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로 등단한 시인 김소형 동문을 만나다!(문예창작 07)
2010년 ‘작가세계’라는 문예지에 등단한 시인 김소형(문예창작과 07학번) 동문,
"아침에 일어나 세수 하듯 책을 읽고, 밥 먹 듯 글을 씁니다."
[인터뷰: 박고운 홍보팀 학생기자(행정 09)]
“평생 매 끼니를 먹어 오면서, 밥 먹는데 슬럼프 온 적 있으신가요?"
어떤 이들은 글을 종교와 같이 삶에 있어서 특별한 무엇으로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젊은 시인 김소형 동문은 글을 쓰는 일이란, 매일 일어나는 일상과도 같은 그냥 ‘삶’이라고 했다. 이렇게 삶이 흐르듯 함께 흘러온 창작의 길이었다. 오죽하면 ‘창작의 고통’이란 말이 있으랴… 지금까지 이십대 후반인 그녀의 삶과 함께 긴 시간을 달려온 글짓기의 과정이었기에 더욱 한 번 쯤 찾아올 법한 슬럼프와 같은 고비가 궁금했다. “평생 매 끼니를 먹어 오면서, 밥 먹는데 슬럼프 온 적 있으신가요?” 슬럼프가 없었다는 말이었다. 이 한마디에 앞서 언급했던, ‘글은 나의일상’이라는 외침이 뇌리에 박히는 순간이었다.
‘우연히 그리고 운명적으로 만난 ‘시’
시인으로 등단한 김소형 동문 이었지만, 등단 바로 이전 까지도 ‘시’는 무언가 범접할 수 없는 동경의 대상이라고만 여겼다고 했다. 소설, 시, 수필, 희곡 … 문학의 수많은 장르가 있지만, 4학년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의 주 장르는 소설이었다. 학부생활 4년여의 시간동안 주 장르인 소설위주의 수업을 들었기에, 시에 대해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인 최승호’교수님의 수업을 통해 시와의 운명적 만남이 시작되었다. ‘시인 최승호’ 교수님이 새로 부임하신 다는 소식을 듣고 단지, 수업이 듣고 싶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시’관련 수업을 수강하게 되었다. 그동안 배운 것이 없었으니, 시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가진 것이 없으니 잃을게 없다!’는 생각으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시를 써 내려갔다. “두렵기만 하던 시를 이렇게 마음 놓고 쓸 수 있었던 데에는 교수님의 지도가 컸어요. 방향 잡이가 되어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려요." 불명확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달리던 4년의 생활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4학년 2학기, 마지막 학기에 듣게 된 이 수업에서 지은 시가 등단 당선작이 되었다.
“학구파 시인”
‘학부시절 완벽한 성적관리를 위해 노력했어요.” 현재 재학 중인 숭실대 대학원에 입학할 때도 성적우수 장학생으로 갈 정도로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졌다. 교내 장학금을 받는 것은 물론, 3학년 시절에는 ‘지도자육성 장학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2년 전액 장학금을 수여 받았다. 4년 내내 단 한 번의 휴학도 없이 높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굳은 의지와 많은 노력이 수반되었다. 일상처럼 글을 쓰며, 장학생으로 휴학 없이 달려오면서도 지칠 줄 모르는 열정에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열정 가득한 학부시절을 보낼 수 있게 의지를 불태운 데에는 그녀만의 남다른 도움닫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4년이란 쉼표, 도약을 위한 도움닫기’
고등학생시절까지 전형적인 모범생이었던 그녀는, 수능을 마치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수많은 대학의 원서를 작성하며, 경영학과, 호텔관광학과 등 점수에 맞춰 학교와 학과를 정했지만,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그리고 스무살이 되던 해 대학에 입학하지 않고, 이후 4년이란 시간을 진정 내가 원하는 바를 찾는 과정에 쏟았어요.” 그 과정에서 포털사이트 다음, 네이버 등에서 시행하는 수많은 공모전에 나가 수상경력을 쌓았다. 처음엔 단지 도전 할 것을 찾아 공모전에 나가기 시작했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서 본인에게 잠재되어 있는 글 솜씨가 빛을 발함을 발견하고 숭실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이 과정을 거쳤기에, 그래서 학부생활에 절실함이 더해졌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 과정이 그녀에겐 너무나도 소중했다. 4년이란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했던, 많은 고민과 생각들이 지금 하는 일에 있어서 지치지 않은 열정을 불어넣는 발판이 되었고, 이를 도약으로 학교에 입학한 후로 더욱 집중해 쉼 없이 달렸다. 어린 시절부터 그냥 글 쓰는 것을 즐겼을 뿐, 이것이 ‘업’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문예창작과라는 학과 적 특성이 제게 너무 매력적 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자체가 학과 공부가 되기란 쉽지 않은 것이잖아요.” 4년의 도움닫기를 밟고 도약한 그녀의 모습에서 많은 것이 전해졌다. ‘진정으로 내가 잘하는 것,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지금 무엇을 향해 달려가는 지도 모른 채 무작정 뛰고 있지는 않는가?’ 앞으로 ‘시인 김소형’ 동문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를 차근히 풀어보아야 하겠다.
뿔
나는 뿔을 만들어
매일 밤,
점점 벌어지던 치아는
굵은 뿔로 변했어
뿔, 입속에서 솟아난 하얀 돌
바다로 뛰어든 너,
내가 너를 부르자
너는 소금 뿔이 되었다고 말했지
뿔, 파도에 날리는 유령들
나는 매일 밤을 기다려
밤, 그건 우리를 끌어안는 뿔이니까
뿔을 만들고 싶다고?
이건 내 속에 사는 박쥐인데
이건 피리를 부는 해골인데
이건,
이건,
그게 아니라면
그럼 그건 당신의 뿔이야
뿔, 당신이 찾는 모든 것,
뿔, 당신의 모든 것,
우리는 매일 밤 뿔을 만들지
단단하고
텅 빈,
그런 뿔을
또 하나의 당신인,
그런 뿔을