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박원상 동문(독어독문 88)

2013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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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영화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주연 배우 박원상 동문(독어독문 88)       

영화와 연극무대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천천히 이름을 알려온 배우 박원상, 그의 연기는 시간과 노력이 켜켜이 쌓여 응축된 것이다. 한 눈 팔지 않고 꿈을 이루며 살아온 시간들, 그는 하루는 해직 노동자로 하루는 변호사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드라마가 시작되면 서글서글한 눈매에 다감한 말씨의 남자는 간 곳 없고 오직 캐릭터만 남는다. 관객에게 깊은 신뢰를 주는 배우, 그가 스크린에 등장하면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대학로와 충무로 사잇길

내성적이었던 소년은 고등학생 때부터 소극장 공연을 보며 막연하게 무대를 동경 했다. 동네 레코드 가게에서 연극 매표를 하던 시절, 남는 표를 받아서까지 많은 작품을 보았다.

“비교적 일찍부터 연극을 보았는데, 여러 이유로 연극을 전공하지 못 했어요. 숭실대에 합격하고 입학하기도 전에 숭대극회에 찾아갔죠. 극회는 역사가 오래된 조직으로 기본기가 탄탄했어요. 4년 동안 굉장히 많이 배웠고 행복했습니 다. 학과 교수님들께 공연 티켓을 전해드리며 학과에 전념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인사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 흘렀네요. 졸업 후 대학로에서 맡은 연극의 제목이 <운명에 관하여>인데, 모교를 생각할 때면 정말 운명을 느낍니다.”

다재다능했던 그는 학과 수업과 극회 활동 외에도 1993년 대학가요제에 참가해 은상을 받기도 했다. 졸업 후에는 곧장 무대로 향했다. 극단 ‘차이무’ 멤버로 큰 반향을 일으킨 연극 <비언소>, <평화씨>, <통일 익스프레스>, <슬픈 연극> 등에 출연했으며 1996년 영화 <세 친구>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화려한 휴가>,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범죄의 재구성> 등 많은 영화에서 매력을 드러냈고 대중과 평론 모두에게 탁월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배우의 몫

올해 초 개봉한 법정 실화극 <부러진 화살>은 무성한 화제를 뿌리며 4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저예산 제작으로 변변한 홍보도 못한데다 기형적인 영화산업 구조 속에서 일궈낸 뜻 깊은 성과였다. 그는 영화에서 박준 변호사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저는 참 운이 좋아요. 기회는 사람마다 다른 타이밍으로 오는데, 그게 적절하게 잘 맞았어요. 주변의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만 정지영 감독님은 영화적 아버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인연이 깊습니다. 이번에 <남영동 1985>도 그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것이고요.”

차마 글로 쓰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이 영화는 고(故) 김 근태 의원이 1985년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22일간 고문을 당했던 실화를 극 화했다.

“주인공 역할을 받아들이기 전에 고민이 깊었어요. 촬영을 마치고 의원님 이 좋아했다는 참외와 막걸리를 챙겨서 묘지가 있는 마석 모란공원에 갔어요. 그 때 공원 입구를 우연히 봤는데 고(故) 박래전 선배님의 묘가 있어서 정말 놀랬어요. 그 분은 국문과 82학번으로 인문대 학생회장이었는데 제가 1학년 때 학생회관 옥상에서 분신자살을 했어요. 광주학살 책임자 처벌과 군사독재 종식을 외치며 삶을 마감하고 말았지요. 당시에는 노제에 따라가 울기도 했는데 어느덧 아득하게 잊어버린 거죠. 의원님과 선배님 묘에 술을 올리면서 아무리 바빠도 잊고 살면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생각했어요.”

남영동에서의 2시간은 너무 힘들다. 도저히 끝까지 볼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래도 영화는 말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 직시해야 할 과거를 그냥 흘려 보내면 같은 역사가 반복된다고.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의 선택은 다음 세대의 삶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마디

“내가 전 생애를 걸고 하고 싶은 일, 대학 시절은 그 하나를 찾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던 시간이었어요. 도서관에서 밤 새는 시간, 노느라 밤 새는 시간 모두 값지죠. 하지만 기왕에 시간을 쓴다면 에너지를 모두 쏟아 부을 수 있는 일을 찾아보세요. 숭실에서라면 절대 후회 안 하실 겁니다!”

    ▲ 박원상 동문이 2012년 출연한 화제작 <부러진 화살>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