온유하고 겸손하며 청빈했던 삶, 언제나 화해와 평화를 추구하셨던 삶이 오늘 강연회를 통해 잘 조명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동영상 축사를 통해 “한경직 목사님은 화해와 평화의 지도자시다. 그분의 정신을 널리 펼쳐 생전 바라시던 나라와 국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했고,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역시 영상으로 전한 축사에서 “이번 강연회를 계기로 그분이 남기신 교훈을 되새겨, 우리가 처한 상황과 문제를 이겨낼 용기와 지혜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첫 번째 발표자로 연단에 선 정운찬 전 총리는 “한경직 목사님은 한 세기 가까이 긍휼과 사랑, 봉사의 삶을 사시며 격동기 대한민국의 역사와 호흡을 같이하신 민족의 어른이셨다. 나라가 어려울 때 방향을 제시하는 등대셨고, 어렵고 소외된 분들에게는 희망의 등불이셨다”면서 “목회자는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고 이 땅의 역사 안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고, 위로의 말씀이 간절한 이 땅에서 섬김과 돌봄, 비움과 나눔이라는 한 길을 걸어온 목회자 중의 목회자”라고 평가했다.
이어 “30여년 전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회 총재를 맡은 한 목사님은 모든 교회와 단체를 하나로 통합시키는 일을 추진하셨다”고 소개하며 “해방 70년이 되는 올해도 여전히 사회적 갈등과 남북 분단이 지속되는 현실은 우리를 당신의 메시지를 간절히 그리워하게 만든다. 한 목사님의 가르침대로 한국사회에 만연한 차가운 겨울기운을 거두어들이고 화해와 평화, 공존과 통일의 봄기운을 불어넣는데 기독교 지도자들이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영진 박사는 “한경직 목사님은 영락교회를 개척하신 후 목회자로만 머물지 않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땅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그들의 상처를 싸매주는 성자의 삶을 사셨다. 돌아가시면서 1인용 침대, 돋보기 안경 1개, 해진 양복, 낡은 성경책 몇 권이 유품의 전부였다”고 하며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소외된 이웃에게 고스란히 남기시고 빈손으로 떠나가신 그분의 유지를 기억하자. 목사님께서 못다 이루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민족의 하나됨과 선교사역의 확장, 그리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말했다.
홍문종 의원은 “한 목사님이 살아계셨다면 남북의 하나됨을 위한 기도로 통일운동에 앞장서셨을 것이고 우리에게도 그것을 독려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해본다. 존경할 만한 지도자가 없다고 하는 이 시대, 더욱이 한국교회의 침체와 위기 속에서 우리 모두가 목사님의 가르침을 따라 몸과 마음을 닦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장상 박사는 ‘용서받은 삶, 용서하는 삶’이란 제목의 발표에서 “한국교회와 양들을 사랑하셨던 한경직 목사님께서 지금 살아계시다면 과연 이 시대를 향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실까"라고 질문하며 "그리스도인은 분쟁의 도구가 아니라 화해의 도구가 돼야한다, 화해는 하나님이 주시는 기회다, 복음 전파는 화해·일치·세계평화·통일운동이다"라고 한 고인의 가르침을 전했다.
이어 "오늘날 한국교회 강단에서는 용서의 메시지가 잘 들리지 않는다. 남북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리지만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차원에서만 말한다"고 지적하며 "이런 문제들에 대해 복음의 차원에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를 오히려 고민해 보게 된다. 복음은 바로 용서의 메시지다. 한국교회가 분열과 갈등을 털어내고 하나되기 위해서,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용서의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네 명의 주제발표 후 손봉호 박사는 “한 목사님은 화해, 평화, 용서와 더불어 정의를 또한 강조하셨다. 이것들의 성경적 정의는 고아와 과부 등 소외된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국가의 존재 이유 역시 다르지 않다고 하겠다. 특별히 정치인들이 우리 사회의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계속된 기념사에서 한경직 목사의 아들 한혜원 목사는 “저의 아버지는 참으로 온유한 분이셨다. 저에게 고아원 아이들과 형제처럼 지내라고 부탁하셨던 기억이 나고, 목회하실 때도 화합을 우선하셨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한헌수 총장은 “숭실대 이사장이셨던 한 목사님은 통일을 이루라는 꿈을 우리 대학에 남겨주셨다. 그분을 기념하며 추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분의 뜻을 온전히 따르며 실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평안남도 평원군에서 태어난 한 목사는 1925년 평양 숭실전문학교를 졸업했고 미국 엠포리아 대학을 거쳐 1929년 프린스턴신학교를 졸업했다. 유학 중 결핵으로 투병생활하다 1932년 귀국해 목사 안수를 받고 신의주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광복 후 월남해 1945년 서울에서 영락교회의 전신인 베다니전도교회를 개척한 후에는 교육과 사회복지사업에도 힘썼다. 숭실대를 재건했고 대광학교, 고아원인 보린원과 선명회(현 월드비전)를 설립·운영했으며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을 시작했다.
김수환 추기경·청담 스님 등 이웃 종교 지도자들과 만나며 종교 화합에도 앞장섰던 한 목사는 1970년 ‘국민훈장 무궁화장’, 1998년 ‘대한민국 건국공로장’을 받았고 1992년에는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템플턴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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