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수 동문(한국싸이버대 교수, 경제 85)

2007년 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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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수 한국싸이버대 컴퓨터정보통신학부 교수는 경제학과 85학번으로 현재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CBS에서 경제부문 이슈에 대해 짚어보는 ‘곽동수의 싱싱 경제’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컴퓨터와 경제 분야의 강의, 방송, 글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듯한 곽동수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CBS '곽동수의 싱싱경제‘가 5월 31일 방송 1천회를 맞이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2006년에는 한국방송대상 우수작품상 수상도 하셨고, 녹색소비자연대와 소비자시민모임으로 공로패도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곽동수의 싱싱경제’의 인기비결은 무엇인가요. 방송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매일 오후, 어찌보면 가장 나른한 시간대에 경제관련 이야기를 한다! 어쩐지 졸릴거 같다는 게 이제까지의 고정관념이었습니다. 하지만 CBS라디오는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생각으로 2004년 5월, 첫 방송을 시작했고, 이제는 제법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화이트 컬러 직장인 대상이 아니라 눈높이를 동네에서 장사하시는 분들, 주부같은 이웃으로 대상층을 바꾼 것도 차별점이었죠.

사실 다른 채널의 라디오 경제 프로그램은 경기, 정책, 기업같은 거시경제 분야에 집중해서 진행되어 왔습니다. 전문용어를 주로 사용하다보니까 일반인들이 듣기는 ‘저게 무슨 소리야’하며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죠.


증권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었는데요, “금일 증시는 상승기조로 견조한 흐름세를 보이며 외국인들이 장을 주도하며”식으로 말했던 것을 바꿔서 “오늘 증권시장은 많이 올랐습니다. 주로 외국인들이 많이 샀습니다”로, “상승원인을 분석한다면?”을 “왜 올랐습니까?”로 보통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 바꿔서 한 것도 도움이 되었을거라 생각합니다.


1천회 방송하시면서 애로사항은 없으신가요? 기타 에피소드나 기억에 남는 방송이 있으신지요.

서민들을 위한 경제 프로그램이 취지이다 보니까, 뭔가 도움이 되는 정보를 많이 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요즘 어떻게들 살고 계신지 이야기를 듣는 것부터 해야 한다는 게 제작진과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진행하면서 청취자 목소리를 듣는 코너를 많이 만들었는데요, “청취자가 제안하는 부동산 정책”이라는 특집을 진행할 때는 한 시간 내내 전화벨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참여가 많았던 게 기억이 납니다.


또, 조금 힘들다 버겁다 느껴질 때 마다 경북 영천에서 전화주신 치킨집 아주머니를 떠올립니다. ‘요즘 사시는거 어떠세요’라고 전화연결해서 여쭈어 보는 시간이었는데, 머뭇거리시더니만, ‘치킨집하는데 너무 어려워요. 어제는 하루종일 닭 한 마리 팔았어요’라고 말씀하시면서 울음을 터뜨리시더라구요.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까 싶어서 저도 눈물이 흘러서 참느라고 애썼던 게 기억납니다. 
 
끝으로, 개인적인 애로사항은… 1시간 방송이지만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공부도 해야 해서, 또 괜히 자리 비우면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길까봐 1천회를 넘기는 동안 휴가다운 휴가를 한번도 못 갔습니다.


방송 외에도 강의, 컴퓨터 칼럼니스트 등 다른 활동이 많으신데 현재 근황을 알려주세요.

1989년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 기고하면서 컴퓨터/디지털 분야에 데뷔를 했습니다. 그 후 테크 라이터로 활동하면서 잠시 경영도 했었지만, 요즘은 주로 개인 창업이나 자기개발 등에 관해 강의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한국싸이버대학교 컴퓨터 정보통신학부에 속해 있지만 요즘은 애플 사의 스티브 잡스에 대해 오랜 관심 가졌던 것을 인정받아 기업체, 기관 등을 대상으로 애플의 혁신과 잡스의 경영스타일 등에 대해 많이 강의하고 다닙니다. 또 기업체들이 워크샵을 요청하는 경우 참여하고 있기도 하구요.

이와 함께 전문기업들의 요청을 받아 디지털 제품과 관련된 컨설팅/마케팅 자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 살고 있는 대기업 임원들에 비해서는 한가한 편이지만, 나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답니다.


프리뱅크 프로젝트 운동을 진행하셨었는데 소개와 성과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포지티브 시민운동의 하나였다고 할 수 있는데요, 매킨토시와 리눅스에서 인터넷 뱅킹을 쓸 수 없기에 그전까지는 시민단체나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금융기관 항의방문이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개선요청 서명을 받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결과를 얻기 힘들다고 생각해서 은행의 마음을 바꾸자는 취지로 1년간 한시적인 프로젝트로 프리뱅크라는 사이트를 마련했습니다. “리눅스와 매킨토시까지 지원하는 최고의 은행을 기다립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사이트 접속자들로부터 그런 최고의 은행이 생긴다면 얼마의 자금을 예치하시겠냐는 약속의 의미로 ‘가상 예금’을 받았지요. 2천여분이 참여했고, 가상예금은 169억원이 모였습니다.(http://freebank.org로 운영되었고, 프로젝트 종료후 내용은 http://savin.net/freebank/로 옮겨져 있습니다)

언론과 금융기관의 눈길을 끄는데 성공했고, 9개월만에 신한은행으로부터 매킨토시용 인터넷 뱅킹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몇가지 문제로 인해 리눅스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매킨토시에서는 인터넷 뱅킹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목소리 높여 구호 외치고, 따지고 싸우는 투쟁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이루기 위해 조금은 유연한 전략도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6월29일에는 2007 소호 포럼에서 기조연설도 하시고, 관련서적도 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창업, SOHO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요?
 
어찌하다보니 국내에서는 제가 최초로 SOHO를 소개했습니다. 그 후 10년이 흘렀죠. 제법 성공한 소호족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니 2007 소호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것이구요, 제가 느낀 한국에서 소호로 성공하는 법을 이야기 드린 겁니다.

소호는 사무실없이도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21세기형 근무방식을 말하는 겁니다. 아이템이 중요한 게 아니라 워크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소호에서도 중요한건 자신의 재능을 잘 포장해서 판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사야, 팔 수 있고 그래야만 수입을 올릴 수 있는거니까요. 살 사람이 없으면 안되기에, 평소 제 능력을 구매할 수 있는 분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구요:)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숭실대 학부에서부터 박사과정까지 밟으셨는데 학교생활은 어떠셨나요?

전 별로 튀는 학생 아니었어요. 다른 점이 있다면, 학교앞에 있던 다방에서 1학년때 DJ를 봤었는데요, 아르바이트로 제법 괜찮았거든요. 근데 지금은 라디오에서 음악을 틀지는 않지만 진행 일을 하다보니 2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마이크 앞에 있다는 점은 같다고 할 수 있지요.

그밖에는 조용히, 어찌하다보니 동기들보다는 주로 선배들과 친하게 지냈다는 점이 다른 점이라고나 할까요. 아직은 박사과정을 수료했을 뿐이고 논문은 쓰지 못했어요. 요즘은 나이를 먹다보니 모교로 돌아가서 강의하고 싶다는 선배들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구요… 그냥 강의듣고, 도서관 가고, 집에 오고… 착한 학생이었답니다.


개인 홈페이지(savin.net)를 운영하고 계신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1996년 5월에 HTML, 인터넷 개념을 배우면서 처음 만든 홈페이지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쓴 글을 모아두는 자료실 역할을 하는 게 첫 번째이고, 인터넷을 통해 친구들과 교류하는 게 중요한 역할이죠. 지금은 서버를 구입해서 친구들 10여명을 입주시켜 놓았구요, 아마 제가 살아있는 한 계속 운영할 겁니다. 회원수는 600여명으로 이중 50~100여명 정도는 매일 찾아주시구요, 비회원도 글 읽는데는 아무 제약이 없기 때문에 평균 글 하나 올리면 조회수는 600여건 정도됩니다.


곽동수 동문님의 평소 지론은 어떤 것인가요. 그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지론, 열정… 그런거 딱히 없습니다. 그냥 뭔가 재미있겠다 싶으면 저도 모르게 빠져들어가구요, 매달리게 됩니다. 어찌보면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는 건 저와 스타일이 맞지 않는 듯해요. 전 그저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둘씩 이루어가면서 살고 있어요. 경제가 뭔지 배우다가, 컴퓨터의 매력에 빠져서, 한글과컴퓨터에 들어갔다가, 교육방송에서 컴퓨터를 가르치기도 하고, 또 투자를 받아 벤쳐기업을 운영하기도 했고, 혼자 일하면서 SOHO를 즐기기도 하고…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겁니다.

강제로 하기싫은 일 보다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작게나마 조금씩 이뤄가면서 성취감도 맛보고, 행복해 하는 거… 그게 제 삶을 이끄는 힘이 아닐까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뭐, 열심히 사는 거죠. 그냥 올해나 내년쯤에는 학교에서 특강을 할 수 있었으면 해요. 올해만 해도 전국 20여개 정도의 대학에서 애플사와 스티브 잡스에 대해, SOHO에 대해 강의를 하고 다녔는데요, 모교에서는 아직 연락이 없어서리…. 정말 후배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 주는 선배 역할을 하고 싶은 게 올해/내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이구요… 하던 대로 열심히 방송하고, 공부하고, 강의하면서 지내는 거죠 뭐…


인터뷰 / 총동문회(alumni@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