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고 싶은 기자로 남고 싶습니다"
[인터뷰: 송혜수 홍보팀 학생기자(문예창작 09), hyesoo11011@daum.net]
지난 3월 한국기자협회에서 수여하는 제282회 ‘이달의 기자상’ 전문보도 부문에 매일경제 프리미엄부 부장 진성기 동문(영문 85)의 기사가 수상작(‘내 사랑 스톤-컬링 여자대표팀의 올림픽 도전기’)으로 선정되었다.
‘이달의 기자상’은 신문, 방송, 통신에 게재된 기사 가운데 가장 좋은 기사를 가려내 매월 1회 수여하는 상이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특히 새로운 형식의 멀티미디어 뉴스를 선보인 활약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 그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평범했던 대학시절
어린 시절 혹은 학창 시절의 추억이나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에 진성기 동문은 ‘평범했다’라고 답했다. 지금의 ‘기자 진성기’를 있게 했을지도 모를 어린 날의 비범함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간단명료한 대답에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찰나 그의 평범한 단편을 들을 수 있었다.
“대학교 1,2학년 때는 주변 친구들처럼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당구 치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학교 앞 당구장에 자주 가기도 하고 술도 마시며 대학 생활을 즐겼죠. 그러다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입대를 한 다음 89년 2학기에 복학을 하게 되었어요. 군대도 다녀오고 더 이상은 놀기만 해선 안되겠다 생각이 들었는지 도서관 자리를 일찍 맡으려고 새벽차를 타고 등교를 할 정도였으니까요. 후에는 등하교 시간조차 아까워 학교 근처 독서실에서 숙식하며 공부했답니다.” 그의 기억 속 평범한 대학생은 아마도 놀 때는 확실히 놀고 공부할 땐 제대로 공부했던 학생이 아니었을까.
매경 기자로 사회에 첫발
진 동문은 처음부터 기자만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솔직히 언론사 취업만을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4학년 당시 언론사와 무역 업체 입사를 염두에 뒀는데, 다행히 언론사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죠.” 91년 매일경제 입사 전 그는 언론사 외 지원했던 대기업에서도 합격 연락을 받았지만 고민 끝에 기자의 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사실 몇몇 다른 언론사 문도 두드려 보려고 했는데, 첫 시험을 치른 매일경제에 덜컥 합격이 됐었죠. 영문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평소 경제에 대한 관심이 있던 차에 언론사이면서 경제를 주로 다루는 매일경제가 마음에 들어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치열한 경쟁률을 보이는 언론사 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그만의 방법이 따로 있었는지 궁금했다. “작문이나 상식을 따로 준비한 것은 아니었고 평소에 꾸준히 신문을 읽으며 사회 이슈나 시사 상식을 따라 잡으려 노력했어요. 아마도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기자가 되고나서도 많은 도움을 줬던 것 같아요”
그렇게 입사하여 수습기자에서 평기자, 차장을 거쳐 부장이 되기까지 숱한 어려움도 많았다는 그. “기자에게는 인적 네트워크(인맥)가 중요한데, 아직 초반 때는 선배들보다 부족한 것이 당연하고 또 취재력도 떨어져 특종 기사 한번 제대로 못쓴 것이 힘든 부분이었어요. 그래도 차츰 취재의 맛을 느끼면서 자신감을 얻어 갔죠. 교훈을 삼아 취재원과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어 놓은 게 결국엔 좋은 기사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답니다.”
동영상과 텍스트가 만났다 ‘멀티미디어 뉴스’
요즘은 지하철, 버스 및 어느 장소라도 신문을 펼쳐 읽는 사람보다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이 더 익숙한 모습이 되었다. 동영상과 텍스트가 만난 ‘멀티미디어 뉴스’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서 시작되었다. 그중에서도 진성기 동문이 속한 매일경제 프리미엄부에서는 지난해 11월을 시작으로 새로운 형식에 걸맞은 두 편의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미디어 환경이 디지털 환경으로 빠르게 변함에 따라 디지털 기기로 즐길 수 있는 멀티미디어뉴스를 통해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해 보기로 했어요.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과 가디언의 ‘파이어스톰’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멀티미디어 뉴스는 디지털 시대에 독자들에게 새로운 스타일의 스토리텔링과 시청각 효과를 전달함으로써 또 다른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판단했죠.”
“매일경제 프리미엄부에서는 2건의 멀티미디어 뉴스를 기획했는데, 하나는 청마의 해를 맞아 선보였던 한국 최고의 경주마 이야기 ‘대한민국 1번 馬, 내 이름은 당대불패(http://digital.mk.co.kr/horse)’ 이고 다른 하나는 컬링 불모지에서 세계 4강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 이야기 ‘내사랑 스톤- 컬링 여자 대표팀의 올림픽 도전기(http://digital.mk.co.kr/curling)’ 였어요. 이 중에서 ‘내사랑 스톤’이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게 됐는데 앞으로 언론 환경은 종이 신문이 점점 퇴조하고 디지털 기기, 특히 모바일 기기로 뉴스를 접하는 시대로 진화될 전망입니다.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혹은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의 시대로 들어갈 터인데, 그런 급변하는 환경에서 언론계를 선도하는 기사를 선보였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어 뿌듯합니다.”
무엇보다 취재 후 동영상까지 결합해야 하는 새로운 형식의 특성상 공을 많이 들였다는 진 동문. 고생한 만큼 빛을 본 것이었을까. 그에게 있어 여태 취재한 기사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 또한 위 멀티미디어 기사 두 건이었다. “아무래도 기존의 기사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도였고, 언론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흐뭇하기도 하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함께 일하고 싶은 진성기 기자
기자나 언론사에 갖는 편견이나 오해에 누구보다도 많이 부딪쳤을 진 동문. 질문을 떼자마자 그는 두 가지를 전해 주었다. “언론이 정치적이고 지나치게 정권에 비위를 맞춘다는 점과 광고나 협찬을 하지 않으면 많은 기업과 금융사 등을 이른바 조폭적 보도로 악용한다는 것 등이 있어요. 친한 친구들마저도 그렇게 물어보니 수도 없이 들었죠. 무엇이 진실이고 잘잘못을 그때그때 따지고만 있기보다 기자로서 올바른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20년 넘게 기자로 살아오면서 기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지 물었다. “모든 기자들이 꿈꾸는 것일 텐데, 남들보다 먼저 새로운 팩트를 건져내어 세상에 알렸을 때 기자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또한 그는 매일경제를 비롯한 언론사에 기자로 이름을 떨치는 동문이 많지 않음에 아쉬움을 느끼며 기자를 꿈꾸는 재학생들에게도 관심과 조언을 표하기도 했다. “재학 시절에는 세상의 다양한 분야에 대해 배우고 경험하는 게 중요해요. 아는 것도 힘이지만 많이 경험한 것은 더욱 큰 힘이랍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성실성과 진정성을 갖는다면 그 자체가 큰 자산이 되거든요. 앞서도 말했듯이 기자에게는 인적 네트워크가 참 중요한데 결국에는 튼튼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면 소극적인 성격보다는 적극적이고 성실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봐요. 전문가에게도 자문할 일이 많은 게 기자인데 항상 귀를 열고 열정적으로 일에 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그가 기억되고 싶은 기자의 모습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동료, 선후배로부터 함께 일하고 싶은 기자로 기억되고 싶네요.”
▲ 진성기 동문(왼쪽에서 두 번째)이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고 있다.
* 진성기 동문은 본교 영문학과를 졸업하여 1991년 12월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한 후로 편집부, 과학기술부, 사회부, 유통경제부, 산업부 등에서 23년간 다양한 기자 경력을 이어왔다. 과학기술부장, 오피니언부장을 거쳐 현재는 매일경제 프리미엄부 부장으로 맹활약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