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과 통찰력으로 세상을 꿰뚫다’, 한겨레 출판국장 고경태 동문 (영문 85)

2017년 12월 7일
120334

기획과 통찰력으로 세상을 꿰뚫다. 한겨레 고경태 동문(영문 85)

  [인터뷰 :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7기 이영석(경제학과 13)]

세상의 모순을 포착하는 날카로운 통찰력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기획력

고경태 동문(영문 85)은 이 두 가지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다.

현재 한겨레신문에서 발행하는 시사 주간지 한겨레21’ 과 경제월간지 이코노미 인사이트등의 총괄을 맡고 있는 그는, 20년 넘게 기자로서 폭넓은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고경태 동문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회귀 (回歸)]

그에게 근황에 대해 물었다.

지금까지 회사 내에서 자주 자리를 옮겼어요. 입사 후 시사 주간지 한겨레21’에서 오래 몸 담았죠. 한겨레신문과 영화잡지 씨네21 등에서 직책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부터 출판국장을 맡게 됐습니다.

출판국에서는 한겨레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한겨레 21’부터 경제월간지 이코노미 인사이트등 을 담당하는 자리입니다잡지의 편집에서부터 마케팅까지 전반적인 일을 총괄하고 있죠. 입사할 때부터 몸 담았던 곳이니, 고향 같은 곳으로 다시 돌아온 거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다]

고경태 동문은 기자가 된 가장 큰 계기로 학보사 활동을 꼽았다.

“1985년 숭실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당시 학교 분위기는 매우 혼란스러웠죠. 군부 독재시절이었고, 학교 내에서도 데모와 학생운동이 빈번하게 일어났거든요. 그러다보니 학과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 과정 속에서 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그러던 그는 우연한 기회로 학보사에 들어가게 된다.

큰 뜻은 없었어요. 어릴 적 글 깨나 써봤다는 낭만적인 생각으로 들어갔거든요. 그런데 마주한 광경은 예상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세상은 모순으로 가득 차있었고, 학보사는 그 모순을 부숴야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4학년이 될 때까지 학보사 활동을 이어갔다. 이때 숱하게 적은 글들은 지금 그가 쓰는 문장의 뼈대가 되었다.

학보사 활동이 대학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다보니, 학과 공부는 자연스레 옆으로 밀렸어요. 뒤늦게 학과 공부에 집중해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그 시기 자연스레 떠오른 것이 기자로서의 길이었고, 그 길을 선택했습니다. 숭실과 학보사는 제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준 곳입니다.”

[집요함으로 세상을 꿰뚫다]

고경태 동문은 숭실대학교 졸업 후 한국농어민신문을 통해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94년 시사주간지 한겨레 21’이 창간하며, 한겨레신문과 인연을 맺게 된다.

고경태 동문의 20년 기자생활은 집요함 그 자체였다. 2000년에는 한국 최초로 베트남 퐁니 퐁넛에서 벌어진 학살을 뉴스로 다뤘다.

보도는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퐁니 퐁넛 마을에 다시 방문 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 결과 2015~6년 두 권의 책이 발간된다. <1968212><한마을 이야기 퐁니 퐁넛>을 통해 그는 끊임없이 세상에 질문을 던졌다. 또한 올해 9월에는 기록전까지 개최했다.

 

* 퐁니?퐁넛 학살 사건은 1968212일 베트남 꽝남 성 디엔반 현 퐁니, 퐁넛 마을 주민들이 대한민국 해병대의 청룡 부대에 의해 학살당하여 70여 명이 죽은 사건이다. (출처 위키백과)

[일상의 발견]

고경태 동문은 기자로서의 자질 뿐만 아니라 편집장으로서의 능력 또한 인정받아, 한겨레신문사에서 발간하는 여러 잡지의 편집장을 맡기도 했다.

한겨레에 입사한 이후, 새로운 것을 만드는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토요일 창간부터 ESC라는 섹션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에는 없던 것들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도, 만나는 일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것은 의외로 단순한 곳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밥을 먹거나, 사소한 대화를 나누다가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상의 소통 속에서 발견하는 새로움은 늘 짜릿하죠.”

그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순간 번뜩 지나가는 생각들을 잘 포착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고경태 동문은 좋은 기획이 나오기 위해선 일단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ESC 섹션을 통해 연재된 축구선수 정대세 칼럼을 예로 들었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정대세라는 사람을 알게 됐어요. ‘이 사람에게 글을 맡겨보면 어떨까라는 발칙한 생각을 하게 됐죠. 다음 날부터 에이전시를 찾아보고, 연락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계속된 시도 끝에 겨우 연락이 닿았죠. 정대세 씨도 글쓰기를 제안 받은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함정이 있음을 상기하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고 밀어붙였는데도 결과가 신통치 않을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길을 헤매고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시도는 그 자체로 실보다는 득이 많습니다.

가령 취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취재를 하려면 현장에 가야합니다. 이런 과정을 귀찮다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미루게 되면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일단 부딪혀보세요. 그렇지 않으면 어떤 방향으로도 나아갈 수 없어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숭실인이 되길]

그는 숭실의 후배들이 모든 인연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요즙 갑질 사건이 많은 이슈가 되고 있죠. 그런 사건은 결국 내 앞의 사람과 자신이 별다른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지죠. 그렇게 하찮게 여긴 인연은 언젠가는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돌아올 수 있습니다.

살아보니 세상은 정말 좁았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도 한 다리만 건너면 알 수 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단순히 상대에게 무언가를 바라고 행동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타인을 함부로 대할 수 없죠. 주변을 한번 둘러보세요.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그 작은 변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요.”

고경태 동문은 숭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한국농어민신문을 거쳐 한겨레21 기자로 한겨레신문에 입사했다. 영화잡지 씨네 21, 한겨레 21 편집장등을 역임하였다. 올해 3월 한겨레신문 출판국장을 맡으며 한겨레신문에서 발행하는 잡지의 총괄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