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 잘 되는 대학’의 저자, 교육 사업가 김도림 동문(영문 61)

2014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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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학생 중심 대학이 탄생하는 그날까지”

 

[인터뷰송혜수 홍보팀 학생기자(문예창작 09), hyesoo11011@daum.net]


학생들에게 최고의 학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학은 어떤 모습일까?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대학? ‘취업이 잘 되는 대학’의 저자, 김도림 동문(영문 61)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의 부와 명예도 얻어 봤고, 사업에 실패하여 모든 재산을 잃고 밑바닥까지 떨어져 본 굴곡진 삶의 주인공이다. 그야말로 7전 8기의 삶. 그런 그가 미국 의료 대학을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을 한국 대학의 경쟁력 있는 미래를 위해 나누려 한다. 이민 1세대이자 교육 사업가, 김 동문을 LA 현지에서 직접 만났다.

의료대학 ACMT 학장 그리고 사업가

김 동문은 1996년부터 2006년 정년퇴직까지 미국 의료대학 ACMT(American College of Medical Technology) 의 학장을 지냈다. ACMT는 MRI, X-Ray 등과 같은 의료기술을 배우고 낙후된 나라들의 의료분야를 돕기 위한 인재들을 양성하는 대학이다. 임기까지 4천 5백여 명의 학생들을 졸업시켰고, 현재는 미국 병원 곳곳에 훌륭한 인재들을 배출해냈다. 그는 왜 하필 의료대학을 선택하였을까. 수험생 시절, 의과대학을 지원했던 이력과도 맞닿아 보인다.

“물론 의사에 대한 진로를 가졌던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숭실대에 입학하고 이날 이때껏 여러 가지 학문을 수학하면서 교육에 대한 관심이 제일 오래 남아있었어요. 사회와 국가에 도움이 되는 교육 사업의 일환인, 대학 경영을 해보고자 결심했죠. 그러던 와중에 의료대학을 인수하여 운영하게 된 것입니다.” 

 

그가 학장의 자리까지 오기는 험난한 시간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 후 그는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 운영하던 미림목재 경영을 시작으로, 무역업인 (주)도림통상을 당시 수출액 500만 달러까지 끌어올리며 성장시킨다. 기쁨도 잠시, 도림통상은 오일쇼크를 만나게 되면서 어려움에 봉착한다.

“바이어로부터 주문 받은 것은 배에 실으면 싣는 만큼 손해 보는 일이 생기고, 나프타 등의 원자재 품귀 현상으로 수출납기 기일을 못 맞추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됐어요.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하기가 어렵게 되었고 결국 도림통상은 은행과 채권자들의 동의하에 법정 관리에 들어가게 됐죠.”

회사가 정리됨과 동시에 김 동문 또한 모든 것을 정리하고 미국으로의 이주를 결심하게 된다.

성공과 실패의 줄다리기

미국에서 그는 다시 무역업으로 일어서게 된다. 무역업으로 어느 정도 성공 후에는 주위 권유로 시작한 부동산업까지 호황을 맞아 삼천 사오백만 불 이상의 자산을 갖는 성공한 사업가로 자리하게 된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1991년 LA 4.29 흑인 폭동으로 김 동문은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4.29 폭동 대단했지요. 폭도들의 방화와 약탈, 무자비한 파괴로 쇼핑센터 내 대부분의 가게들이 큰 손실을 입었고, 파괴된 가게의 세입자들이 렌트비를 지불할 수가 없게 됐죠. 그러니 나도 은행에 페이먼트를 못하게 되고… 결국 모든 부동산을 잃었을 뿐 아니라, 살던 집과 타던 차까지 하루아침에 빼앗기게 되었어요. 그 후 20년도 더 된 볼보를 타고 다니며 렌트 아파트에 사는 처지로 떨어지더라고요.”

사업의 성공과 실패의 줄다리기 속에서 견뎌 온 그가 버틸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어디에 있었는지 궁금했다.

“실패를 실패로 여기면 안 된다는 겁니다. 실패했다고요? so what? 그것 또한 과정이라는 것을 알아야 돼요. 오히려 포기하는 만큼 실패한 것이라고 봐야죠. 지극히 작은 일에도 충성하며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자에게는 실패가 찾아와도 오래 넘어지지 않아요. 금방 일어날 수 있도록 오히려 실패를 이롭게 이용할 뿐이죠.”

“저도 수많은 실패를 겪었음에도 꿈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어요. 물론 어렵고 힘든 조건 속에서 다시 일어서기 위한 피나는 노력도 빼놓지 않았죠. 저의 경우에는 교육 사업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노력들을 했답니다.”

실제로 그는 늦은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까지 수학하기도 했다.

취업이 잘 되는 ‘학생 중심’ 대학

의료대학을 인수 및 경영하면서 그는 특히나 한국 대학의 미래를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꼈다고 한다. “미국이 교육제도가 잘 닦여 있음은 누구나 알죠. 대부분의 미국 대학들이 이 학생이 어떻게 하면 진로를 잘 개척할 수 있는지가 중심에 놓여 있어요. 어떻게 잘 포장해서 취업 시장에 내보내야할까? 보다는. 학장 시절, 교수들에게 일주일에 3번은 강의실에서 2번은 현장에서 강의를 하도록 지시했어요. 현장에서 갖는 경험이 취업으로까지 이어지도록 제도화했던 것이죠.”

그때의 경험을 계기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는 김 동문. 제목만 무심히 보고 넘긴다면 그저 취업에만 목숨을 거는 대학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철저하게 학생중심으로 변화해 가야함을 힘주어 말하고 있다.

“대학 교육의 성공을 위해서는, 변화가 아주 조심스럽게 요구되고, 포괄적인 계획과 효과적인 리더십, 중요한 하부 조직의 개발, 좋은 의사소통, 실패도 인정하는 조건부적인 계획, 충분한 실험을 거친 정보 시스템, 현실적인 시간 예정표, 모든 직원의 호의적인 참가 등이 필요하다.”  – [취업이 잘 되는 대학] 201pp ‘대학을 혁신하라’

“학생이 주도하는 대학은 기발하고 혁명적인 생각을 가진 공급 주도형의 비즈니스와 같은 것이다. 대학 내에 많은 구성원이 학생 쪽으로 기울고, 실질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학문을 학생 중심으로, 항상 학생을 지원하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게 됨으로써 학생 중심의 대학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 211pp ‘학생이 주도하는 대학을 만들라’

나의 사랑 나의 모교

그가 이처럼 교육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이유는 모교 사랑에서부터 출발한다. 김 동문은 89년, 전 미주 지역을 돌며 숭실 동문들을 하나 둘씩 모아 동문회를 조직했다. 현재 본교 미주총동문회는 13차까지 정기총회를 이어오고 있으며 십시일반으로 모은 장학금을 후배들에게 전달하는 사랑을 이어오고 있다.

“모교와는 특별한 인연일 수밖에 없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1년 뒤에 지금의 웨스턴민스터 채플홀을 짓는 데 목재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당시 미림목재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금액이었어요. 그래도 모교를 위해 기꺼이 납품기부를 했죠.”

“장학금이나 기부와 관련해서는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내가 나중에 돈을 크게 벌고 성공하면 기부해야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현재 가지고 있는 범위 내에서 마음을 표현하는 그 ‘실천’이 난 더 중요하다고 봐요. 우리 후배들도 작은 실천이지만 끝까지 할 수 있는 시작을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길은 그런 곳에서 열리는 것 아닌가요?”

김 동문은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픈 말에 “꿈을 빨리 결정했으면 합니다.”라고 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목표 관리가 뚜렷했어요. 목표를 정해놓고 전심전력을 다하는 형이었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하루한달 일 년을 관리해 나갔죠. 매년 초에 새 수첩을 사서 기도하며 그해의 목표를 세우고 수첩에 적습니다. 신앙, 가정, 사회, 재정, 건강, 학교 등의 항목으로 목표를 세부적으로 세우죠. 목표 세울 때는 신앙적, 인격적인 면에서 부족한 점을 목표로 세우고 그 면을 채워나가려 애씁니다.”

“3%의 사람들은 목표를 갖고 있고 그 목표를 기록하여 written document로 만들고, 10%의 사람들은 목표를 갖고 있지만 그 목표를 생각만 하고 있어 구체적이지 않고, 60%의 사람들은 목표 없이 그냥 남이 하는 대로 따라가고, 27%의 사람들은 남에게 도움을 받아야 살 수 있고 목표라는 것이 뭔지도 모른 체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위의 3%의 사람들이 인류 역사를 만들고 톱 랭킹의 삶을 살아가며 다른 사람들을 이끌고 지배하며 살아가고 나머지 97는 그저 그들을 따라가고 있다고 해요. 헛되이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본인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꿈을 결정하여 구체적인 목표에 따라 실현해 가는 맛을 느껴보았으면 합니다.” 

“그래야 주도적인 ‘나’가 가득한 학생들이 많아지고 그러면 우리가 꿈꾸는 학생 중심 대학이 하나 둘 자리잡아가지 않을까 싶네요.” 후배를 향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의 말에 잠시 그가 그리는 대학다운 대학의 모습이 비춰졌다.

  
 

*김도림 동문(영문 61)은 본교 영문학과를 졸업하였으며, 고려대 경영대학원, Harvard Business School 졸업을 거쳐  Louisiana Baptist University에서 명예 교육학 박사를 수여받은 바 있다. Travel University International 前 총장, 미국 의료대학 American college of medical technology 학장을 지냈고, ㈜도림통상, ㈜미림목재 대표이사로도 역임하였다. 현재는 본교 미주총동문회 고문단 단장으로 활동하며 모교를 위한 일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