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담아 브랜드를 짓는 건축가, 박지현·조성학 동문(건축 05)

2017년 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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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담아 브랜드를 짓는 건축가, 박지현·조성학 동문(건축 05)

[인터뷰 :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정우인(경제학과 14) / jung010_@naver.com]

우리 모두는 누군가 건축한 건물에서 생활한다. 하지만 그 건축물에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건축 사무실이 물리적인 건축물만 만들어 낸다면, 여기에 고객의 이야기를 담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내는 건축가가 있다. 4년째 건축 디자인 전문 회사 ‘B.U.S Architecture’를 운영 중인 박지현 동문(건축 05)과 조성학 동문(건축 05)이다. 그들을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브랜드가 되는 건축물을 짓다

B.U.S 건축은 ‘By Undefined Scale’의 약자이다. 즉, 제한되지 않은 규모와 열정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B.U.S 건축을 이렇게 소개한다. “저희는 건축물이 구축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출발점이 되어 가구, 영상, 모바일, 라이프스타일 등 상상 가능한 모든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요.” B.U.S 건축은 건축 서비스뿐만 아니라 건축물이 완성되는 과정까지 고객의 다양한 경험을 하나의 브랜드로 발전시키는 작업을 한다. “고객의 경험과 요구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최적화된 집을 짓기도 하고, 건축주의 어린 시절 추억을 살릴 수 있는 시설을 짓기도 했어요.”

최근 B.U.S 건축에서 작업한 주택 등의 건축물이 해외 건축 웹사이트에 소개되면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바위집, 오솔집, 앞뒤 없는 운동장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바위집’은 높이 2m를 훌쩍 넘기는 거대한 바위가 집 앞을 지키고 있다. 바위를 없앨 만도 하지만, 그들은 바위를 상징으로 삼는 집을 지었다. “바위를 없애지 않고, 오히려 바위로부터 시작된 작은 여정을 계획해 건축했어요. 바위를 단순히 풍경의 대상이 아닌 집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오솔집’은 건축주의 세 아이들을 위한 집으로, 아담한 오솔길이 안까지 확장된 집,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존재하는 집이다. “누구에게나 각자 추구하는 가치가 존재하듯이,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자란 건축주는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그런 추억을 주고 싶어 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축물

그들의 건축물에는 특별함이 있다. 나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건축물이 있다면 그보다 더 특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축물이 무엇인지 물었다. “회사를 운영한다는 생각보다는 잘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매 작업이 인상 깊어요.”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축물로 첫 번째 프로젝트를 꼽았다. “건축주가 어렸을 때부터 살았던 땅 위에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글램핑장 겸 카페를 지었어요. 캠핑 1세대였던 건축주의 이야기를 담아, 카페와 함께 하는 글램핑장을 만들었어요. 건축주가 어린 시절부터 뛰어 놀았던 공간이기 때문에 나무와 산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어요. 결과는 성공적이었어요.” 이처럼 그들은 하나의 건축물에도 고객의 다양한 이야기를 녹여내고 있었다.

대학 동기에서 사업 파트너로

박지현 동문과 조성학 동문은 대학 동기로 만났지만 지금은 사업 파트너이다. 박지현 동문은 대학 시절 함께 했던 많은 작업들이 사업의 단단한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학생 때 작은 공간을 대여해 작업실로 사용했어요. 작업실은 집 같은 곳이었죠. 여러 공모전에 나가 수상하기도 하고, 학교에 설치물을 전시하기도 했어요. 함께 디자인하고 설계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함께 일하게 됐어요.”

박지현 동문은 대학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스페인 교류 워크샵을 꼽았다. “4학년 때 스페인으로 교류 워크샵을 간 적이 있어요. 그때 ‘극한 작업’이라고 할 만큼 힘든 작업들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작업이 힘들었던 만큼 가장 많이 성장할 수 있었고, 서로 맞춰가는 훈련을 할 수 있었어요.” 조성학 동문은 작업의 내용보다 작업을 함께 하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작업을 하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훨씬 중요해요. 박지현 동문과 건축이 아닌 다른 일을 한다고 해도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들의 목표

어엿한 건축가로 자리매김한 그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들은 세계적인 건축가로 성장해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는 건축 업계의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을 소통하며 공유하는, 수평적인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박지현 동문은 건축이 도시에 기록을 남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기가 문서에 글을 남기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 역사가 되듯이, 건축은 도시에 남아 역사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땅에 어떤 기록을 남길지 항상 고민해요.” 조성학 동문이 덧붙였다. “저희는 무분별하게 지어진 집이나 개발은 지양하고, 환경과 어울리며 조화롭게 살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합니다. 또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집을 짓고 싶어요.” 박지현 동문은 선유도 공원을 예시로 들었다. “선유도 공원은 공원이 되기 전 하수처리장이었어요. 하지만 기존의 하수처리장 시설을 없애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원과 어울릴 수 있게 바꾸었어요. 도시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공간을 누구나 항상 편하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해요.”

나에게 건축이란

“제게 건축이란 학교 같은 존재에요. 돈을 버는 생산 수단이기도 하지만, 제 삶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거든요. 전 학창 시절 학교 생활이 참 즐거웠어요. 또 많은 것을 배웠어요. 건축은 제가 성장해 나가기 위한 밑거름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관심사를 가져다주기도 해요.”

조성학 동문에게 건축이란 인생의 연결고리라고 했다. “건축이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입니다. 건축을 통해 일을 하게 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돼요. 그 사이에는 항상 건축이라는 연결고리가 존재해요.” 이제 그들에게 건축이란 인생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B.U.S Architecture의 박지현 동문과 조성학 동문은 오늘도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하나의 브랜드를 짓고 있다. 그들이 하나의 건축물에 담아내는 다양한 이야기처럼, 그들이 앞으로 그려나갈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그들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길 바란다.

* 박지현·조성학 동문은 2005년 숭실대학교 건축학부에 입학하여 2011년 2월 졸업했다. 현재 B.U.S Architecture 건축 디자인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