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로보월드컵 세계 3위를 차지한 괴짜들 정보통신전자공학부 로봇축구팀 '로보티즌'
지금까지 만들고 분해한 로봇만 20여 대. 로보월드컵에서 3위의 영예를 안은 로봇도 곧 분해할 예정이다. “처음엔 손도 못 댈 정도로 가슴이 아팠는데, 이젠 익숙해져서 괜찮아요.” 로봇을 만지작거리며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끄덕거리는 다섯 사람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오히려 가슴이 쨍해져 온다.
순수창작로봇으로
세계를 제패하다
“자신감을 얻은 부분도 있지만 아쉬운 점이 더 많아요. 참가 자체에 의미를 두었던 대회라 사실 수상실적은 저희에게 큰 의미가 없어요. 다른 팀은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는지, 어떻게 전략을 짰는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얻은 것이 많거든요.” 지난 7월 중국 청도에게 열린 제 13회 FIRA 로보월드컵 안드로솟 종목에 참가, 3위의 영예를 안은 로보티즌의 수상 소감이다.
안드로솟(AndroSot) 종목은 사람처럼 두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이용한 3대3 게임. 사전에 입력된 프로그램이 센서로 전달되어 각각의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여 공격과 수비를 구사한다.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지켜보는 것 외에 사람의 역할은 전혀 없다. 경기에 참가하는 로봇은 대부분 기성제품으로 로봇 자체보다는 ‘프로그램’으로 승패가 결정된다. 하지만 4년간의 연구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을 둔 로보티즌은 자신들의 창작 로봇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설계와 디자인, 소재 선정부터 조립까지 이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 로봇은 실제 축구 못지 않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쳐 보여 대회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다른 로봇에 비해 가볍고 단단한 스틸을 소재로 채택해 기존보다 자유로운 움직임과 강한 몸싸움으로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
중국팀과 결전을 벌였던 준결승전에서 안타깝게 패하고 3위를 차지했지만 훌륭한 경기를 펼쳐 보인 로보티즌에 대한 관심은 1위 못지 않다.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보다 저렴한 스틸로 제작한 건데 운이 좋았죠.” 로보티즌의 맏형, 유재형 학생은 순전히 우연히 얻은 결과라 자랑거리가 안 된다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4년간의 기다림으로
얻은 승리
형남공학관 524호에 마련된 정보통신전자공학부 소모임 로보틱스 연구실은 로봇에 대한 열정과 패기 하나로 밤새워 연구에 몰두하는 학생들로 불이 꺼질 틈이 없다. 집에 가는 시간은 물론,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 연구실에서 밤을 지새며 4년여를 거의 함께 살다시피 한 회원들로 자연스럽게 팀이 결성되었다. “그냥 연구자체가 재미있어요. 로봇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모터도 모두 모아졌고요.”
로봇 1대를 제작하는 데 드는 부품 비용만 2백여만 원. 로봇 3대의 제작비만 6백여만 원이 훌쩍 넘는다. 그들은 제작비를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학교와 한헌수 지도교수의 지원으로 모터를 기증받기도 했다. 마침내 지난 3월, 드디어 3대의 로봇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부품이 모두 마련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FIRA 로보월드컵 대륙별 예선전에 해당하는 로봇축구전국대회 (FIRA-HCC Korea Cup)에 참가해 내로라하는 기업팀을 제치고 1위라는 성적으로 로보월드컵 출전자격을 얻었다.
“지도교수인 한헌수 교수님과 한영준 교수님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저희는 연구환경이 좋은 편이에요. 교수님 덕분에 연구에 흥미를 가질 수 있었고 대학생활을 후회 없이 알차게 보낼 수 있었어요.” 지도교수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최고로 감사하고 싶은 분’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 순간 구름 한 점 없는 청아한 가을 하늘 아래 빛나는 것은 오직 다섯 개의 엄지 손가락뿐이었다. 홍보팀(pr@ssu.ac.kr)
로보티즌
정보통신전자공학부 소모임 / 로봇축구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의 유재형(98), 진문섭(05), 정재식(05), 김병열(05)과 류석우(전기 06) 학생으로 구성된 로보티즌. 정보통신전자공학부 소모임 ‘로보틱스’에서 결성된 로봇축구팀으로 제13회 로보월드컵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올 가을 대만에서 개최되는 로봇축구대회,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국내 최대 로봇행사인 ‘로보월드 2008’ 등 국제로봇행사의 초청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